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 선임을 앞두고 해외한인사회가 시끄럽다. 마치 연주전 악기 튜닝에 들어간 오케스트라 같다. 해외자문위원의 임기가 2년이다 보니 2년마다 반복되는 ‘평통 비엔날레’다.
현재의 제 15기 민주평통은 오는 6월말로 임기가 끝난다.7월부터 제16기 민주평통이 시작된다. 서울 장충동에 있는 민주평통 사무국은 154개 해외 공관들을 통해 4월4일까지 차기 평통자문위원 신청을 하도록 하는 공고를 내보냈다.민주평통 사무국은 신청자 가운데 3천3백명을 선정해 해외자문위원으로 위촉한다. 지난 15기보다 163명이 늘어날 전망이다.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은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는 조직이다 보니 해외한인사회의 관심이 집중해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평통 자문위원이 되어야 현지 한인사회의 실력자로 인정받은 듯한 풍조도 횡행해 장충동으로부터 날아올 소식에 목을 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본지로도 민주평통과 관련한 메일들이 날아들고 있다.대부분 시끄러움을 지적한 내용들이다. 예로 ‘000에서 일어나는 평통 분열’이라는 제목의 메일은 이렇게 돼 있다.
“이곳에서는 14기 15기 평통 회장을 역임한 000씨가 있습니다. 현재 16기 선임을 앞두고 평통 회원들 간에 분열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평통 임원들의 불평에 의하면, 그는 대선 당시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지지 하였으며…(중략) 모든 행사에 자비는 한푼 내어놓지 않으면서 회원들에게만 회비를 강요하는 등 회원들의 불평이 극에 달해있습니다. 그가 16기에도 또다시 회장에 선출된다면 평통회원 전원이 사퇴한다는 극단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어 심히 염려스럽기에 이 글을 드립니다.”
또 하나를 소개해보자. ‘제 16기 000협의회장 연임 반대’라고 한 제목의 이메일이다.
“저는 현재 0지역 한인회장이며 민주평통 위원직을 맡고 있는 000입니다. 제 16기 지역 협의회 회장직을 연임하려는 000회장을 인정할 수 없음을 대사관에 건의하는 바입니다. 현 회장은 한인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교민회를 분열시켰습니다. 또 동포 사회 내에서 분쟁의 당사자입니다. 현 협의회장이 연임한다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에 여러 가지 혼란이 올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혼란을 막고자 제 16기 민주평통 해외 자문위원에서 현 회장을 제외시켜 주실 것을 강력히 건의하는 바입니다.”
피가 끓어서 본지에까지 보내온 이메일로 생각된다. 할말은 많으나 속으로 삭이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민주평통은 민주평화통일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 자문하는 헌법기구다. 위원들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겉으로만 보면 조국의 미래를 두고 대통령에 자문하는 엄중한 책무의 기구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답답한 구석이 적지 않다. 그간 협의회장 자리를 둘러싸고 해외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연줄의 각축장처럼 비치기도 했다. 협의회장이나 자문위원이 임명되고 나면 위촉과정을 둘러싸고 어김없이 금품수수설이 흘러나온다. 협의회장이나 자문위원들의 자질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임명제이다 보니 빚어지는 시비들이다.
차제에 민주평통을 좀 고쳐보면 어떨까? 임명제 평통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뽑는 평통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이다. 적어도 협의회장만큼은 장충동에서 이름을 적어서 내보낼 게 아니라, 자문위원들이 민주적으로 뽑아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해외자문위원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위촉한다고 해도, 이들 위촉된 자문위원들이 지역협의회장을 선거로 뽑아보자는 제안이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민주적으로 해놓아야, 민주평화통일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제대로 자문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16대 민주평통은 탈바꿈할 수 있을까.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