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북미와 유럽의 주류 신학계는, 성서가 “예수의 기적 이야기”를 문자적으로나 사실적으로 믿도록 기록한 자서전 혹은 역사책이 아니며, 원초적으로 기독교가 탄생한 동기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과 삶이라는 사실에 전혀 이의가 없다. 예수는 말장난하는 설교가나 기적을 일으키는 마술사가 아니며, 그런 속임수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끌어 모으는 부흥사도 아니었다. 또한 예수는 물 위를 걷고, 기적적인 물고기 잡이를 하고, 물을 포도주로 변형시킨 초자연적인 신도 아니었다. 예수는 오직 이 세계에서 참된 인간이 되어 사람 답게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일깨워준 실천가였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끼고 있던 낡고 진부한 렌즈를 내려 놓고, 이제는 새로운 렌즈로 성서를 다시 새롭게 읽어야 한다. 성서는 초자연적인 기적을 일으키는 하느님이 인간 세계에 개입하는 것을 믿는 믿음의 교리책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하다는 우주적인 진리를 일깨워 주는 지혜서이다.
21세기의 현대 기독교인들은 1세기의 고대인들이 묘사한 예수의 자연 기적과 병 고침 혹은 귀신 축출 이야기들을 어떤 동기와 목적에서 그렇게 기록했는지에 대해서 신중하게 읽고, 이성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매한 현대인들의 눈에는 그 이야기들이 마치 초자연적인 기적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증거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고대인들은 문자적으로나 직역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어리석은 이야기들을 말했고, 현대인들은 분별력이 있어서 그것을 상징적으로나 혹은 창작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은유적 이야기 곧 비유 혹은 신화 혹은 서사시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고대인들이었고, 그것들을 사실적으로 받아들일 만큼 어리석은 사람들은 바로 현대인들이다.
분명히 말해서, 성서의 자연 기적과 병고침과 귀신 축출 이야기들의 핵심은, 예수의 초자연적인 능력 또는 신성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1세기 삼층 세계관의 고대 사회에서 초자연적 신화가 보편적인 문학 장르였으며, 성서저자들은 우주적인 진리의 깨달음을 묘사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신화적인 예수의 기적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그 이야기들의 핵심은 오늘날 교회가 맹신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됨과 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와 사람 대접받으며 살아가는 삶의 비전이다. 동서고금을 통해서 들려오는 기적적인 치유 이야기들은 놀랄 만큼 똑같다. 다시 말해, 소위 믿음이 병을 고친다는 말은 어떤 시각에서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틀린 말이 될 수도 있고 맞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예수가 “너의 믿음이 너를 고쳤다.”고 한 말은 예수를 하느님으로 믿으면 초자연적인 기적이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믿음이 병을 고친다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며, 더욱이 신학적이거나 교리적인 말도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믿음(believing)의 어원은 사랑(beloving)이다. 믿음이란 하느님의 축복과 보호를 받기 위한 필수조건이 아니라, 조건 없고 사심 없는 사랑이다. 쉽게 말해서, 교회가 만든 교리를 인정하고, 하늘 위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성서를 매일 읽고, 십일조를 바치고, 철야기도를 열심히 하는 등의 교리적인 행위가 믿음이 아니다. 예수의 말은, 그런 보상심리의 사심으로 가득한 교리적인 믿음이 병을 낫게 한다는 뜻이 아니다. 21세기 현대인들은 “믿음이 치유한다”는 말의 심층적인 의미를 이성적으로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예수는 병을 고쳤다. 그러나 예수의 치유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통받고 있는 개인의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에 함축된 메시지가 중요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의 초점은 개인의 병의 정체가 무엇이며, 그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밝히려고 한다. 다시 말해 병이 치유된 이야기는 사회 전체를 재현하는 비유이다. 예수의 밥상이 사회 전체 안에서 일어나는 관계성의 축소된 모형이듯이, 예수가 치유하는 개인의 육체도 동일한 메시지를 전한다. 인류학자들은 개인의 육체는 사회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즉 사람들이 인간 육체를 취급하는 방식은 사회적 관계와 차별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는 것이다. 21세기 현대인들이 고대 성서에서 예수가 병고치는 이야기를 읽을 때에 1세기 고대 사회에서 이해하는 육체의 이미지에 대해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솔직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예수와 성서에 솔직할 수 없으며, 더욱이 성서를 왜곡하는 위험에 빠지기 쉽다.
성서에 예수가 나병환자를 치유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현대적 용어인 “나병”은 이 이야기에서 사용된 고대 그리스어에 대한 번역어로서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사실상 고대 그리스어 성서는 오늘날 우리가 한센병 혹은 문둥병이라 부르는 것보다는 여러가지 서로 다른 피부병들을 가리키고 있다. 이러한 질병들은 단순히 병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육체가 전체 사회의 상징이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랜 세월 동안 항상 보다 강한 제국주의 문화에 의해 흡수될 위협을 받고 있던 연약한 사회였다. 이러한 정치적, 군사적, 문화적, 그리고 종교적 억압의 상황에서, 사회적 경계선의 방어에 대한 강조는 육체적 경계선의 방어에 대한 강조로써 상징화되었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이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지 않으면, 예수가 나병환자를 치료할 때, 그는 오로지 질병의 치유자로서만 행동했던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개혁가로서 행동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예수의 병 치유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능력과 신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사회적-인도주의적 실천이었으며, 특히 종교 개혁적인 도전이었다.
현대인들이 성서를 읽을 때에 가장 먼저 1세기 성서의 세계는 21세기 현대 세계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기독교인들은 고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으면서 착각하거나 왜곡하는 큰 오류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고대 성서 저자들은 개인의 육체를 은유적으로 정치체제와 종교체제의 한 모형으로 묘사했다. 구약성서에 드러나듯이, 오랜 역사 동안 유대민족은 주변의 강대국들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았으며, 그 사회는 자신을 보호할 경계선을 설정하고 안전장치를 만드는 일에 민족의 운명을 걸었다. 예를 들자면, 례위기라 불리는 율법서에서 육체의 열림(몸 안에 음식을 넣는 것, 혹은 아기가 육체로부터 나오는 것)에 관한 수많은 율법조항들을 통해 잘 나타난다. 따라서 나병으로 통칭된 여러 질병들의 문제는, 열릴 필요가 없는 곳에서 피부가 갈라져 열리도록 만든다는 것, 다시 말해, 모든 경계선들이 무너지고, 육체와 체제가 깨어진다는 것이다. 레위기(13:45-46)에서는 나병이 피부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의복과 집의 벽에도 적용된다. 이러한 것들의 표면은 특정한 환경 속에서는 제의적(祭儀的)으로 불결한, 즉 사회적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비상식적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고대 사회에서 피부병(나병)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가 상상하듯 단순히 의학적 전염 때문이 아니라, 상징적 전염 때문에 사회적 관심거리가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육체적 경계선의 파괴는 사회 전체의 통합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상징화한다. 레위기에서 규정하는 대로, 악성 피부병에 걸린 사람은 동네 바깥 즉 경계선 밖에서 혼자 따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 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당시 사회의 가치관을 말해준다. 예수가 안전장치 곧 율법을 어기면서까지 시도했던 것은 공동체 밖으로 쫓겨난 사람들을 받아들여, 그들이 다시 공동체 안에서 살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공동체로 되돌아오도록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예수의 치유였다.
나병환자는 실제로 예수로부터 치유를 받았다. 그러나 현대 기독교인들이 고대 성서를 읽으면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질병의 치료(curing)와 고통의 치유(healing)를 구분해야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양한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우리는 질병(disease)과 아픔(illness)이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의사는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지만, 환자들은 고통으로 아파한다. 다시 말해, 질병은 나와 나의 의사와 병원균 사이의 어떤 것이다. 나의 육체에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고, 나는 의사에게 가서 그것을 고친다. 그리고 이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경험으로 보면 그러한 일에서 간과되고 있는 다른 차원들이 있는데, 그것은 그 질병이 자신에 대해 갖는 전반적인 심리학적 의미와 동시에, 그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의미이다. 우리는 자신의 육체와 현대 의학과 의사들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도록 교육받아 왔는가? 나의 육체의 이상이 나의 가정과 나의 직업, 혹은 보다 넓은 차원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우리는 질병의 문제를 작은 그림의 육체적 관점에서 본다. 그러나 고통의 문제는 보다 넓고 큰 그림의 심리학적, 사회적 상황 속에서 본다. 예수는 물론 질병도 중요한 문제로 생각했겠지만, 그보다 고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구체적인 예로, 에이즈(AIDS)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톰 행크스가 주연하는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그의 고통이 그의 육체의 면역체계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거절과 직업의 상실은 물론 전문경력의 몰락, 그리고 변호사를 찾으려는 투쟁 속에서 그가 경험했던 절망과 고통이 잘 묘사되고 있다. 에이즈에 있어서 질병의 치료(curing)와 고통의 치유(healing)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질병의 치료는 모든 사람의 희망 사항이지만, 아직 그 치료책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질병이 치료될 수 없는 때에도, 고통은 여전히 치유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을 추방하려는 체제의 계략과 제도를 거부하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끼는 연민의 사랑으로 그들을 품 안에 감싸 안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예수가 나병환자에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예수의 치유 이야기의 핵심은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개입과 기적 곧 예수의 신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땅 바닥에 떨어진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종교체제와 정치체제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을 다시 사회의 정상적인 관계 속으로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것이었다. 이렇게 예수는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질병 치유를 했다기 보다는 고통을 치유했던 것이다. 예수가 21세기에 살아있다고 해도, 예수는 에이즈 또는 다른 불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맹신하는 것은 예수에게 솔직하지 못한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믿음이다. 예수는 여전히 고통을 치유할 것이다. 원초적으로 기독교는 초자연적인 힘이 개입하는 기적을 맹신하는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이 치유되는 연민의 사랑과 용기와 힘과 희망을 살아내는 삶의 종교이다.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병을 치유했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 “기적”이란 말의 의미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예수의 치유는 그의 신성과 초자연적인 능력에 대한 증거가 분명히 아니었던 것은, 예수는 그의 추종자들에게 자기가 행한 것과 똑같은 것을 하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예수는 육체적인 세계에 개입하여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고 질병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세계에 개입하여 고통을 치유했으며, 따르는 사람들도 할 수 있다고 요청했다. 예수는 질병에 걸린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정죄하고 탄압해온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종교의 관습을 철저히 반대하고 거부하는 도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방안으로 병자들을 치유했다. 예수는 나병환자를 다시 인간 공동체 안으로, 하느님 나라라고 불리우는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 안으로, 초대함으로써 치유했다. 예수는 질병을 하느님의 징벌로 규정하고 불결함으로 간주하는 불량신학을 정면으로 반대하였고,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 나병환자를 다시 공동체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예수를 나병환자와 마찬가지로 그 공동체에서 추방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도전했다. 예수에게 치유의 힘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우주세계 안의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하느님 나라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다. 치유는 외부에 존재하는 초자연적인 신의 일시적인 혹은 간헐적인 개입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본능이고 인간성이다.
예수는 나병환자를 하느님 나라의 새로운 인간 공동체로 다시 초대하는 데 있어서, 그 사회의 종교적-인종적-정치적-성적-경제적-신분적 경계선들을 불안 속에서 보호하려는 이기적이고 부족적인 사람들에 대해 강렬하게 도전했다. 예수가 나병환자를 공동체로 다시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시도는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와 이기적인 욕심에서 생겨난 경계선들을 철저히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행위였다. 따라서 예수는 종교체제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부족적인 차별주의와 우월주의 그리고 이기적인 성공주의의 경계선을 보호하는 성전신학과의 정면 충돌은 불가피했다.
마가복음서에서 예수가 치유 받은 나병환자에게 “사람들에게 증거로 삼도록” 제사장에게 가서 보이라고 한 말 속에 예수의 치유에 대한 핵심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실상 이 말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도전이 되도록”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서가 증언하는 예수의 치유는 초자연적인 기적 혹은 예수의 신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종교적 차별과 불의에 반대하고 항거하라는 도전장이다. 성서에서 말하는 기적이란, 육체적 세계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세계에서의 변화이다. 이것이 역사적 예수의 현세적이고 세속적인 정신이며, 원초적으로 기독교 신학과 신앙의 핵심은 육체적 기적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개혁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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