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코비드 여행 / 이명희 (캘거리)
 
 
어른 노릇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고 할까? 가족이나 친척은 관심과 사랑을 주어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식들이 미혼이라 손주는 없지만, 조카 부부와 손녀딸이 보고 싶어 아들딸도 만날 겸 밴쿠버 근처 포트 랭리 캠프장에 3박을 예약했다.
내친김에 밴쿠버 아일랜드의 빅토리아에서 2박, 토피노에서 3박을 하기로 했다. 남편이 나이 듦에 트레일러 여행도 시한부가 될 것 같아 그동안 못해 본 특권을 누리기로 했다.

남편은 5년 전보다 트레일러 끄는 스킬이 좋아졌다. 체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이를 생각해 당일 도착은 피했다. 살먼암 캠프장이 고속도로 옆이라 출발하기 좋다고 예약했다는데 밤새 기차 소리에 잠을 설쳐 일찌감치 랭리 캠프장으로 출발했다, 대부분의 캠프장은 땅값 때문인지 기찻길 옆이거나 후미진 곳에 있어 소음을 각오해야 한다.

포트 랭리 캠프장은 마음에 들었다. 개인 소유임에도 시설의 자동화와 조용하고 깨끗한 장소여서 앞으로도 이용할 참이다. 밴쿠버 북쪽에서 작은 사업을 하는 조카네와 반갑게 해후하고 각자 장을 보고 다시 캠프장으로 모여 바비큐를 하기로 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날은 후덥지근한데 바쁘게 움직여서인지 스테이크가 꿀맛이었다. 조카네 가족과 사흘을 지낸 후 내년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페리를 타야 해서 밴쿠버에서의 마지막 날을 자식들과 ‘락 포인트 뷰’라는 곳으로 산책하러 갔다. 야경에 취해서인지 남편의 걸음걸이가 느리고 힘들어 보였다.

남편과 나는 머리에 돌을 얹은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그때까지 우린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페리에 트레일러를 실은 후 바로 초주검이 되어 누웠다. 빅토리아 캠프장에 도착해서도 몸이 천근만근이 되어 남편이 감기약과 진통제를 사 오고 코비드 테스트기를 받아 와 검사를 했더니 둘 다 양성이 나왔다. 예전 같으면 바로 여행지 답사를 나갈 참인데 약을 먹고 쉬었다가 한 군데만 다녀오기로 했다.

북적대는 휴가철이라 코비드와 감기가 물 반, 고기 반이 되어 증상자와 무증상자가 뒤섞여 다니는 형국이다. 우리는 감기약과 진통제를 한 알씩 먹고 다저녁에 빅토리아섬을 대표하는 ‘부차트 가든’으로 갔다. 15년 전 박물관과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모텔에서 여럿이 새우 한 박스를 구워 먹었던 기억이 전부다.

‘부차트 가든’은 아름다운 세계 3대 정원이며 개인 소유로 캐나다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진통제 덕분에 말짱한 체력으로 예쁜 꽃밭에 푹 빠졌다. 조경이 워낙 아름다워 정원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남편도 정원이 멋지고 훌륭하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서태평양 바닷바람이 은근히 쌀쌀하여 마스크를 쓴 채 90분짜리 빅토리아 시티투어를 했다. 이층 버스에 앉아 뷰를 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한 투어라 그런지 지루했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서 시장기가 돌아 저녁으로 해물 요리를 먹기 위해 항구 옆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좋아하는 크림 차우더와 조개요리, 살짝 구운 참치 회를 시켜 스태미나를 회복하고 시내를 걸었다. 남편은 가성비를 운운하며 ‘시티 투어’보다 ‘부차트 가든’이 훨씬 낫다고 한다.

빅토리아에서 토피노까지의 이동 시간은 길었다. 작은 집 한 채를 끌고 다니니 반나절 이상이나 걸렸다. 비도 내리고 날씨가 쌀쌀하여 우비를 입고 ‘롱비치’로 갔다. 추운데도 젊은이들이 서핑하느라 장비를 갖추고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었다. 토피노는 서태평양의 긴 바다를 끼고 있으며 파도가 적당하여 서핑하는 장소로 유명하다. 장소 선택을 후회하던 중 트레일 코스가 많다는 걸 알고, 내일부터는 트레일을 걷기로 했다.

몸을 회복하기 위해 다음 날 토피노 맛집 중 생선과 야채를 또띠아(멕시코 빵)에 싸서 파는 유명한 ‘타코피노’에서 줄을 서서 사 온 타코를 차 안에서 먹었다. 신기하게도 진통제만 먹으면 마약을 복용한 것처럼 몸이 가볍고 아프지 않아 토피노 근방 ‘유클루릿 와일드 퍼시픽 트레일’을 걸으며 곳곳의 비경을 사진에 담았다.
오래전 캐나다 동부여행 때 뉴펀들랜드 끝자락 대서양 쪽 트레일을 걸을 때 생각이 난다. 대서양이 여성적이라면 태평양은 남성적이라고 하는데 천상의 섬들은 하나같이 눈앞에 펼쳐지는 경관이 환상적이라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다리는 후들거리는데 이런 절경을 어디서 볼 수 있겠나 싶어 연신 풍광을 사진에 담았다.

여행 중 맛집 찾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고 한다. ‘쉘터’라는 레스토랑서 40분을 대기하여 크림 차우더와 해물 요리를 시켰는데 지금까지 먹은 것 중 최고였다. 다음 날 페리호를 타기 위해 남편이 서둘렀다. 캘거리 도착까지 호프서 하룻밤, 켈로나에서 이틀을 잡았다. 쉬며, 쉬며 가자는 방침이었다. 호프 캠프장의 소나무는 아름드리 크기가 대단하다. 앨버타 소나무가 장거리 달리기 선수나 장대높이뛰기 선수 같다면 비씨 소나무는 튼실한 몸이 씨름선수 같다.

호프서 켈로나까지 가는 동안 아름다운 버논을 지나 산과 산을 넘는데 비씨주의 전원은 늘 봐도 감동이다. 켈로나 근처 캠프장에 2박을 예약했으나 환경이 열악하여 1박을 취소하고 집에 가서 쉬는 게 낫다고 아침 일찍 캘거리로 출발했다. 12박을 11박으로 줄이고 앨버타로 달리는데 아늑하고 푸른 산이 거대한 바위산과 설산으로 바뀌어 집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날마다 체크하는 코비드 테스트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나왔다.

여행은 고생하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코비드에 걸려 최악의 여행이 되고 보니 즐거움이 반으로 감소한다. 나이 들어 무리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개발되고 메타버스에서 가상과 현실을 동시에 체험하는 날이 머지않은데 역병조차 해결 못 한다면 4차 산업은 미완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도 과학자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바이러스로 생명을 위협받지 않고 어느 곳이든 안전히 다닐 수 있어야 뇌과학이 완성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기사 등록일: 2022-07-29
나도 한마디
 
최근 인기기사
  캘거리-인천 직항 내년에도 - ..
  “범죄 집단에 비자 내주는 캐나.. +1
  (종합) 앨버타 두 곳 대형 산..
  앨버타 최고의 식당은 캘거리의 ..
  캘거리 4월 주택 매매량 올라 ..
  캘거리 대학 ‘전례 없는’ 상황..
  캘거리, 에드먼튼 타운하우스 가..
  캘거리 일회용품 조례 공식적으로..
  전국 최고 임금 앨버타, 어느새..
  캘거리 주민들, 인근 소도시로 ..
댓글 달린 뉴스
  주정부, 여성 건강 및 유아 생.. +1
  요즘은 이심(E-Sim)이 대세... +1
  에드먼튼 대 밴쿠버, 플레이오프.. +1
  캘거리 시의회, “학교 앞 과속.. +1
  “범죄 집단에 비자 내주는 캐나.. +1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마침내.. +1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