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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6]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것은 온 인류의 복음이 될 수 없다!
작성자 늘봄     게시물번호 10740 작성일 2018-03-12 09:20 조회수 2187

교회기독교는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죽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며, 이것을 인정하면 죽은 후에 하늘 위 천국으로 올라가고, 믿지 않으면 땅 아래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소위 구원의 복음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복음은 기독교인만이 구원받는다는 배타주의와 우월주의 복음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적 예수는 그런 복음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았다. 신약성서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면 예수의 정신은 이분법적이기 보다 우주적이며, 보상심리의 조건부 구원이기 보다 아무 조건없는 사랑과 용서의 만인구원이다.

 

구원의 복음(좋은 소식)은 인류사회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적-정치적-사회적 주요 관심사이다. 그렇다면 21세기에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우리 모두의 구원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구원받아야 하나? 아니면 구원이란 어느 특정 인종과 종교와 선택된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런 이분법적 구원은 종교 지도자들이 만든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복음(福音)은 어느 특정 종교의 독점물이 아니다. 왜냐하면, 복음이란 말은 신학적이고 종교적인 용어도 아니고, 믿어야만 하는 교리도 아니고, 단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좋은 소식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음이란 말을 자신들 만의 특수한 교리로 믿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반지성주의를 추구하고, 철학과 과학을 거부하고 그리고 비판 이론을 거부하면서 자신들의 복음을 자신들이 설정한 경계선 안에서 내부적이고 은밀한 언어로 사용한다. 내부적 은어들이란 내부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만 진실하다. 심지어 이렇게 믿는 것이 충실한 믿음이라는 망상에 사로 잡혀있다. 상식적으로 복음은 진화신학에서 내부적이거나 비밀스러운 언어가 아니라 세속적이고 현실적이고 우주적인 말이다. 진화신학의 복음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모든 개체들과 전체들이 통합적으로 아무 조건없이, 종교적 정치적 경계없이, 자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이다. 

 

복음이라는 말이 진정 좋은 소식이 되는 것은 불의한 탄압과 착취와 차별과 절망과 불행이라는 나쁜 소식에 대한 구원의 소식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기독교 신약성서에 처음으로 복음(Gospel, Good News)이란 말이 등장한 것은 1세기무렵 역사적 예수가 로마제국의 혹독한 통치와 착취에서 신음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이 땅 위에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가 세워져야 한다고 선포한 좋은 소식이었다. 예수의 복음은 정치적-종교적-사회적 불의 즉 불평등과 탄압과 착취와 차별로 인해 빈곤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었다. 역사적 예수가 복음을 선포할 때에 죽음 후의 내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다만 예수는 로마제국의 황제가 통치하는 나라를 거부하고, 그대신 하느님이 통치하는 정의와 평화와 사랑의 나라를 지금 여기 이 땅 위에 건설해야 한다는 현세의 복음을 선포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후대의 교회 지도자들이 예수의 복음을 내세지향적인 구원론으로 변질시켰다. 예수가 선포한 복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세를 믿어야 하는 교리가 아니라, 현세에서 사는 방식이다. 오늘날 인습적인 종교들의 믿음체계가 만든 천당지옥의 복음은 일상생활 속에서 나쁜 소식을 체험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지 않을뿐만 아니라 모순투성이다. 특히 현대과학을 배우고 우주진화 서사시를 이해하면서 자율적으로 삶의 의미와 목적과 비전을 찾으려는 세대들이 전통적인 종교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삼층 세계관의 형이상학적 내세를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젊은 세대들의 주요 관심은 죽은 후에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 위기들 즉 생태계의 파괴, 환경의 오염, 기후온난화,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종교차별, 인종차별, 빈곤과 질병, 전쟁와 테러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인류의 웰빙을 위해 실천적으로 사는 것이다. 종교의 축복과 복음은 실제적인 현실을 무시하거나 떠나는 것에 있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138억 년이란 심원한 시간과 공간의 전체적인 실제-통합적인 실제를 인식하고 신뢰하면, 고대 기독교인들이 2000년 전 로마제국의 혹독한 탄압 아래 암흑과 절망 속에서 체험했던 복음-좋은 소식이란 말이 오늘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심층적으로 깨달아 알 수 있다. 구원의 복음은 기독교뿐만아니라 모든 종교들의 공통적인 핵심사상이다. 또한 복음은 온 인류가 원하는 좋은 소식이다. 복음은 어느 특정 종교의 신자가 되고, 그 종교가 만든 교리를 믿어야만 구원받는다는 이분법적이고 편협한 소식이 아니다. 오늘 인류의 공통 창조 이야기인 우주진화 서사시는 개인적으로 관계적으로 공동체적으로 인류에게 계시된 복음이다. 따라서 복음의 참된 의미는 인류사회의 다양한 믿음과 신앙과 철학과 사상을 우주적으로 포용하는 통합 비전이다. 복음은 인간이 온갖 불의와 자기만족의 노예화로부터 해방되는 좋은 소식이다. 복음은 인종, 종교, 정치, 경제, 철학, 문화의 경계 넘어 인간이 자율적으로 자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소식이다. 복음은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개체들과 작은 전체들과 더 큰 전체들이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공통으로 좋은 소식이다.

 

오늘날 삼층 세계관적 복음에 세뇌당한 많은 종교인들은 믿음체계가 만든 구원론의 교리를 믿기만 하면’(인정하면) 지옥으로 떨어지지 않고 구원받아 천당으로 올라간다는 망상에 빠져있다. 다시 말해 믿음체계는 우주를 천당--지옥의 세 가지의 다른 세계들 즉 삼층 세계관으로 사람들을 속여왔다. 무엇보다 몸()과 영혼(정신)을 분리하는 이원론으로 물질세계 밖에 영적 세계가 분리되어 존재한다고 사람들을 혼돈에 빠트렸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세계는 상중하 층의 경계도 없고, 영의 세계는 인간뇌의 내면적 현상일뿐이며, 따라서 이 세계는 오직 하나의 세계로서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첨단과학시대의 우주진화 세계관적 복음은 지금 여기에서 죽음의 두려움과 이기적인 욕심없이 순간순간 영원함을 느끼면서 자유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이다. 결론적으로 진화신학의 현세적 복음은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 건설의 비전이며, 휴머니즘(인도주의)이며, 종교적 자연주의이며, 실천적이고 태양처럼 사는 것이며, 생명에 대한 강렬한 종교적 사랑이다.

 

우주진화 이야기가 밝혀주는 온우주(Kosmos)를 인식하고,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이 밝혀주는 인간의 진화적 온전함 즉 인간의 본성을 인식하는 것은 온 인류에게 복음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때로 유혹과 타락과 실수를 범하고 후회와 좌절과 죄책감에 빠진다. 적어도 지난 1700년동안 기독교 종교체계는 원죄론을 창안하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라는 거짓말을 해왔다. 그러나 진화과학에 따르면 우리는 죄인이 아니다. 우리에게 파충류뇌의 탐진치 기질이 있는 반면에, 이성적이고 창조적으로 살 수 있는 포유류뇌의 기질도 지니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은 이 시대의 복음이다. 유혹과 타락의 기질은 진화적일뿐이며 죄가 아니다. 또한 죄에서 구원받는 길이 특정 종교의 교인이 되고, 특정 교리를 믿어야만 한다는 복음은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속임수에 불과하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우주 이외에 외부적인 다른 세계(영적 세계, 천당, 지옥)는 없다는 과학적 사실을 인식하고, 우리 인간은 죄인이 아니라 깨끗하고 성스러운 생명체라는 인간의 온전함을 인식하고 살아내는 것이 인류에게 공통적인 복음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오강남.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북성재, 2011

존 쉘비 스퐁, 만들어진 예수 참 사람 예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9

존 도미닉 크로산, 역사적 예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0

로버트 펑크, 예수에게 솔직히, 한국기독교연구소,1999

토마스 베리 & 브라이언 스윙, 우주 이야기, 대화문화아카데미, 2010

토마스 베리,  위대한 과업, 대화문화아카데미, 2008      

돈 큐핏, 떠나보낸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Cupitt, Don, A New Great Story (새로운 위대한 이야기), Polebridge Press, 2010

__________, The Fountain: A Secular Theology, SCM Press, 2010

__________, Theology’s Strange Return, SCM Press, 2010

Funk, Robert & Borg, Marcus, The Once and Future Jesus, Ploebridge Press, 2000

Miller, Robert eds, The Future of the Christian Tradition, Polebridge Press, 2007

Polkinghorne, John, Belief in God in an Age of Science, Yale Univ Press, 1998

Swimme, Brian Thomas & Tucker, Mary Evelyn, Journey of The Universe, Yale Univ Press, 2011

Krauss, Lawrence M, A Universe from Nothing, ATRIA Paperback, 2012

Wilber, Ken, The Integral Vision, Shambhala,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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