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그대의 얼굴이
내가 그리는 꿈의 포말(泡沫)처럼
투명한 아침의 공기 속에 어른거리고,
지난 밤, 숨 허덕이며 달려온
괴로움 많았던 나의 불면은
방랑의 껍데기같은 나뭇가지 사이에서
부서지는 왜소한 몸부림.
정원에 남아있던 여름은 몸서리치고
상처의 기억들은 영롱한 표정으로
계절의 옷을 갈아입는데,
안식을 그리는 나의 두 눈에 문득 비친 그대는
온갖 슬픔과 기쁨을 이해한 얼굴로
나에게 악수 청하니,
나는 다만 내 황량한 가슴이 부끄러워
서투른 몸짓으로 손을 내밀 뿐.
가을이 찾아드는 길목에서
비로소 나는 시린 영혼에 그대의 빛을 담으니
그것은 정녕,
춤추는 공간 속에 도망가던 한 깨달음이
어쩌다 나와 마주쳐 던지는 뜨거운 시선(視線).
억세기만한 시간 속에서도
힘겨웁게 만발한 그 옛날의 꽃 한송이 손에 들고서
혹은, 내가 아지못할 저 피안(彼岸)의 언덕에
바람으로 머무는 그대 얼굴의 신비한 미소 바라보면서,
맴돌던 나의 영혼은 그대의 황홀한 입맞춤으로
어느덧
깊은 하늘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