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교통관제센터 역할 하는 커맨드센터 도입
환자 수용력, 의료 질 향상…35병상 증축 효과
커맨드센터 기반 재택 모니터링 시스템도
병상 부족 문제를 ‘공사’가 아닌 시스템으로 해결한 병원이 있다. 캐나다 최초로 항공교통관제센터 기능을 도입한 험버리버병원(Humber River Hospital)이다. 세계에서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에 이어 두번째다.
험버리버병원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병원으로, 지난 2015년 656병상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면서 병상은 빠르게 차기 시작했고 응급실에서 하루 이상 대기하는 환자들도 늘기 시작했다. 구급차에서 환자가 내리지 못하고 대기 중인 상황이 이어졌다. 오는 2021년에는 40~50병상 정도 부족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험버리버병원은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공사를 통해 물리적으로 공간을 확보하는 일반적인 방법 말고 다른 대안을 고민했고 GE헬스케어와 함께 그 방법을 찾았다. 병원에서 항공교통관제센터 역할을 하는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험버리버병원은 1년간 준비 끝에 지난 2017년 커맨드센터를 설치했다. 4,500ft²(126평)에 설치된 커맨드센터에는 15~20명이 근무하며 35개 모니터 화면이 한 벽면을 채우고 있다. 이 화면에는 응급실 대기 환자 현황, 입원 환자 상태 등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험버리버병원은 커맨드센터 도입 후 30명이던 응급실 대기 환자가 거의 사라졌다.
“커맨드센터만으로 35병상 증축 효과…연간 1150만 달러 절감”
험버리버병원 피터 박(Peter Bak) 최고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 CIO)는 지난 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병원협회 주최 ‘Korea Healthcare Congress(KHC) 2020’에서 커맨드센터가 병원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피터 박 CIO는 “커맨드센터에 있는 33개 화면에는 다양한 분석 결과가 뜬다. 2017년에는 커맨드센터 1세대 실행을 완료했다. 환자 동선과 진료 관련 흐름, 응급실 현황판을 통해 잘못 돌아가고 있는 부분을 분석해 보여준다”며 “기계학습 분석을 활용해 향후 48시간을 예측한다. 예정된 이송 업무량과 필요한 직원 수까지 뜬다”고 말했다.
그는 “3년간 운영한 1세대 커맨드센터는 수용력을 향상시키는데 집중됐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인프라 증축이나 직원 충원 없이 35병상을 더 얻은 효과를 봤다”며 “효율적인 운영으로 환자 동선 흐름을 원활하게 한 덕분이다. 연간 1,150만 달러를 절감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진료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의료진과 직원들은 업무 스트레스 감소로 환자 진료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험버리버병원은 지난 2019년 커맨드센터를 2세대로 업그레이드했다. 1세대가 수용력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했다면 2세대는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 기준을 개선해 ‘험버 조기 경보 점수’도 만들었다. 의료기기회사인 Welch Allyn과 협업해 활력징후 모니터에 험버 조기 경보 점수를 반영했다.
그는 “2세대 커맨드센터는 품질 문제에 집중해 불필요한 오류를 제거했다. 조기 경보를 보낼 수 있는 새로운 현황판 4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환자 상태가 악화되면 경보를 울려 빠르게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며 “임상의 입장에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고 환자 옆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커맨드센터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준비
험버리버병원은 올해 3세대로 커맨드센터를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했다. 불필요한 진료와 응급실 재진료 감소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환자를 집에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도 도움이 됐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해 온타리오주에서는 심각하지 않은 환자는 응급실을 오는 대신 1차 의료진으로부터 가정 진료를 받도록 했다”며 “우리 병원도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이 떨어질까봐 필수진료가 아닌 부문은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이것은 좋은 결정이 아니었다”며 “코로나19 2차 유행 기간에는 다른 분야도 정상 진료를 하고 코로나19 환자 수용 능력도 최적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수술 환자들은 최대한 빨리 퇴원시켜야 하는데 퇴원 후 환자를 자택에서 모니터링하는 게 필요하다”며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재택 모니터링 제품을 모두 살펴봤는데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을 발견했다. 3세대 커맨드센터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로봇 기술을 활용해서 환자와 소통하면서 복약 안내 등을 하고 활력징후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강력한 대응 수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방향으로 가고 있고 내년에는 실현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커맨드센터를 활용해 재택 모니터링을 실현하려 한다. 커맨드센터가 24시간 버티고 있기에 가능하다. 독자적으로 재택 모니터링을 위한 힐릭스(Healix)라는 플랫폼을 구축해서 커맨드센터와 통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커맨드센터는 우리 병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수용 능력을 개선하고 비용 절감과 환자 안전 증진에도 도움이 됐다”며 “코로나19 대응에 도움이 됐으며 코로나19 이후 원격진료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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