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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인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54 작성일 2003-09-03 08:50 조회수 2271


   김노인

 

 

 

 흰 이끼를 닮은 머리털의 김노인,
 뿔테안경 밖으로 읽은 세월은 낯익은 찬 바람만 가득하다.
 햇볕에 서리어 눈부신 공원엔 귀먹은 빛을 잠재우는 청춘이
 저 홀로 만세 부르고,세상살이 분망한 젊은 도시의 한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따분함은 하품 한번 끝에 풀지못한 하소연과
 눈물을 섞어 차가운 육체에 겨우 숨이나 붙이듯 두런 두런
 이야기 만들어,너털웃음 짓는 허전한 주머니 속엔 달랑이는
 경로우대증 하나.
 그래도 이민 간 자식자랑에 오늘도 입에 침 마르는 김 노인,
 말끝에 숨기지 못한 창자가 헛헛하고.
 무표정한 사람들의
 시장한 점심 한끼가 그렇게 컵라면으로 때워지는 시간;

 

 그에게 다시 못올 가을이 미끄러 떨어지는 양 흘러간다.
 처량히 끝나가는 흐릿한 건망증,
 하늘의 가장 높은 지붕 아래 잠드는 환한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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