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새 님의 인도 이야기를 보니 문득 조카딸이 벌인 인도 소동이 생각나는군요.
2010 년 이니까 12 년 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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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형수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따님이 느닷없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고 하는군요.
형수의 따님은 제 조카이기도 한데,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졸업을 1 년 앞두고 휴학을 하고는 혼자서 큰 배낭을 짊어지고 인도로 떠난 모양입니다.
토론토 사는 두 조카딸 중 하나는 토론토대학에 다니고 다른 하나는 욕대학에 다니는데 누가 어디에 다니는지 갑자기 헷갈리네요.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어쨌든 몇 달 있다가 돌아오겠다는 말과 함께 서울로 날아와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는 그 다음날 아침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는 것이지요.
형수가 나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만날 때마다 여행이야기를 많이 하는 내가 그 아이의 인도여행과 관련해 뭐 아는 게 있는지, 혹시 내가 바람을 집어 넣은 건 아닌지 등등이 궁금해서였겠지만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캐나다에 살긴 하지만 4000 km 나 떨어진 곳이라 바람을 집어넣기는커녕 오랫동안 서로 코빼기도 본 적이 없는지라.
다만 그때는 오랜만에 전화를 한 형수가 인도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것만 반가워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인도 이야기를 약간의 구라를 보태 한 시간 정도 인도강의를 해 드린 것 같습니다.
바라나시 뒷골목은 아주 복잡한 미로라서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는 이야기,
남인도의 해변도시 폰디체리엔 코코넛이 생각처럼 흔하지 않다는 이야기,
영화에서 본 오토릭샤 운전사 아말이 교통사고가 난 소매치기 소녀를 구해 준 이야기,
펀잡 찬디가르 출신의 sarnia 님 친구 이야기,
여행가 류시화 씨가 열 네 명의 인도인들과 흑염소 두 마리와 닭 서너 마리와 함께 버스지붕 위에 올라타고 여행을 하다가 버스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 했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해 주었습니다.
북인도 여행 중이던 어떤 아가씨가 별로 위생적이지 않은 식당에서 아침을 잘못 먹고 장거리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배탈이 나서 대형사고를 친 ‘시외버스 응가녀’ 이야기는 안 했습니다.
엉뚱한 상상을 하고 걱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여행을 하다가 훌륭한 구루를 만나 동굴같은 곳에서 명상과 수양 생활에 들어가다 보면 장기간 연락을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혹시 걔가 연락을 자주 안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켜 드리기도 했구요.
형수가 제 그럴듯한 조언을 듣고 안심을 했는지, 아니면 속으로 “니 딸이었어도 목구멍으로 그런 말이 나오겄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까지 집어치우고 인도로 떠났을 때는 다 큰 뜻과 계획이 있어서 그랬을 것 같은데요.
참, 형수한테 이 이야기는 안 했는데, 인도로 떠난 조카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몇 달 예정으로 인도를 갔다면, 학교가 방학이 긴데 (약 넉 달) 굳이 휴학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예 캐나다 생활을 때려치우고 인도로 새 삶을 찾아 떠난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워낙 ‘바람같이 터프한’ 면이 있는 아이라서요.
그래도 제가 작은 아빠인지라 걱정이 돼서 (정말?) 요새는 잘 들어가지도 않는 페이스북을 열고 일단 연결을 시도해 보았지요. 냉큼 친구수락을 한 것으로 봐서는 인도 어디선가 잘 살고는 있는 모양이군요.
혹시 인도에 계신 분들 중에 오다가다 토론토에서 온 스물 다섯 살 정도의 키가 큰 강씨 처자를 만난 분이 계시면 제게 근황을 알려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딴 건 필요 없고 그냥 굶고 다니는 건 아닌지,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그런 것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장기 여행하시는 따님들과 아드님들께서는 엄마님들에게 하루 한 번 씩은 어떤 수단으로든 연락을 취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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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이야기를 들으니 인도를 세 번이나 장기여행을 한 조카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그 때 기록을 가져와 봤습니다.
당시 스물 다섯 살이었던 이 아이가 내일모레 마흔이 되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미혼입니다.
왼쪽 사진이 인도여행을 다닐 무렵인 2010 년 사진이고, 오른쪽(노란옷) 사진이 지난 4 월엔가 톡으로 보내 준 사진인데, 이제는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네요.
물론 저도 이제 어르신이지만요.
뭐라 ? 어르신 아니고 늙은이라고 ?
오케 오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