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캐나다에 론칭한 ‘포켓몬 고’는 캐나다 전체에 걸쳐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수많은 포켓몬 트레이너(게이머)들이 전쟁 기념비에서 게임을 하며 포켓몬을 잡느라 장사진을 이루자, 정치인들과 참전 용사들의 걱정을 야기시키고 있다. 캐나다 국가 보훈처는 지난 토요일 트위터를 통해 캐나다 전쟁 유적지나 전쟁 기념비 등을 방문 시에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을 삼가해 달라고 공지했다.
캘거리는 시 전체에 걸쳐 많은 전쟁 기념비들이 있고, 이 장소들의 대부분은 포켓몬들이 나타나는 장소이다. 센트럴 메모리얼 공원은 시의 가장 큰 포켓몬 고 게임 장소로 3개의 ‘포켓스탑(포켓몬과 아이템 등을 얻는 장소)’을 가지고 있지만, 매년 11월 11일에 참전 용사들과 대중들이 함께 보여 추모행사를 하는 기념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념비 근처의 분수대는 ‘포켓몬 짐’으로 플레이어들이 다른 플레이어들과 배틀을 할 수 있는 곳이다.
National Peacekeepers Day를 위해 캘거리에 모인 참전 용사들은 기념비들은 추모를 위한 공간으로 남겨져야 한다며, Canadian Association of Veterans in United Nations의 릭 라이트는 “포켓몬들을 기념비에 숨겨두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전했다. 라이트는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념비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콘크리트 덩어리로 여기는 것이다.”라며, “만약 배경지식이 없으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 나는 이것이 교육 시스템의 오류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포켓스탑과 짐은 보통 주요 지형지물들로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이 아이템이나 획득한 포켓몬들을 넣어두는 곳이다. 개리슨 그린에 있는 기념비와 버팔로 공원을 비롯해 참전 용사들의 이름을 딴 표지판들은 모두 포켓스탑이다. 라이트는 잘못의 일부는 이 유명한 게임을 개발한 Niantic에도 있다며 이들 역시 주요 지형지물의 의미나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전사한 군인의 가족들도 라이트의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캘거리에 거주하는 트리쉬 해몬드의 오빠인 레이몬드 아른트는 2006년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던 중 전사했다. 해몬드는 “기념비가 놀이터가 아닌 있는 그대로 남겨지길 바란다.”라며, “기념비는 숭고한 장소이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기억하고, 돌아본다. 이 장소는 그런 의미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포켓몬 고가 캘거리의 유적지에 관해 비난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은 캘거리 SW 지역 유대인 커뮤티니 센터 밖에 있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기리는 조각인 Ashes to Life에 빈번하게 드나들며 캘거리 유대인 협회의 비난을 샀다. 캘거리의 다른 기념비들과 마찬가지로 이 조각도 역시 포켓스탑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미국에서도 여러 유적지들은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의 출몰장소로 변질되고 있다.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과 알링톤 국립묘지는 방문객들에게 포켓몬 고를 플레이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라이트는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에게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기념비에서 물러나 줄 것을 권고했다. (이남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