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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정부가 붕괴될 정도의 대형사고는 한 두 가지 원인으로 터지지 않는다. 서로 작용하는 크고 작은 무수한 원인들이 임계점과 방아쇠가 만나는 지점에 도달하면 마치 초신성 대폭발을 하듯이 거대한 파국을 맞는 것이다.
기독교경전 로마서 8 장 28 절에는 망조와 파국의 원리를 해설하는 사도파울로의 명언이 등장한다.
“사탄의 목적에 따라 부름을 받은 우리들은 모든 악이 서로 협력해서 완전한 파괴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드디어 무너졌다. 여기서 ‘드디어’ 라는 부사를 사용한 이유는 비정상적인 대통령 부부가 설쳐대는 환경에서 대통령실 공무원들이 언제까지 인내하면서 버틸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중심제로 운영되는 국가다. 대통령실이 무너졌다는 것은 그 나라의 안보와 헌법질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실 붕괴사태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큰 축은 두 가지다.
첫째, 사상 유래가 없는 대일매국외교행태를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뉴라이트계열의 부일 정상배집단과 외교부 출신의 엘리트 공무원 집단간의 알력과 갈등이 난투극의 형태로 폭발했고,
둘째, 미국에서의 영부인행사를 둘러싼 김건희 측 고집에 대통령실 의전라인이 제동을 걸었는데, 이 사안이 두 집단간의 알력에 기름을 끼얹는 사태로 확대되어 결국 대통령의 미국국빈방문을 한 달 앞두고 외교비서관이 자리를 박차고 떠난데 이어 방미협상 핵심 파트너인 안보실장까지 날아가는 파국적 양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3.16 한일정상회담이 초래한 열패감으로 대한민국 외교부는 참담할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다.
미국은 반도체기술탈취 차원을 넘어 삼성과 SK하이닉스를 아예 미국의 방산국영기업으로 흡수하려는 기업강탈음모를 꾸미고 있는 중이다. Chips and Science Act 의 약탈적 강제를 내포하는 조항들이 아시아의 3 대 반도체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작 영부인이 아이디어를 낸 문화행사기획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건희 씨의 측근인 선임행정관이 자기 직속상관인 의전비서관을 질타하고, 대미협상으로 초긴장상태에 있는 진문직 공무원들까지 닥달하자 외교-안보-의전라인에 있는 대통령실 공무원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오므라이스 한 그릇에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것도 모자라 대한민국 경제의 5 분의 1을 담당하는 첨단산업분야마저 미국에 빼앗기에 생긴터에,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자가 카네기홀에서 공연보는 행사 따위에 정신이 팔려 대통령실 공무원들의 집단반발사태를 불러일으켰다면 대통령으로서는 개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국빈만찬을 카네기홀에서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초대된 유명가수들이 DC에서 만찬공연을 하고 카네기홀에서는 별도의 공연을 하는 걸로 조율중이라는 정보가 흘러나왔다.
문제는 만찬공연이 아니라 카네기홀 공연인데, 카네기홀은 맨하튼 7 번가에 있는 공연장으로 회담장인 DC에서 이동하려면 비행기를 타든 차량으로 이동하든 시간낭비가 많은 곳이다.
초대가수인 미국측 레이디가가와 한국측 블랙핑크의 만찬협연은 초청주최측인 미국측의 제안일 수 있으나 엉뚱깽뚱한 카네기홀 협연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 사람이 제안해서 밀어부친 게 유력해 보인다.
첫째, 카네기홀에서 자기가 제안한 형식의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자.
둘째, 지리감각과 상식이 부족한 나머지 DC와 뉴욕이 서울에서 인천가는 거리쯤으로 잘못 알고 있는 자.
사소한 문제로 대통령실이 하루아침에 붕괴되는 참사가 발생한 사태에 오히려 당황한 미국측이 할 수 없이 한국의 대통령부부의 위신을 살려주기 위해 국빈만찬장을 백악관에서 카네기홀로 변경할 경우 정상회담하고나서 무려 300 여 명에 달하는 만찬참석인원들을 이끌고 왕복 800 km 를 밥먹으러 이동하는 사상초유의 촌극이 벌어질 것인데,
미국이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이 사태를 어떻게 역이용하여 한국으로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던 부가 수수료를 뜯어갈 것인지가 앞으로 27 일 후 부터 전개될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의 새로운 관전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