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마음이 아프기는 교민님과 크게 다를바 없으며
사건의 해결여부와 그 내막의 진실성에 관계없이
아마도 캘거리에 사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 속에는
또하나의 씁쓸한 기억이 깊이 새겨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럼에도 희망하기를 멈추지 않아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자조와 불신의 늪에서 고통 받는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기' 라든가
아니면 '같은 민족끼리 등쳐먹기'라든가 또 아니면 서로간의 입장차이로 인한 단순 갈등과 분쟁이라든가 하는 문제 그 자체라기
보다는 어쩌면 현대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일종의
사회병리적 현상에 대해 유독 이민 사회에서 보이는 익명의 다수에 의한 새디즘적인 난도질이 더욱 문제라고
말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마치 이와 같은 류의 악행 또는 갈등과 분쟁이 마치
이민자사회에서만 발생하는 것처럼 자조하고 필요 이상으로 물어뜯으며 온갖 상상력과 부풀리기를 동원하여 완전히 거덜을 내 놓는 형국을 연출하고야 말았습니다.
사실 이 같은 류의 분쟁과 갈등은 어느 사회에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오히려 본국이나 이곳 캐나다, 또는 미국사회에는 이보다 훨씬 더한 일들과 상상을 초월하는 명백한 범죄, 엽기적인 일들이 매일같이 홍수처럼 발생하여 쏟아지는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일에 대해 우리는 더욱 이성적으로, 통상적으로 접근하며 해결을 이루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다만 정상적인 사회,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아무도 이런 문제를 인터넷 어떤 싸이트에다 올려서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인터넷은 그저 관찰자일 뿐이지 판결자가 아닌 것이며 따라서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되는 어떤 사안에 대해 함부로 인터넷에다가 올려서 해결을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당연히 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법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을 하는 것이 상식인 것이요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가령 어떤 영업소에서 어떤 잘못을 했다는 식의 일방적인 비리폭로 같은 것도 일종의 `잔인한 사형私刑'과도 같다는 점에서 매우 삼가야할 부분입니다.
법을 어긴 것이 있거나 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지 마치 공개처형하듯이 인터넷에다 익명성으로 고발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직접처벌'의 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직접처벌이 아무런 제재없이 행해진다면 우리는 매우 야만적인 시대로 돌아간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시는 이같은 피해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경종을 울리겠다는 선한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배려는 사실상 스스로의 경솔함과 부주의함에 대한 폭로에 다름이 아니며 일종의 치기어린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상식을 가진 어른이라면 피해자의 방식대로 금전거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인 것이요 따라서 그것에 대해서 굳이 따로 경종을 울릴만한 것은 못된다고 봅니다. 사회 어디든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면 온갖 종류의 '해먹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며 또 본의 아니게 결과적으로 '해먹은' 식이 되는 일들이 허다하기 때문에. 따라서 어떤 거래에 대해서, 특히 금전 거래에 대해서는 주먹구구식으로 행해서는 안되는 것이 상식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피곤한 일인 것입니다. 챙기고 보호하고 알아보고 점검해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번 문제를 이런 식으로 - 마녀 사냥하는 방식으로 마구 대해버린 결과 , 마치 냄비에 물이 끓어 넘치는 것처럼 벌떼처럼 들러붙어 순식간에 역병 번지듯이 난도질이 이루어진 결과 문제는 문제대로 전혀 해결이 되지 않은 채 불신만 쌓여
교민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우리 모두의 의식 속에 피해의식이 더욱 깊게 새겨지는 결과만 남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제가 서두에서 말씀 드린 대로 우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긍정, 밝은 미소와 넓은 마음, 관대한 배려, 용서와 화해, 신뢰와 자부심 등을 거두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나 차분함과 상식, 이성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일이 비단 우리 캘거리 한국인 이민사회에서만 일어난 일로 자조하거나 그로 인해 불신의벽을 새로이 쌓거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출발은 바로 나 자신의 변화로부터' 를 각자가 모토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이땅은 더욱 향기로워질 것으로 확신하니다.
우리 모두 서로를 품어주고 위로해주며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창가
에 스며드는 햇살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이 곳에서의 삶이 정녕 평화롭고 자부심이 가득한 날들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피해를 보신 분에게는 실제적인 해결이 되어 앞으로의 삶에 더 이상의 상처와 좌절이 없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일의 상대방께서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시고 선한 노력을 다하셔서 명예롭게 재기하시기를 또한 기원합니다.
☞ 교민 님께서 남기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