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 고정숙
꼬깃꼬깃 접힌 하얀 편지 한 송이, 손 안에 피어났다 꽃술처럼 들쑥날쑥 써진 글자들 젖내음 나는 여백, 누르면 뚝 뚝 떨어질 것 같은 젖 방울인데 양파깡 과자 한 봉지 선물과 함께, ‘엄마, 생일 축하해’ 하며 달아나는, 눈이 부셨다
가지의 등뼈를 자근자근 밟으며 자라는 꽃 커질수록 그 무게에 굴곡지나 햇살처럼 발산하는 빛에 충전되는 건전지 모양의 가지
뙤약볕에 살점 쩍쩍 갈라진 줄기는 무성한 전선줄 뿌리, 흙 속 깊이 플러그로 꽂아 제 몸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방송 새들에게 계절마다 울긋불긋 들려주고 싶어하고 태풍에는 잡음도 무성하다
나보다 훌쩍 키가 커버린 큰 아이 손에 들려있는 봄이 완연한 꽃다발 가지를 곧 떠날 것 같은 하얀 꽃잎 편지지에 빽빽이 써진 글
생크림 케익 한 조각 먹는데 속에서 갑자기 울렁 울렁
현재 독일 거주
<감상 & 생각>
목련을 소재(素材)로 한, 시는 참 많다.
그건, 아마도 꽃이 지닌 복합적 이미지 때문인듯 하고. (화사함과 더불어 그 어떤 애틋함, 또는 생시 같은 하얀 꿈 等)
어쨌던, 시에 있어 목련은 시어의 문맥(文脈) 상으로 떠받힘을 받고 있는 의미(意味)에 의해 결정되는 것.
시에서 화자(話者)는 아이(딸인지, 아들인지?)로 부터 받은, 하얀 편지를 한 송이 목련으로 말하고 있는데.
생각하면, 어미로서 자식을 키운다는 건 얼마나 많은 굴곡진 일이던가.
하지만, 한시라도 자식을 향한 사랑과 근심은 멈추지 않고.
그 모든 걸 아이가 헤아릴 길이야 없겠지만, 하얀 편지에 꽃 수술처럼 들쑥날쑥 써진 몇 글자들. (아마도, 사랑이었을)
그 어떤 生日 선물보다 향기로웠을, 그 한 송이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짐은 화자만의 몫은 아닐게다.
정말, 시를 쓰고 읽는 일은 체험(體驗) 나누기이며 감동(感動) 나누기인 것을.
가슴 울렁한, 그 하얀 사랑이 엄마의 가슴에서 한 송이 목련이 된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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