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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군데서도 30 초 이상 머무는 법이 없는 네로가
리빙룸 도어 앞에서는 10 분 이상 같은 자세로 않아있다.
일주일 간 고양이와 함께 지내 본 소감은,,
역시 나는 개 취향이지 고양이 취향은 아니라는 거다.
우선 고양이는 말을 잘 들어먹지 않는다.
말을 잘듣는 정도를 지수로 표현했을 때 개를 100 이라고 하고 닭을 0 이라고 하면
고양이는 30 이다.
개체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네로는 30 이다.
사람에게는 좀 다루기 어려운 존재이지만
고양이든 쿠거 든 호랑이든, 적어도 고양이과 동물들은
아주 스마트하고 최상의 신체적 조건으로 진화한 동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저 고양이 이름이 네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내가 아는 검은 고양이 이름이 네로 밖에 없으므로 편의상 그렇게 부르겠다.
사실 내가 네로가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방문을 열어 보기 전에까지는 아뭇소리가 없었는데,
해먹에 누워 잘 지내는 걸 확인하고 문을 도로 닫는 순간부터 귀찮게 굴기 시작했다.
냐옹냐옹 떠들고 문을 스크래칭하기 시작했는데,
장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시끄럽게 구는 바람에 문을 개방해줬다.
문을 열어주자 네로는 처음에 문 안에서 쥐를 사냥하는 웅크린 자세로 방 밖의 세계에 대해 정찰활동을 벌이다가
처음에는 천천히, 나중에는 빠른 속도로 나를 따라 거실로 내려왔다.
신기한 점은 코너를 도는 위치에 다다를때마다
절대 자기가 앞서지 않고 수행비서처럼 내가 서면 자기도 서고 내가 가야 자기도 따라 온다는 것이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네로는 수행비서처럼 행동한 게 아니었고
특공작전을 지휘하는 소대장처럼 나를 자기의 부하 정찰대원으로 보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따라 올 때 코너지점에서 냐옹냐옹 하지 않고 냑 , 냑 하는 단음으로 뭐라고 지시하는 듯한 소리를 한 걸로 미루어 볼 때 그런 것 같다.
저녁마다 하루에 두 차례 씩 딱 15 분 씩 거실에서만 놀게 한 후 다시 방에 집어 넣었다.
첫 번 째 방으로 귀환할 때는 잘 따라 올라왔는데,
두 번 째 부터는 안 따라 오길래 강제로 안아들고 올라가 방에 집어 넣었다.
저길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르지만
네로는 항상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디서나 아래를 내려다 볼 기회가 생기면 한참 머물곤 한다.
전에는 막연히 고양이가 개보다 멍청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알았다.
오히려 사람 말을 안 듣는다는 점에서는
고양이가 개보다 영특한 동물같다.
고양이는 먼저 정찰하고 판단한 후 행동했다.
아무거나 준다고 먹지 않았다 (이 점은 정말 맘에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