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하수상 하다 보니...生活이란 틀 안에서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자연,경계를 하게되고 알게 모르게
이해관계의 念이 앞서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상대를 위한 작위적인 공감도 하게
되고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웃음과 급조된 辯說로 상대의 의중을
살피기에 급급해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가슴 한편에는 씁쓸한 만남의
멍울들을 지울 길
없어 이 헛헛한 세상이 안겨다주는 어쩔 수 없는 처량함을
삶의 흔적으로 마음에 새기는
아픔이 종종 있게되는 것이다.
그런 자괴의 念을 지닌 채, 오랜만에 李白의
시편들을 읽어보았다.
대체로 그의 시편들에는 분방한 감정의 적극적 방류와 지나친 낭만의
서정에 편류하고 있다는
비판적 느낌이 없지 않으나,그 꾸밈없는
인간적 정취로 자연스레 발산되는 시흥에서 구애받지 않는 한 자연인
의
眞率한 삶의 양식을 엿보게 된다.
그같은 그의 시편중에, 지극히 단아하면서도
시적정취 그윽한
천의무봉(天依無縫)의 마음을 담은 시 한편이 있어,
세상만사를 잊고 그 詩香에 흠뻑
젖어본다.
對
酌
李 白
둘이서
마시노라니
兩人對酌山花開
산에는 꽃이
피어오르고
한 잔 한 잔
기울이다 보니
一杯一杯復一杯
끝없는 한 잔
나,이제
취했으니 그만 자려네 我醉欲眠卿且去
자넨
갔다가
내일 아침 마음
내키면
明朝有意抱琴來
거문고 안고 오게나그려
간명한 七言絶句로 된 이
시의 原題는 [ 山中與幽人對酌 ] 이다.
뜻인 즉,
山中에서 幽人( 山中에 은거하는 이 )과 술잔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지극히 평범한 언어의 나열이되,더 할 수
없는 멋으로 가득찬 절창이다.
시 전편에 皎皎한 달빛처럼 흐르는 자연과의 조화로움,그리고 그안에
존재한
인간으로서 인간을 지순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구구절절 넘쳐흐른다
일체의 대립은 없고,더우기 인위적인 作心의 내포가
있을리 없다.
단지,사람도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순응하여 살 뿐이라 사람을 사귀되,
하등의 걸림이 없고
꾸밈없는 인간의 맑은 情만이 소담스레 살아 숨쉰다.
자연 속에 꽃 피고 짐이 모두가 저절로 이듯,더불어 함께 마시고
싶으니
마실 뿐,거기에는 아무 다른 눈초리가 없는 것이다.
도중에 벗에게 말하길, 취해서 졸리우니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
이것은 陶淵明의 詩句에서 따온 말이긴 하지만,말하는 이에게 다른 뜻이
있음도 아니고 듣는 쪽도
물론 자연스럽게 들어줌을 알 수 있다.
특히 結句에 있어, 뜻이 있거든 거문고
들고 다시 오라는 표현은...
그 은근한 情이 지니는 깊은 멋이 기나긴 여운이 되어 마음을 더욱 사로
잡게
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한 세상 살면서,사람을 대함이 이 같아야
할 것을...
새삼, 날이 갈 수록 초라해지는 나 자신의 냉냉한 마음가짐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바야흐로 가을은 맛좋게 홀로 익어가는데,더불어
그윽한 술잔을 나눌
사람들이 얼른 눈에 뜨이지 않는다.
문득 언젠가 고국의 방배동 詩까페,
랑데뷰에서 함께 자리했던 몇몇 그리운
文友들이 보고 싶다.
愁心으로 깊어가는 이
가을에...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