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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
작성자 조 윤하     게시물번호 -115 작성일 2003-10-30 09:35 조회수 2336

         기러기 아빠

 

내가 사는 땅에

해마다 철새 날아와

알수 없는 언어를 노래 하네.

 

쇠기러기, 목기러기

먼 비상의 쇄진함이

어린새의 날갯짓 안심 할수 없어

어미새 까지 따라나선 구만리길.

 

먹이가 아닌

텃새 둥지도 아닌

끼륵 끼륵 툰두라 낯선땅의 혀굴리는

울음인가 웃음인가

지저귀는 그소리 그리 간절 했더가.

 

어미, 새끼, 다 떠난 빈 자리

혼자 남은 손엔

슬픈 명함 한장

" 기러기 아빠 " 라 글자 박혔네.

 

흩어진 체온

좁힌 공간으로 끌어안고

눈물로 넘기는 라면 봉지 곁에

차곡히 쌓아놓는 아빠의 에너지는

얼마를 더 환전해야 시름이 끝날까.

안개비처럼 눈밑이 점차 흐려 오는데

삶은 살아갈수록 알수 없는 미궁

믿음없는 것들로 너무 어지럽구나.

 

하필이면

가족사랑 남다른 기러기가족

빈 무덤 같은 둥지위에

혼 자 눈뜨는 연습이

이토록 잔인한 일일줄 미쳐 몰라

 

하늘속 가장 깊은 빛

차라리 꿈속으로 날아간

슬픈 기러기 아빠

어젯밤은

지상의 마지막밤

하늘아래 가장 기나긴

잠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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