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으로 성서가 증거하는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은 한마디로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 곧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총정리한 결론이며 도전이다. 십자가와 부활은 교회에서 흔하게 들리는 형이상학적인 죽음과 영생에 대한 내세 신학 내지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유신론적 믿음의 상징이 아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역사적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계승하는 지금 여기에서 숨쉬고 살아있는 날 동안에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경계 넘어 살아내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현세적 삶의 표징이다. 십자가와 부활은 유신론적 신학과 내세적 믿음과 초자연적 기적에 대한 상징이 아니다.
특히 유신론적 불량 신학은 십자가를 인간이 저지른 타락의 대가를 지불한 곳으로 맹신하는 데 이런 낡은 패러다임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십자가에 대한 잘못된 불량 믿음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조장하며 하느님의 징벌의 필요성을 정당화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학대하는 증상을 유발시켰다. 그러나 이렇게 왜곡된 십자가는 일시적으로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신자들에게 사탕발림의 위로가 될지는 몰라도 심층적이고 성숙한 인간성의 확장을 초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 약효가 떨어져 효력이 없다. 유신론적 내지는 내세적 십자가는 오히려 신자들에게 나약성, 유치함 및 의존성을 가중시킬 뿐이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서 탄생한 십자가의 의미는, 현세에서 예수가 가르친 대로 새로운 의식과 온전한 인간성으로 종교와 인종과 민족의 경계 넘어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아내는 비전이다. 성서에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동기는 인간 예수의 완전한 인간성을 체험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이 180도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믿음이 변화되거나 강화된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의 삶이 부족적인 생존의 불안과 죽음의 공포에서 두려움 없는 자유함으로, 거짓과 가식에서 솔직함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비겁함에서 담대함으로, 이기적인 욕심에서 우주적이고 사심 없는 사랑으로, 이분법적인 차별과 편견에서 통합적인 비전으로 전환되는 지각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구체적인 체험에서 예수의 십자가 이야기가 탄생했다.
성서가 선포하는 예수의 십자가는 예수가 하늘 위에 있는 하느님의 뜻에 죽기까지 복종했다는 그런 유신론적 하느님의 이미지가 아니다. 예수의 십자가는 보상심리에 세뇌된 내세적 구원과 영생의 상징이 아니라, 현세에서의 생명을 변화시키는 온전한 삶의 비전이고 방식이다. 예수는 인간의 존엄성을 폄하하고 사람들을 이분법적으로 차별하고 분열시키는 종교제도와 계급제도와 가부장제도에 대해 철저히 반대했다. 예수는 모든 사람은 온전해질 가능성과 잠재력과 자율성과 창조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쳤다. 예수를 만난 사람들은 그 만남으로 인해 자신들이 온전한 인간성으로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인식했다. 당시에 질병과 고통이 하느님의 혐오와 징벌의 징표로 여겨지던 시대에, 예수는 병자들을 감싸주고 그들에게 손을 얹음으로써 유신론적 하느님을 반대했으며 하느님의 저주를 받았다는 그들의 몸을 씻어주었다. 또한 예수는 거리의 여인이 눈물로 그의 발을 씻고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성차별의 가부장적 아버지 하느님을 거부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이 여인의 비도덕성을 하느님의 도리에 역행하는 표시라고 비판했다. 예수는 비도덕성에 관한 종교제도의 정의에 대해 철저히 반대했다. 예수는 제도적 종교에서 규정하는 소위 죄인들을 포용함으로써 변화되지 못할 인간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수는 제자들이 거부하려 했던 힘없는 어린이들까지 사랑으로 감싸주었다. 제자들은 이처럼 예수의 경계 넘어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인간성과 그의 삶을 지켜보았으며, 예수가 산 것처럼 사는 것이 온전한 인간이 되는 길이라고 인식했다. 제자들은 예수의 말과 행위 하나 하나가 자신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재평가하도록 요청하는 것으로 깨달았으며,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대해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금치 못했다. 제자들은 예수와 함께 이 땅 위에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공정한 사회와 계급차별과 성차별과 빈부차별 없이 모든 사람들이 존중 받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하는 하느님 나라 운동에 동참했던 순간들은 마치 영원히 변하는 만화경(萬華鏡) 속의 삶과 같은 것이었다. 결국 이러한 생생한 체험의 기억 속에서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예수의 하느님은 인간과 분리된 객체적이고 상대적인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지금 여기 인간의 평범한
삶의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인식하고 체험할 수 있는 온전한 삶 그 자체이다. 예수는 사람들이 피부로 직접 느끼거나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도 불가능한 “이 세계 이외의 다른 세계” 곧 육체와 분리된 영혼의 세계 또는 형이상학적인 내세에 대한 망상을 가르치지 않았다.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는 믿음/축복, 타락/징벌, 회개/용서의 이분법적 보상관계가 아니다. 예수의 하느님은 우리가 세속적인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순간순간 우주적인 의식과 온전한 인간성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통합적으로 살아내는 온전한 삶 그 자체이다. 따라서 성서 저자들은 예수의 하느님을 이렇게 묘사했다: 하느님이란 조건 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퍼주는 탕자적인 삶이며(누가 15:11-32), 잃은 양 한 마리라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찾는 희생적인 목자와 같으며(누가 15:3-7), 잃은 동전을 찾을 때까지 방을 쓰는 여인과 같다(누가 15:8-10). 예수가 인식한 하느님의 의미는, 모든 사람들을 ‘지금의 모습 그대로’ 환영하고 포용하는 삶이다(마태 11:28). 하느님을 체험한다는 것은,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아내는 것이며, 이러한 삶의 비전이 충족될 때까지 계속해서 문 두드리는 성가신 과부처럼 요란스럽거나(누가 18:1-8), 마음속 깊은 곳에 무한한 자비와 용서를 지님으로써 심층적인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사람과 같다(요한 8:1-11).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이런 모든 체험에 직접 동참했으며, 그 예수 체험이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어 후대 사람들에 의해서 성서로 기록되었다. 결국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 그리고 제자들의 예수 체험이 성서 기록의 결론이 되었으며 십자가와 부활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성서를 신중하게 읽어보면, 예수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비쳐졌다. 왜냐하면 예수 당시에 인간의 존엄성을 폄하하고 탄압하고 인간성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종교제도와 정치세력들에 대해서 용감하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예수는 힘없고 버림받은 사람들 편에 서서 유신론적 부족 종교와 로마제국의 군사독재 정치를 개혁하여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를 이 땅 위에 건설하자고 선포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민중들에게 예수는 놀라운 능력과 비전을 가진 신비스러운 사람이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를 기록한 사람들은 그 민중들 중에 속한 사람들이였다. 21세기 과학시대와는 달리 1세기 삼층 세계관의 시대에 초자연적인 이야기는 일상적인 언어로 보편적이었다. 인간의 제한적인 언어로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체험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에 은유적이고 신화적인 기적 이야기는 문학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 따라서 초자연적인 기적이 보편적인 언어로 통용되던 시대에 예수 이야기에 초자연적인 이적이 은유적으로 첨부된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사실상 상층 하늘 위에 신들이 존재하고, 중간층에 인간세계가 있고, 하층은 지옥이라는 삼층 세계관 이외에 우주진화세계관에 대해 전혀 몰랐던 유대인 성서 저자들이 예수를 신적인 존재로 숭배하는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며, 최선의 방법으로 유대인 성서 곧 구약성서 여러 곳에 드러나는 메시아 대망을 예수와 연결시켰다. [참고: 메시아 사상이 탄생한 유대교에서는 지금도 하늘에서 메시아가 내려오기를 고대하고 있으며,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그가 십자가에서 처형된 것은 가장 큰 상처를 남겨준 치명적인 기억이 되었다. 그러나 예수의 죽음은 극도로 비탄에 빠진 제자들에게 예수의 삶의 의미가 새롭게 강렬하게 인식되는 동기가 되었다. 예수가 죽었다는 현실은 자신들이 그와 함께 지낸 체험의 현실에 의해 계속해서 도전 받고 있었다. 성서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된지 3일 후에 부활했다고 기록되었지만 성서학자들은 제자들에게 예수가 부활한 시기는 심리적으로 처형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어느 시점이라고 밝힌다. [참고: “On Death and Dying,” Elizabeth Kubler-Ross] 예수가 처형된 지 2-3세대 동안 예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었으며 최초로 마가복음서가 기록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성서의 원본은 실종되고 사본에서 사본으로 수많은 복사본들이 필사되면서 참 사람 예수 이야기는 변형되고 발전되었으며, 원초적인 역사적 예수의 말(Words)과 행적(Acts)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고대 성서를 읽을 때에 예수가 무엇을 말했으며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성서비평학적인 탐구가 자신들의 건강한 신앙과 삶에 필수적이다. 성서학자들에 따르면 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을 상세히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성서 저자들은 예수의 죽음을 은유적으로 해석했으며, 유월절 어린양의 죽음에 비유되기 시작한 것은 십자가 처형 이후 한참 지난 다음이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복음서들은 목격자들의 증언이 아니라, 고대 히브리 자료에 근거하여 예배용으로 편집된 성서이기 때문에 십자가 이야기의 자세한 내용들은 역사적으로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십자가 이야기는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비전을 인식하고 예수가 산 것처럼 살고, 예수가 죽은 것처럼 죽겠다고 결단한 사람들의 산 체험 이야기이다.
오늘 코로나19팬데믹의 지구적 위기상황에서 예수의 십자가는 인류 전체가 종교와 인종의 경계 넘어 상호의존관계를 이루어 모두가 건강하고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용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상징이다. 불행하게도 유신론적인 내세 신학이 교회의 예배의식에 들어오면서, 교회는 의식과 인간성이 실종된 수동적이고 가식적이고 맹신적인 믿음의 망상에 사로잡힌 신자들의 집단으로 전락했다. 예수는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영생을 가르치지 않았다. 예수는 오직 지금 여기 현세에서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가르쳤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유신론적이고 내세적 믿음체계가 철거될 때 남을 것이 없다고 불안해한다. 그런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기독교와 사별하고, 탈기독교 세계 역사를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하느님 없는 기독교, 교회 없는 사회가 절실히 필요하다.
예수의 가르침과 삶은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인간성을 질식시키고 방어벽을 구축하고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유신론적 종교제도를 거부한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는 안전장치의 종교제도가 설 자리가 없다. 기독교인들은 비종교적인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세계에 들어가야 참된 인간이 되어 사람답게 살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폄하하고 속박하는 모든 유신론적 종교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독교인은 거룩한 신자가 되기 보다 예수처럼 세속적인 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서가 선포하는 십자가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예수가 가르친 하느님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아내라는 요청이다. 십자가에서 처형된 예수가 사람들을 부른 것은 종교로의 초청이 아니다. 예수는 삶의 고통을 회피하고, 안전을 추구하며, 안일하고 달콤한 마음의 평화로 초청하지 않았다. 이런 것들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끌어 모으는 교회는 인간과 생명과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우상숭배의 상업적인 집단이며, 이것에 대해 예수는 회칠한 무덤이라고 심각하게 경고했다. 예수의 십자가는 고문과 죽음의 장소가 아니라 풍성한 생명의 새로운 출발점이다(요한 10:10).
교회 기독교는 예수의 십자가와 예수의 하느님을 이기적이고 부족적이고 차별적이고, 내세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믿음의 상징으로 변질시켰기 때문에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다. 교회는 예수를 유신론적 종교제도의 감옥에서 해방시키지 않으면 영원히 다시 살아날 수 없다. 오늘날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비종교인들과 타종교인들도 이해하고 환영하며, 주류 사회에서 확대되고 있다. 현대사회는 종교 없는 기독교, 초자연적 하느님 없는 교회, 현세적인 기독교, 세속적인 무신론적 교회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예언자적 도전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새롭고 비상한 통찰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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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 예수는 누구인가. 한국기독교연구소,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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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보그 & 존 도미닉 크로산. 첫 번째 바울의 복음. 한국기독교연구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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