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협찬광고
==============
친한 사이라도 정치, 종교 담론은 피하라는 말이 있다. 아직도 유효한 말일까?
소통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커뮤니티에서라면 이 속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촌스러운 말이 이제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문제가 담론주제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의견을 지혜롭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의견차이에 대한 수용능력이 부족한 풍토, 즉 사람들에게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사적인 관계나 커뮤니티에서 정치종교담론을 나누는 문제에 대해 인공지능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검색을 해 보았다. 답변은 더하고 뺄것도 없을만큼 간단하고도 합리적이었다.
“정치나 종교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서로의 견해를 공유하거나 존중하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욱 적절할 수 있습니다. 정치 종교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방의 견해를 듣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해 토론할 때는 서로를 비하하거나 공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Cool!
민감한 의견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주제가 정치와 종교에만 한정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하기 짝이없어 보인다. 삶의 장이 가지는 정치적 연관관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 환경문제와 생태, 전염병, 문화집단간의 갈등, 인종주의, 성다양성, 세계분업구조, 파시즘 등 극단주의의 준동으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안보를 시민 스스로가 지켜내야 하는 과제 등등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거의 모든 일들 자체가 초고도 정치적 난제들이다.
후진국이란 일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의 현안문제들을 해석하는 관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할 줄 아는 인구비율이 낮은 나라도 후진국 범주에 들어간다. 이들이 이해하는 정치란 그 개념이 협소하기 짝이없고 지엽말단적이어서 특이하게도 정작 초민감한 정치담론이 나올 때는 잠잠하다가 고작 정치인 이름만 나오면 발작을 일으킨다.
이런 파당적인 환경의 절대적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민감한 주제에 관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에 대해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강박심리’ 같은 것이 존재한다. 이런 강박심리를 가리켜 Political communication apprehension (PCA)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한다.
PCA 지수가 높고 의사소통이 미숙한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는 정치종교담론이 사람들간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사회에서라면 ‘모난 돌이 정맞는다’는 식의 현실회피주의적인 속언이 통용될 수 있고 커뮤니티에서 정치종교담론을 꺼내는 행동이 위험할 수도 있다.
한국보다 민감한 주제들(인종, 종교, 낙태, 성다양성)이 훨씬 많고 대립또한 극단적인 미주나 유럽에서 사람들이 아무데서든 정치종교담론을 꺼리지 않게 된 이유는 그 극단적인 다른 의견들이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해치는 일이 전보다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터부시되던 주제들에 관해 지난 수 십 년 동안 공개적인 토론과 논쟁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사회전체가 소통기술에 대한 집단적 훈련을 받으면서 업그레드된 것이다.
한국에 가 보면 현지인들, 또는 캐나다에 살더라도 이민온지 얼마 안되는 분들일수록 유독 나이와 세대에 민감한 것을 느낀다.
어르신이 어쩌고 하는 말도 웃기는 말이고, MZ세대 가라사대 운운하는 말도 이상해보인다. 둘 다 촌스러운 꼰대같은 소리들이다.
현대적 개념의 시민은 온데간데없고 집단과 위계의 그림자만이 인간관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MZ세대와 베이비부머는 각각 다른 경험을 한 세대다. 정치적 사건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게시판에는 이재명을 지지하는 모임을 만들자는 게시물이 올라올 수도 있고, 줄리킴을 차기 대통령으로 모시자는 대자보가 올라올 수도 있다.
관심이 없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고, 굳이 의견을 달고 싶으면 나는 왜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는지, 또는 나는 왜 줄리킴이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무엇엔가 반대하는 말 중 가장 무례하고 정치적인 말이 ‘이런 것을 올리지 말라’는 식의 발언이다. 무슨 권리로 그런 말을 하나?
사적인 모임을 광고하는 글에 저런 식의 조롱과 존재부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정치종교 이야기를 하지 말자면서 스스로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정치적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점을 알기는 할까?
가치관이 다르다고해서 상대를 미워할 필요도 없고 그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을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