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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듣는다, 아픔이 되어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297 작성일 2005-05-01 20:39 조회수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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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듣는다, 아픔이 되어 / 안희선 
         

욕심없는 풀은 언제나 소박함으로
그 빛깔을 취한다.
  • 형형색색 아름다운 꽃들이 그 자태 뽑내느라 제각기 짙은 향기 경쟁하듯 피워올려도 풀은 오직 다소곳한 모습으로 질투하지 아니한다. 시기를 아니한다.
  • 그래서 오히려 청초한 빛 머금고 빼어난 순결함되어 자기도 모르게 나날이 변해간다.
  • 정말 제 자신은 알지도 못한 채 홀로 푸르게 가는 것이다.
  • 바람 불어 세상 이야기 들려오면 외로움만은 떨치려는듯 단 하나 소망안고 살며시 고개들어 귀 기울인다.
  • 그리곤 이내 그 진동에 공명된듯 가녀린 몸을 떨며 이야기에 가슴 적신다.
  • 그 모습 애처러워 안쓰러운 마음 하나도 달빛되어 풀을 감싼다.
  • 고요가 어머니 손길처럼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풀벌레 몰려와 밤하늘 별처럼 노래 부르고 풀은 슬픈 이야기 괴로움 떨치듯 우~ 몸 흔들며 홀로 하는 춤사위로 외로운 밤 밝힌다.
  • 그렇게 밤 이야기 흐른 끝이면 슬픔 못이겨 아롱진 눈물처럼 고운 이슬이 메어진 풀의 가슴 헤치고 아침햇살 받으며 아픔의 이름으로 영롱하게 맺혀있는 것이다.
  • 언제나 그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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