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아일랜드 음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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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 정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갑자기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이야기를 하나 하실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려는 전체주의자들에 대해 보편상식을 가지고 있는 시민으로서의 비판은 했어도,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내밀한 부분까지 언급한 적은 없다. 그건 그 나라 유권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고국에서 들려오는 '안철수 사태'는 어느 나라 정당정치의 내밀한 부분 영역을 넘어선다. 3 년 째 미샤야 콤플렉스 (messiah complex) 를 앓고 있는 중증환자와 일부 호남출신 정치인들의 야합이 반독재-반전체주의 전선의 한 축을 여지없이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 안철수는 야당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이라든가 최근 두 차례 있었던 민중총궐기대회에 구경조차 간 적이 없는 사람이다. 당 혁신안이 통과될 때까지 몇 달 동안 회의에 코빼기도 비춘 적이 없었다. 당초 혁신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도 거절했다. 애당초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날로 통째로 먹고 싶었는데 그게 여의치 않자 분당이라는 최악의 수를 선택한 것 같다고 비난한들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사실 안철수의 탈당은 지난 11 월 말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할 때부터 '혹시나' 했지만, 그의 제안이 안 받아들여질 경우라도 '백의종군' 선언 정도를 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당내 기반이 없는 그가 구렁이같은 호남 비주류에만 의존해 무모한 탈당을 감행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탈당했다. 오 마이 갓 !!
싸르니아는 (이 글 빼고) '안철수' 라는 이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다. 18 대 대선을 23 일 앞 둔 2012 년 11 월 25 일의 일이다. 그 때 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싸르니아는 안철수 씨를 잘 모른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그는 정치조직의 수장의 역할보다 자기가 지지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에 파워를 실어주는 역할을 선택했다. 정치조직의 수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맥과 조직이 열세인 그로서는 당연하고도 올바른 선택이었다. 정신적 지도자로야 마하트마 간디가 제격이지만 정치조직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에는 자화할랄 네루가 훨씬 더 유능할 수 있다.
당시 나는 안철수를 마하트마 간디에 비견되는 위대한 사상가로 치켜세우면서까지 "안철수의 아름다운 ‘철학’은 ‘공학’에 기초한 과학적인 실천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온전하게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후보를 사퇴하고 일언반구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그의 괴상한 행동이 하도 답답해서 쓴 글이지만, 사실 이 글을 당시 내 본심에 비추어 재해석하면 다른 게 아니다. 더 이상 웃기지말고 웃는 사람이 비교적 적을 때 조용히 떠나는 게 좋겠다는 말을 에둘러 한 것에 불과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그를 모르긴 하지만, 그가 떠나긴 떠났다. 광야로 갔다고 하는데 한국의 광야는 유대 광야보다는 조금 추울지도 모르겠다. 암튼 잘 가기 바란다. 맨 앞에서 언급했듯 적진에서 싸움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는 제도권 야당이 분열하는 모습이 한 편으로는 한심하지만 한 편으론 어색한 옷이 저절로 벗겨져 나간 듯 잘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지자는 사라지고 미사야 콤플렉스만 남은 안철수 씨에게 무슨 정치적 효용가치가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순식간에 '팽' 당하고 호구되는 일 없도록 늘 조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