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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회 문인협회 활동에 대한 쓴소리 _ 愚步(우보) 토마스 김 (캘거리, 시인 · 1급 문예교육지도사)

문인협회 활동의 풍경

문학은 다른 예술 활동과 마찬가지로 한 사회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라 하겠다. 이민 사회에서 문학은 이국땅에서 동포들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잇는 생명선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이민 문학의 현장을 보면, 그 본래의 순수성이 흐려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순수 문학의 이름을 내세우고 활동하지만, 실제로는 단체의 권위와 명예를 최우선으로 앞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몇몇 사람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문학단체를 좌지우지하며 운영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이민 문학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 활동의 뿌리는 진실이라는 절대 명제를 벗어난 모습은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작가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존중해야 하는 공간에서 이런 허접한 모습이 발견되는 것은 불편한 현실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이민 문학으로 한정하여 몇몇 문제점을 거론하고 제언을 하고자 한다.

이민 사회의 문학단체 중 일부는 내부 분열과 편 가르기의 결과로 얼룩져 있기도 하다. 제 생각과 다른 이들을 몰아내거나, 별도로 구성원을 규합하여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서 세를 다투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더 나아가 서둘러 한국 유명 협회의 이름을 빌려 단체나 동호회를 만들어서 운영하기도 한다. 또한 단체 설립 행사, 강연회, 신인상 공모전과 등단식 같은 대외 홍보용 행사를 경쟁적으로 펼치는 사례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민 문학 활동을 하는 상당수의 문인이 고국의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신인상을 받고 등단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물론 이런 제도가 신인들에게 문단의 문턱을 낮춰주는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그 이면에 출판사의 상업적 논리가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많은 문학단체가 관습화된 신인상 제도로 회원을 확보하거나, 도서 출판 절차를 통해 문인을 배출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형식의 등단제도가 지속되면서, 심사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사실 제도 자체가 아니라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양심과 공정 의지에 달려있다. 이런 관행의 폐해는 이민 문학의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독자들이 문학을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당선작 선정의 불투명성과 인맥에 의한 선정 문제 또한 현 등단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AI와 로봇이 세상의 기본 질서를 뒤집어엎고 있는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문학계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소설가 황석영이 창작에 AI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고백했고,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마저 신작에 AI를 사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필자도 창작 자료 수집을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제 AI를 이용한 창작은 예술 세계에서조차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변화를 위한 쓴소리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문학단체의 운영이 몇몇 사람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의사결정은 민주적으로 집행되어야 하며, 회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비영리 단체라 하더라도, 회비나 정부 지원금에 대한 회계는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신인상 제도 역시 친소관계를 따를 우려가 있는 형식적인 등단 절차가 아니라, 심사의 공정성과 문학적 성취 및 창작의 진정성을 평가하는 본연의 기능이 작동하도록 객관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유사성이 있는 단체 간의 연대나 통폐합과 같은 상생의 장 또한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한 지역 내에서 다수의 유사한 단체가 난립하여 서로를 경쟁자로 보는 대신, 창작 의지와 다양성을 존중하되 함께 힘을 모아, 교민사회의 단합은 물론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는 이민 문학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이민 문학이 새로워지려면, 문인들의 문학적 양심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문인은 일반인보다 뛰어나게 높은 지성과 견문을 갖춘 품격있는 존재가 아니며, 옛날 선비와 같은 특별한 이름표를 가진 사람도 아니란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문인들은 문학은 고독한 내면에서 길어 올린 진실의 언어라는 진리를 인식하여, 자신의 삶을 늘 관리하며 겸손한 자세로 모범적인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문인협회는 AI에 의해 변화된 창작환경을 진지하게 수용하고 세상의 조류에 순응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가까운 시일 내에 AI가 문학작품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속도로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어서, AI 지능이 사람보다 훨씬 더 앞설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등단제도는 무의미하게 되어 결국 폐지될 것으로 감히 예견되며, 현명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이민 문학은 경계에 서 있다. 순수 문학을 지향하느냐, 이름뿐인 문학의 형식을 소비하느냐의 갈림길이다. 이민 사회에서의 문학 활동은 문학상을 받기 위해, 한국의 문학단체로부터 인정을 얻기 위해 하는 작업이 아니란 점을 먼저 동의해야 한다. 문인들은 이국땅에서 경계인으로 사는 동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삶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동포들이 모국어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소임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민 사회가 문학의 진정성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활동하는 문인 각자의 양심과 진정성 덕분일 것이다. 문학은 결국 작가의 마음에서 시작되고, 그 마음의 깊이가 작품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제 모든 문인은 자신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왜 문학단체 활동을 하는가?' 이 물음에 솔직하게 답하고 성실하게 실천할 때, 비로소 이민 문학은 세상의 등불이 될 것이며 문인들 또한 우리 곁에서 품격있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



기사 등록일: 2026-05-29


사계절4 | 2026-05-29 1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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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 토마스 김 님의 깊이 있는 통찰이 담긴 글, 참 인상 깊게 잘 읽었습니다. 우리 교민 사회의 문학 발전을 위해 진심 어린 고민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의견에 깊이 공감하는 부분도 많지만, 제 생각과 조금 다른 지점도 있어 조심스레 몇 자 적어봅니다.

먼저 인공지능이 가져온 창작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말씀에는 깊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AI의 지능과 객관적인 평가 능력이 아무리 무서운 속도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문학의 근간이 되는 인간 고유의 깊은 감수성까지 온전히 추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글이라는 것은 결국 기계적인 완벽함이 아닌, 사람의 진실한 마음과 내면의 울림에서 피어나는 것이니까요.

이와 함께 유사 단체 간의 연대와 통폐합을 통해 상생의 장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뜻깊게 다가왔지만, 이를 하나로 합치기보다는 각 단체가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방향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분야든 독점보다는 다원화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건강한 경쟁이 더 큰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기도 하니까요.

협회 운영에 있어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 역시 타당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완벽하지 않듯, 비영리 단체를 꾸려가는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인간적인 얽힘과 관계망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든 현실인 것 같습니다. 뛰어난 실력도 중요하지만, 공동체를 향한 헌신이나 구성원 간의 따뜻한 배려, 친화력 같은 부분들도 협회를 든든하게 지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조금 부족하고 서툰 모습이 보이더라도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다독이며, 사람 냄새가 묻어나는 따뜻한 문학 생태계로 함께 가꾸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사람 | 2026-05-30 1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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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부족한 글을 다정하게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사려 깊은 배려와 소중한 의견을 존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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