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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명복을 빌며
작성자 민들레 영토     게시물번호 9493 작성일 2016-10-22 11:42 조회수 2011

                        

 강을 건너지 마오 *

 

아직 가을이 머물고 있는 마당 한 켠
키 큰 미루나무 갈 바람에  흔들릴 때 마다
친구의 소식은 간간히 잎새 소리처럼  
쿨럭이는 목감기 같고
피식 웃어 보이는 맑은 입속
반짝임을 들어내는 이빨 같았어

 
지금 쯤 노란 햇살을 움켜쥔
아기 손바닥같은 잎들의 손 놀림에
하늘에 떠 있는 낮 별처럼 빛을 보태는 모습,
아직은 아직은 살아갈 날수를 
베어낼 수 없이 그토록 많은 시간 쌓여 있는데
이 가을 아픔의 강을 건너는 친구여,
그대 혼이 무서운 고뇌와 외로운 시간 속으로
헤엄치고 있을 때
나 또한 마음 무너져 내리는 슬픔 견딜 수 없어
그 분의 섭리를 고개 저었지.

 
여늬 가을마다 
수많은 인연과의 이별을 
내 앞에 앞질러 놓은 처절한 절망이
노랗게 창백한 아픔으로 흘러내리는 이 계절
그 흔들림의 손짓이여

  안녕이란 인사를 안겨 주어도
  내 앞 그림자로 보낼 수 없으리
 세상과 시를 사랑하던 친구여
부디 흔들림 없는 견고한 모습으로
발길 돌려

 
아직은 아직은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제목을 캡쳐하였음.

 

  

2016 10 06  사경을 헤메는 아픈 친구를 위하여

 

 

 사랑하고 아끼던 문우 <박영미 시인>

2016년 시월 21일 저녁에

하느님의 부름을 받아

그 강을 건너  소천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이 시를 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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