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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딸이 인도로 날아간 이유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6341 작성일 2022-08-23 18:47 조회수 3451

 

 

노란새 님의 인도 이야기를 보니 문득 조카딸이 벌인 인도 소동이 생각나는군요.

 

2010 년 이니까 12 년 전 이야기입니다

 

========

 

서울 형수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따님이 느닷없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고 하는군요.

 

형수의 따님은 제 조카이기도 한데,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졸업을 1 년 앞두고 휴학을 하고는 혼자서 큰 배낭을 짊어지고 인도로 떠난 모양입니다.

 

토론토 사는 두 조카딸 중 하나는 토론토대학에 다니고 다른 하나는 욕대학에 다니는데 누가 어디에 다니는지 갑자기 헷갈리네요.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어쨌든 몇 달 있다가 돌아오겠다는 말과 함께 서울로 날아와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는 그 다음날 아침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는 것이지요.

 

형수가 나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만날 때마다 여행이야기를 많이 하는 내가 그 아이의 인도여행과 관련해 뭐 아는 게 있는지, 혹시 내가 바람을 집어 넣은 건 아닌지 등등이 궁금해서였겠지만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캐나다에 살긴 하지만 4000 km 나 떨어진 곳이라 바람을 집어넣기는커녕 오랫동안 서로 코빼기도 본 적이 없는지라.

 

다만 그때는 오랜만에 전화를 한 형수가 인도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것만 반가워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인도 이야기를 약간의 구라를 보태 한 시간 정도 인도강의를 해 드린 것 같습니다.

 

바라나시 뒷골목은 아주 복잡한 미로라서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는 이야기,

 

남인도의 해변도시 폰디체리엔 코코넛이 생각처럼 흔하지 않다는 이야기,

 

영화에서 본 오토릭샤 운전사 아말이 교통사고가 난 소매치기 소녀를 구해 준 이야기,

 

펀잡 찬디가르 출신의 sarnia 님 친구 이야기,

 

여행가 류시화 씨가 열 네 명의 인도인들과 흑염소 두 마리와 닭 서너 마리와 함께 버스지붕 위에 올라타고 여행을 하다가 버스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 했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해 주었습니다.

 

북인도 여행 중이던 어떤 아가씨가 별로 위생적이지 않은 식당에서 아침을 잘못 먹고 장거리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배탈이 나서 대형사고를 친 ‘시외버스 응가녀’ 이야기는 안 했습니다.

 

엉뚱한 상상을 하고 걱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여행을 하다가 훌륭한 구루를 만나 동굴같은 곳에서 명상과 수양 생활에 들어가다 보면 장기간 연락을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혹시 걔가 연락을 자주 안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켜 드리기도 했구요.

 

형수가 제 그럴듯한 조언을 듣고 안심을 했는지, 아니면 속으로 “니 딸이었어도 목구멍으로 그런 말이 나오겄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까지 집어치우고 인도로 떠났을 때는 다 큰 뜻과 계획이 있어서 그랬을 것 같은데요.

 

, 형수한테 이 이야기는 안 했는데, 인도로 떠난 조카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몇 달 예정으로 인도를 갔다면, 학교가 방학이 긴데 (약 넉 달) 굳이 휴학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예 캐나다 생활을 때려치우고 인도로 새 삶을 찾아 떠난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워낙 ‘바람같이 터프한’ 면이 있는 아이라서요.    

 

그래도 제가 작은 아빠인지라 걱정이 돼서 (정말?) 요새는 잘 들어가지도 않는 페이스북을 열고 일단 연결을 시도해 보았지요. 냉큼 친구수락을 한 것으로 봐서는 인도 어디선가 잘 살고는 있는 모양이군요.

 

혹시 인도에 계신 분들 중에 오다가다 토론토에서 온 스물 다섯 살 정도의 키가 큰 강씨 처자를 만난 분이 계시면 제게 근황을 알려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딴 건 필요 없고 그냥 굶고 다니는 건 아닌지,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그런 것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장기 여행하시는 따님들과 아드님들께서는 엄마님들에게 하루 한 번 씩은 어떤 수단으로든 연락을 취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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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이야기를 들으니 인도를 세 번이나 장기여행을 한 조카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그 때 기록을 가져와 봤습니다.  

 

당시 스물 다섯 살이었던 이 아이가 내일모레 마흔이 되는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미혼입니다.  

 

 

img.jpg

 

왼쪽 사진이 인도여행을 다닐 무렵인 2010 년 사진이고, 오른쪽(노란옷) 사진이 지난 4 월엔가 톡으로 보내 준 사진인데, 이제는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네요.  

 

물론 저도 이제 어르신이지만요.

 

뭐라 ? 어르신 아니고 늙은이라고 ?

 

오케 오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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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bird  |  2022-08-23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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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들 중 류시화씨의 그야말로 구라가 심하게 버무려진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인도를 여행했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사람이 두명이나 있습니다. ㅋ

법정스님의 ‘인도기행’을 보면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고 탈이 날까봐
껍질이 있는 것(오렌지, 바나나, 삶은 달걀등)만 섭취했다는 내용이
기억이 나는군요,

조카가 작은 아빠는 전혀 닮지 않은 듯 ㅎ 아주 미인이네요.
요즘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나이가 차도 결혼을 하지 않을 뿐더러
결혼을 한다해도 아이를 낳지 않아서
출산율 저하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문제가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clipboard  |  2022-08-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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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을 한 번 갔다 온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죠. 도착한 날 공항에서 되돌아 온 사람과 중독되서 몇 번을 갔다 온 사람만이 있을 뿐.
제게는 한 때 태국이 그런 여행지였어요.

결혼을 하지 않는 건 문제가 아닌데, 아이를 낳지 않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문제가 그것 뿐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조카가 미인은 아니고 하는 짓이 귀엽죠.

게로  |  2022-08-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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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 스무살 난 제 큰 아이가 바로 인도에 있어요 ㅎㅎ 15살에 가족 없이 팀 캐나다로 인도에 다녀오고 이제 뭐 다시 갈 일 없겠지 안심하고 있었는데 학교 행사로 벌써 두번째네요 ㅜㅜ 정말 무슨 마력인가.. 한번만 간 사람은 없나봅니다.
처음엔 다녀와서 일주일 후 말라리아 증세 비슷하게 보여서 응급실로 뛰었고 이번엔 그래도 시설이 나은 곳인데도 갈때마다 배앓이네요. 가기 전 인도계 약사가 dukoral도 소용없고 그냥 항생제를 가지고 가는 게 제일 낫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네요. 내가 가고 말지 자식은 정말 안 갔으면 하는 곳이 인도 맞아요 ㅎㅎ

clipboard  |  2022-08-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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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처럼 호불호가 완벽하게 갈리는 여행지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태국에 끌리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린 시절 대한민국의 모습에 대한 잔상과 향수의 영향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요즘의 태국은 그렇지도 않지만요. 인도는 잘 모르겠어요.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데 인도광팬들 이야기 들어보면 호기심이 일기도 하고..

philby  |  2022-08-2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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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태국은 여러번 여행 했는데 사람을 끌어드리는 마력이 있는 곳인가 봐요. 마력 중에 하나가 무질서 속에서 켜지는 질서지요.
안심하고 여행 할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에요.

clipboard  |  2022-08-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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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치앙마이가 맘에 들어요.
미인들이 많은 도시죠.
도이수텝 사원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내 전경도 뛰어납니다.
그 도시에 가게된 동기는 간단합니다.
영화 어메리칸 갱스터를 보고 나도 골든트라이앵글에 가 봐야 겠다는 결심을 했지요.
메사이 국경마을도 갔고 골든트라이앵글도 갔었지요.
실제로 덴젤 위싱턴이 방콕에 도착하는 장면을 찍은 치앙마이 재래시장 금은방도 가게 되었는데 거긴 모르고 갔다가 나중에 그 영화 촬영장소였다는 걸 알게 되어 조금 신기했습니다.
파타야는 별 기억이 없고, 칸차나부리와 남똑 기차여행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philby  |  2022-08-2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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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이야기가 태국으로 빠지는데 태국은 남부와 북부가 사람도 다르고 기후 풍토도 다르고 다 다르지요. 남방계하고 북방계하고 DNA 검사 해보면 재미나는 결과가 나올겁니다.

칸차나부리는 장인어른이 학도병 끌려 나가서 포로관리병으로 근무했던 곳인데 이 양반이 전쟁 끝나고 전범으로 잡혀 형을 살았어요. 형을 살고 나오니 6.25 사변으로 귀국할 수도 없었고. 고향이 황해도인데 이산가족이 된거지요. 나중에 가족을 만나긴 했지만 이런 개인적 체험으로 인해 처가에서는 일본을 철천지 원수로 여깁니다.

배경음악 F.R.David 저 노래 들을 때마다 돌아가신 엄마와 배우 김진아 생각이 나요. 아주 오래전에 김진아가 화장품 광고에 나왔는데 그 광고 배경 음악이 저 곡이었어요. 우리 엄마가 김진아 보고 "씨 도둑은 못한다더니 김보애 딱 닮았구나." 엄마도 돌아가시고, 김진아도 세상을 떠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진규, 김보애도 다 떠났고.

yellowbird  |  2022-08-2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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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리칸 갱스터도 두.세번 본 영화인데(무슨 명작이라고 ㅋ)
말씀하신 무질서하게 북적이던 재래시장과 금은방
기억이 나네요,


김진규, 김보애, 김진아...옛날 배우들
필비님의 연식이...

인도 – 태국 – 영화이야기
산으로 가는 배 ㅎ

심심해  |  2022-08-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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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참견 좀 해도 될까요?

바로 윗 글에 코끼리랑 시냇물에서 노는 여자가 있는데요, 그게 바로 태국 치앙마이 근교 숲속이었답니다. 벌써 5년이 넘게 지났네요. 또 가고 싶어라~

clipboard  |  2022-08-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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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치앙라이 와잇템플하고 치앙콩도 가 보셨겠군요. 올 가을엔 한국에서 할 일이 많아 못 가지만 봄여행 리스트로 태국을 꼽고 있습니다. 가장 더울 때이긴한데..

clipboard  |  2022-08-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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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새님. 제가 선정한 영화 4대명작입니다.

4 대부
3 어메리칸갱스터
2 범죄도시
4 신세계

philby  |  2022-08-2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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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국으로 돌아가서... 우선 생각나는 게 메사이에서 버마, 라오스 가던 게 생각나는군요. 외국인은 그렇게 가면 안되는데 호기심 많았던 젊은 시절이라.

저녁 나절에 팟퐁에 가보면 길거리에 리어카 부대가 물건을 파는데 전세계 명품은 거기 다 있더라구요. 아침에 카오산에 가서 커피 한잔 사서 마시며 있으면 벤 (그때 우리들은 봉고차라고 불렀는데) 벤이 와서는 "칸차나부리" "파타야" 등등 외침니다.

그러면 생면부지의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하여 가부시키해서 가는거지요. 달리는 차안에서 금방 친구가 되고.

내가 다시 태국을 갈 수는 있겠지만 그때의 그 호기심 많았던 젊었던 시절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거지요.

게로  |  2022-08-2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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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가 매력이 넘치는 나라는 맞는 듯 해요. 수차례 가도 새로움을 느끼는데 전 그 나라 사람들이 빈부와 관계없이 행복지수가 상당히 높음을 느꼈어요.
우연찮게도 엊그제 인도에서 겨우 서바이브하는 중이라던 큰 아이가 오늘은 방콕인데 지금 타이 맛사지 타임이라며 하트뿅뿅을 날리네요. 이 글과 딱 맞는 타이밍이라 신기해요 ㅎㅎ

심심해  |  2022-08-27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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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

그 심정 온몸으로 이해합니다. 인도에서 매일매일을 이세계에 온듯 돌아다니다가 태국에 도착하니, 다시 지구로 귀환한듯한 느낌이었어요.

카오산로드를 거닐다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팟타이 사먹던 시절이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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