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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을 느낌표! _글: 이소영 (캘거리 교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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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려는 가을을 조금 더 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뒷마당으로 나갔다 막 옆집 지붕을 넘어가려던 해를 불러 세우고 볕 잘 드는 한편에 앉아 불 냄새 은근히 배인 말린 버섯을 씹고 있었다. 따뜻한 가을볕에 몸을 덥히고 있으니 마음도 참 너그러워진다. 내가 가을을 즐기는 방식 중 한 가지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같은 가을 노래들을 듣는다. 잠시 집안으로 들어가 그 노래들을 마음에 담아 나오니 오늘 방문했던 가을볕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냉정하게도 그냥 지붕 넘어 제 갈기로 떠났다.
초록색이 저물어 가는 마당은 가을색으로 물들어 간다. 그곳에 때를 알고 기다릴 줄 아는 나무가 있다. 봄에 그는 가지에 생기를 불어넣어 희망을 품은 새싹들이 돋아 나도록 했고,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자신을 연단하도록 허락했다 그리고 이때가 되면 보내고 비워야 할 때를 아는 것 마냥 잎들을 떨구어 보낸다. 어제는 바람을 핑계로, 오늘은 비를 핑계 삼아 잎들을 떨구어 냈다. 매일 아침 나는 나무가 비워 낸 흔적들을 비로 쓸어 담는다. 나도 무엇인가를 비워내며……
아직 대롱대롱 가지 끝을 잡고 있는 미련 많은 잎새들은 가을 끝자락에 올 찬바람 에게 부탁하여 보내려나 보다.
수북하게 쌓인 나뭇잎을 밟아보지 않았다면 나의 가을은 오지 않은 것이다. 마당 가 수북이 쌓인 낙엽 위를 걸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 부서지는 소리를 귀에 담고, 마른 나뭇잎 냄새를 맡으며, 가을 색을 음미했다. 울타리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몇 번을 오가며 걸었다 혹여 옆집 사람들이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짓을 하고 있는 나를 보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는 가을을 품고 있는 중이었다.
바람의 한숨에 살포시 울타리 아래로 내려앉은 낙엽 들은 내 마음이 고요하도록 그냥 두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지난 낙엽 지는 계절들이 품은 사람들이 그리운가 보다. 이 가을은 다시 한번 느낌표를 남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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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22-1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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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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