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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 그토록 인기 있는 여행지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한국을 통해 오는 여행자들도 있고 조선(북코리아)를 통해 오는 여행자들도 있습니다.
각각 두 나라의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온 여행자들이 공동경비구역에서 먼 발치로 조우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한국측 투어를 통해 온 여행자들은 자유의 집 쪽에서,
북코리아측 투어를 통해 온 여행자들은 판문각 쪽에서 군사분계선이 가로지르는 회담장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이 때 서로에게 손을 흔들거나 환성을 지르거나 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비록 대부분이 외국인 여행자들이기는 하지만,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상징하는 그 장소에 마주 서서,
상대측 지역에 서 있는 여행자들에게 서로 환영과 반가움의 인사를 보내는 것은 나름 의미있고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왜 못하게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군사분계선이 가로지르는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건물은 남측과 북측을 통해 온 여행자들이 교대로 입장할 수 있는데,
이 건물 안에서만큼은 군사분계선에 구애받지 않고 남쪽과 북쪽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싸르니아는 한국측 투어프로그램을 통해 그 곳에 갑니다.
투어는 롯데호텔에서 출발합니다.
신파극 '34 층의 콩가루 가족'을 상영하고 있는 을지로 롯데호텔 본관을 말 합니다.
불고기 정식을 포함한 일일투어 요금은 7 만 7 천 원부터 시작합니다.
투어장소 중 캠프 보니파스라는 장소 이름이 확 눈에 들어 옵니다.
보니파스란 지금으로부터 39 년 전인 1976 년 8 월 18 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안에서 유엔사 소속 미국군 병사들과 조선인민군 경비병들 간에 벌어졌던 폭력사태 중 사망한 미국군 측 지휘관 아서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에서 따 온 명칭입니다.
폭력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전개과정에 대해서는 미국군측과 북코리아군측의 주장이 서로 다르므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이 사건 직후 미국측이 전개한 작전명 'Operation Paul Bunyan'과 전쟁일보직전 상황에 대해서는 몇 년 전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암튼 JSA 는 태국 왕궁이나 사찰보다도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입장 규정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자는 JSA 경비대대 소속 헌병들에 의해 현장에서 입장이 거부당할 수 있다고 하니까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칼라없는 라운드 티셔츠를 착용한 자
2. 청바지를 입은 자
3. 반바지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자
4. 샌달을 신은 자
5. 군복 비슷한 것을 입은 자
6. 남자로서 머리가 긴 자
7. 머리를 잘 빗지 않아 뒤통수에 새집을 지은 자
8. 기타, 현장을 관할하는 미국군이 보기에 옷입은 꼬라지가 단정치 못한 자
뿐만 아니라,
경비병이나 여행자를 막론하고 북코리아측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인사하거나 손짓하거나 팔을 흔들어대는 등의 행동도 규제대상이라고 합니다.
싸르니아는 여행중엔 칼라있는 셔츠는 안 입고 라운드 티만 입는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 하고 물어보니까 칼라있는 재킷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4 년 전, 국가정보원 투어 때도 비슷한 소리를 해서 투어를 취소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냥 규칙에 따르고 가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