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노트 위에 빛바랜 잉크자국,
그런데 늘 마르지 않았다.
잔기침으로 각혈하는 추억이
오랜 세월의 흐름을 타고 가슴에 번진다.
흔적도 없이 남아있는 사람은 평생토록
아무런 사랑을 받지도 못한 채, 모질게 숨쉬고.
삶이란 그렇게 엉뚱하고 신비한 행진이어서
마침표 없는 착잡한 외로움은 끝도 없다.
계절과는 상관없이 시들어 가는 숱한 햇빛 아래
헐벗은 몸을 숨기는 새 한마리.
가라앉는 하늘의 급류에 낯선 해후(邂逅)처럼
그 모습이 참 멀고도 가깝다.
그러나, 눈뜨면 모든 것 사라지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