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터에서 생긴 이야기 2003-7-3
어떻게 하다 보니 우리 빨래터에서는 뽀다구 나는일은 모두 탁순이가하고 별 볼일 없는 일은 모두 내 몫이 된지 오래다. 청소, COFFEE끓이기, 옆가계에 가서 간식 사오기, 물건 배달 하기 등등…… 그 중에서 제일 큰게 “단추 달기”다.
이상하게 탁순이는 단추다는 것만은 질색이다. 가죽 잠바의 단추는 약간의 힘도 필요하고, 잘못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그렇다치고. 셔츠 단추를 죽어도 안 단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이유를 물었더니, 뭐 뾰죽한 이유도 없다. 그냥 하기 싫다는 거다. 그러니, 마음 약한 사람이 하는 수 밖에…..
그런데 어느날 회사에서 일을 끝내고 빨래터에 들어오니, 탁순이가 쟈케트에 단추를 달고 있지 안는가! 하도 반갑고 신기해서,
“오늘 웬 일이야? 나 JOB떨어지겠네” 했더니
“당신은 이거 못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왜요? 싸모님, 힘드실텐데… 제가 하겠습니다”
“안돼, 이거 ‘이쁜이 수술’ 이야”
이쁜이 수술이라…. 자세히 보니 단추를 달고있는게 아니고 단추구멍을 좁히고 있었다.
“이쁜이 수술? 야! 거 말 되네!!!” 탁순이 한테 요로코롬 튀는 재치가 있었는 감?
해해 웃으면서 한마디 거들었다.
“이쁜이 수술 잘 해야 돼, 남편 등살에 못이겨 수술 받았는데, 잘 못 받아서 고생하는 여편들 많다더라. 너무 좁게 하지 마”
“어이구, 걱정 붙들어 매슈. 이쁜이 수술은 내 전문이야. 어련히 알아서 잘 안 할까. 신경 끄고, 당신은 성기 교체 수술이나 해”
“뭐? 성기 교체 수술?” ‘이건 또 무스기 소리?’ 현광등 처럼 껌뻑 껌뻑하다가 팍 불이 들어 왔다.
“아~~~! 알았어” 셔츠 단추 깨진 것(기계로 셔츠를 다리는 과정에서 단추가 많이 깨진다) 바꿔 달라는 소리였다.
‘오늘 따라 이 여자가 왜 이래?’
“어디있어?”
“저 쪽에”
“오늘은 왜 이렇게 환자가 많아?”
“문전성시네, 뭐~”
“난 문전성시 싫어. 수술비도 못 받는거”
난 결코 인종차별 주의자는 아니다. 하지만, 난 흰 놈들이 좋다. SIZE도 비슷 비슷하고, 실도 바꿔 끼지 않아도 되니까. 가끔가다, 꺼먼 놈이나 색갈있는 놈이 나오면 짜증이 난다. 색갈에, SIZE에 맞는 성기(?) 찾아야지, 실 바꿔 껴야지….
“여보 우리 바꾸자. 내가 이쁜이 수술 할께”
“당신은 안돼. 응큼하긴…” 흘겨 보는 탁순이의 눈매가 예뻤다!!!.
낑낑 거리고 수술을 끝낸 뒤,
“야! 다 했다. 나 신문 봐도 돼?”
“수고 했어용” 탁순이의 코 멘 소리.
‘이그, 요럴때나 코멘 소리 하지’
신문을 막 펴 드는데,
“어~, 깜빡했다. 여보~, 저기 가죽 쟘바 단추 좀 CHECK해 봐”
“뭐야, 폼 팍 잡았는데….”
웅얼 웅얼 거리면서 가죽 쟘바를 보니,
꼬라지 하며…… 대가리는 멀쩡한데, 축 늘어져 겨우 매달려 있는 몰골!!!
꼴이 말이 아니다. 애처롭다.
“짜식, 이 모양이니, 제 구실을 못 하지. 쯧쯧”
늘어진 실밥을 뜯어내고, 적당히 거리를 마추어서 다시 꿰매고, 실로 챙챙 감아 주었더니(가죽 쟘바 단추는 적당한 거리를 맞추어서 달아야 하고, 맨 마지막엔 꼭 실로 챙챙 감아 주어야 한다), 빴빴하게 대가리를 쳐든다.
‘히야~, 고 놈 참!’ 구멍에다 끼웠더니,
빡빡한 것 같기도 하고, 헐렁 헐렁한 것 같기도하고….
좌우지간, 딱 들어가 맞는다.
“히야~, 고 것들 찰떡 궁합이로고…”
“뭘 웅얼 거리고 있어? 다 했어?”
“그럼, 수술 솜씨 하난 끝내 준다”
“어련 하시겠쑤?”
“여보, 이거 어때? 당신은 이쁜이 수술 전문의!
나는 성기 교체 및 교정 수술 전문의!”
“거 참, 직함치고는 그럴 듯 한 직함인데?”
“이 참에 새 명함 한 장씩 만들어?”
“아이구, 참으세용, 세돌씨~~~”
이리하야~~ 탁순이와 세돌이~~
하루의 피로를 잊고, 웃으면서 빨래터 문을 잠그고,
둘이 손을 꼭~~잡고 집으로 갔다는 이야기입니다요.
꼬리글: 오래전에 토론토에 있는 세탁인 협회에서 운영하는 곳에 써서 올렸던 글입니다.
A: 으하하하~^~ ~~정말이지 기가막히는, 딱맞는 우리들의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일들을 너무도 재미있게 써주신 어진이님의 글솜씨. 아마도 솔직하고, 생의자체를 이처럼 다정다감하게 일하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보답으로 노래한곡 선사합니다.주현미(길면3년 짧으면1년)
B: 한참 웃었읍니다.
설마, 정말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오랜만에 남편과 신나게 웃기도 하구요.
(2)번 기다립니다.
어진이: 진짜로, 정말로, 참말로, 실화입니다. 실화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아직은 “안개에 싸인 싸나이” 이고 싶지만…. 몽땅은 못 보여드리고, 살짝 맛배기로….
- 1971년 토론토에 이민 (한국에서 대학 졸업, 군제대 후에)
- 직장 생활 30년
- 아내는 세탁소 경영(Depot: 기계없는 세탁소) 경영? 좀 거창하네요.
- 세탁소 helper (퇴근 후에 세탁소로 재출근)
- 결혼 27년차 (아직 탄탄, 앞으론 더 탄탄?)
- 딸 못 낳는 장애인 (세 아들의 아버지)
감사 합니다. 그리고 웃으셨다니 기쁩니다. 이민생활이라는게 자칫 잘못하면 웃음을 잊어 버리기가 쉽더라구요. 2003년엔 활짝 웃으실 일이 더 많아 지시길 바랍니다.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