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권 이양이 확정되었을 무렵 나온 질문은 세 가지였다.
첫째 미래한미연합사 (이하 연합사)사령부는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둘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과연 한국군 사령관이 주한미국군 극비보안시설인 핵심정보자산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셋째 실전경험이 없는 한국군 출신 사령관이 전쟁국가 미국의 군대를 지휘할 수 있을까?
1. 사령부는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연합사 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영내에 두는가 아니면 평택에 있는 미국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두는가는 한국측으로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였던 것 같다. 한국측은 전평시작전권 전부를 보유하게 될 한국군 합참의장이 근무하는 한국 국방부 영내에 사령부를 설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2017 년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 빈센트 부룩스가 사령부의 한국 국방부 영내 설치에 동의하는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에 서명했을때만 해도 사령부 서울 (용산) 잔류가 확정적인 듯 했다.
그런데 이 계획이 미국측에 의해 갑자기 뒤집어지면서 연합사의 전쟁지휘사령탑은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한미연합사의 전쟁지휘소는 이른바 미8군벙커로 알려진 지하벙커 외에도 통상 Command Point TANGO라 불리우는 청계산 전구지휘소가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전구는 '전구다마(light bulbs)' 할 때 그 전구가 아니고 육해공군 전력이 합동으로 참가하는 전쟁구역이라는 의미로서의 전구(戰區)를 의미한다. TANGO 역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할 때 그 탱고와는 다른 의미이니 혼동하면 안된다. 전구를 지휘하는 전쟁지휘소라는 의미로 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 의 약자다.)
미국측이 연합사 사령부를 캠프 험프리스로 정하게 되면서 한국측은 합참의장이 아닌 별도의 한국국 대장으로 사령관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는 한국군 통수지휘계통상이 있는 합참의장보다는 자기들이 다루기 쉬운 위상의 한국측 사령관을 임명시키기 위한 수작의 일환이기도 하다.
연합사 핵심주요보직인 참모장 역시 한국측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한 사람 씩 두 사람의 참모장을 두자고 제안했으나, 2017 10 월,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의 일부 언론은 연합사령관을 합참의장이 겸직하지 않고 별도의 한국군 대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를 무슨 업무과중이라든가 대장계급TO 유지 같은 것을 들고 있는데, 그런 이유 전혀 아니다.
2.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과연 한국군 사령관이 주한미국군 극비보안시설인 핵심정보자산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싸르니아의 예정적 판단을 말하자면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연합사 사령부가 들어설 캠프 험프리스는 시설구분에 특이한 점이 있다. 연합사 시설을 미국 국방부 시설과 분리해 놓은 점이 그것이다. 연합사 사령관은 자기가 지휘하는 시설인 연합사 시설에는 제한없이 출입이 가능하다. 미국 국방부 시설은 그렇지 않다. 한국군 대장인 연합사 사령관이 미국 국방부 시설에 출입하려면 별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미국 국방부는 이 한국군 고위장성에게 시설 출입자체는 허가해 줄 것이다.
그 시설 중 아무리 동맹군 사령관이라고 하더라도 외국인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특별구역이 있다. SCIF 또는 SCIP 가 그 구역이다. 발음상 'skiff' 또는 skip 이라고 부른다. '보트타고 쌩까고 지나가'든지 '신경끄고 그냥 지나가요' 라는 의미다. '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 Facility' 라고도 부르지만 통상 'Security Cooperation Information Portal' 이라고 한다. 주한미국군의 극비보안 정보자산이 집결해 있는 이 시설은 연합사가 아닌 미국 국방부 시설안 은밀한 구역에 있다. 전쟁지휘소의 핵심시설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이른바 war room 이라는 두 음절의 짧은 이름으로 부르는 작전통제실이다.
이 극비보안시설은 15 cm 고해상도 첩보정찰위성, U-2 정찰기 등이 보내온 정보는 물론 미국 본토 팬타곤과 국가정보국 산하 17 개 정보기관이 보내온 유관정보자산들이 실시간으로 집결하는 곳이다. 미국은 미국인 정보시설 접근 인가권자인 연합사 부사령관과 참모장 등을 통해 일부 정보를 외국인 상관인 한국인 사령관에게 '보고'라는 형식으로 전달할 수는 있다. 별도의 한미합동상황실을 통해 일부 정보를 열람하게 할 수도 있다. 명목상이긴 하지만 상급자는 상급자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정부의 B1, 또는 한국군 합참본부의 B2 벙커와 일부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인 연합사 사령관이 직접 미국정부의 핵심 정보자산에 직접 접근하여 모든 정보를 열람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3. 실전경험이 없는 한국군 출신 사령관이 전쟁국가 미국의 군대를 지휘할 수 있을까?
설령 극비보안정보자산에 접근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미국군 핵심정보자산들을 운영해 본 경험은 커녕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을 한국군 장성이 정찰위성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략폭격기 편대가 무슨 무기를 적재하고 어떤 명령체계를 통해 출동하는지도 잘 모를텐데 무슨 재주로 미국군의 해공군전력을 지휘하는 작전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의사소통이다. 한국국민들 중에는 그래도 대장쯤 되면 영어로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군인은 고사하고 영어교사들이 미주로 연수와서 통역사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한국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영어에 특화된 사람이 아니라면 함참의장이든 별도의 대장이든 통역없이 영어로 지휘를 할 수 있는 장성의 수는 매우 드물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국가의 통수지휘계통에 있는 합참의장이 연합사 사령관 자리에 앉아 올라오는 서류를 읽고 결재서명이나 하면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것 보다는, 별도의 한국군 대장이 그 자리를 맡아 얼굴 드러내지 않고 그냥저냥 세월이나 보내는 것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하고 한국의 입장에서는 굴욕이 덜한,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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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연합사 사령관에 한국군 장성이 임명되면 현재 연합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군사령관은 연합사령관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임명될 수 밖에 없다.
유엔사령관의 임명권자는 미국 국방부 장관이므로 당연히 그 자리에는 주한미국군 사령관 겸 연합사 부사령관이 임명될 것이다.
이미 유엔에서 해체를 결의한 유엔사는 불법조직인데, 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은 한국영토를 본거지로 하고 있는 이 불법무장조직를 해체하기는 커녕 한미연합사와는 별도로, 또는 전시에는 그보다 실권있는 조직으로 확대하여 운영하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유엔사의 특징은 다국적군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이 다국적군에 일본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한국영토를 본거지로 하고 있는 이 다국적 무장조직에 일본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부아를 돋구기 위해서가 아니라, 첫째 해양-대륙세력간 대립의 동북아 중심축이 일본이고, 일본의 통신/감청/영상 첩보기술이 미국을 뺨칠 정도로 고도화 첨단화 되어 있어 군사동맹적 파트너로서의 유익이 상당한데다, 이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데 실력으로나 미국과의 우의로나 일본만큼 믿음직한 동맹국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연합사에 대한 전평시작전권을 모두 한국에 넘겨주는 대신,
전쟁이 발발할 경우 유엔사를 통해, 때로는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통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자국 군사력을 통제하고,
동북아 지역에서 언제 전개될지 모를 대륙세력과의 전쟁상황에 대비하겠다는 새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도 미래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모자를 형식적으로 쓰고는 있으되,
실질적인 정보자산을 움켜쥐고 있는 주한미국군 사령관이자 유엔군사령관인 미국군 장성이 사실상의 전구작전권을 행사하고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은 자기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부관이 번역해 주는 결재서류나 뒤적거려야 하는 당나라 군대의 실권없는 '눈물의 곡절' 사령관 신세가 될 가능성이 (내가 자주 쓰는 말을 빌리자면) '압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