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인
흰 이끼를 닮은 머리털의
김노인,
뿔테안경 밖으로 읽은 세월은 낯익은 찬 바람만 가득하다.
햇볕에 서리어 눈부신 공원엔 귀먹은 빛을
잠재우는 청춘이
저 홀로 만세 부르고,세상살이 분망한 젊은 도시의 한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따분함은 하품
한번 끝에 풀지못한 하소연과
눈물을 섞어 차가운 육체에 겨우 숨이나 붙이듯 두런 두런
이야기 만들어,너털웃음
짓는 허전한 주머니 속엔 달랑이는
경로우대증 하나.
그래도 이민 간 자식자랑에 오늘도 입에 침 마르는 김
노인,
말끝에 숨기지 못한 창자가 헛헛하고.
무표정한 사람들의
시장한 점심 한끼가 그렇게
컵라면으로 때워지는 시간;
그에게 다시 못올 가을이 미끄러 떨어지는 양
흘러간다.
처량히 끝나가는 흐릿한 건망증,
하늘의 가장 높은 지붕 아래 잠드는 환한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