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와 인도의 외교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 40여명을 오는 10일까지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캐나다 정부에 요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FT 보도에 의하면 인도는 캐나다 외교관 62명 중 41명에게 철수를 통보했으며 이들이 기한 내 본국으로 돌아가질 않을 경우 면책특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의 보도에 대해 캐나다와 인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논평을 거부한 상태이지만 AP통신은 익명을 전제로 이 문제에 정통한 한 외교관계자로부터 FT 보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캐나다와 인도 간 파견하는 외교관 수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출 것을 캐나다에 요구한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에 거주하는 인도계 국민의 수가 180만명이 넘어 현지 공관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자국에 주재하는 인도 외교관보다 훨씬 많은 수를 뉴델리에 파견해 왔다.
캐나다와 인도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지난달 18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인도계 캐나다 시민 암살 사건의 배후로 인도 정부를 지목하면서부터다.
시크교 독립 운동가 하딥 싱 니자르(45)는 수년 동안 인도에서 수배 중이었는데 6월18일 BC주 서리의 한 시크교 사원 밖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 사건에 인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 기관을 주목했고 인도는 이를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후 양국은 서로 자국내 외교관을 맞추방하며 외교갈등에 불을 지폈다.
인도는 "정치적으로 묵인되는"이란 표현을 쓰면서 캐나다내 인도인에 대한 증오 범죄와 폭력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캐나다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며칠 뒤 캐나다의 방문 비자 처리를 중단했다.
캐나다도 인도 주재 일부 외교관들이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위협을 받기 때문에 인도 주재 위원회와 영사관의 직원 배치를 일시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작년 11월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하면서 인도를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었다. 미국 역시 미-중의 전략경쟁이 치열한 만큼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캐나다와 인도가 서로 보복성 조처를 거듭 쏟아내며 갈등이 확산되자 우방국인 미국도 난감한 표정이다. 외교가에서는 캐나다와 인도의 갈등으로 결국 캐나다만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FT 보도가 전해진 직후 오타와에서 열린 자유당 간부회의에서 “캐나다는 인도와의 외교적 갈등을 확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외교관 41명의 추방을 요청한 인도의 결정에 동의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극도로 어려운 시기에 인도와 건설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데 중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에 서로 외교관 추방으로 양국이 맞불을 놓았던 상황으로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이에 따라 인도에 맞서 캐나다내 인도 주재원 본국 송환 요청까지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도 FT 보도에 대한 사실확인을 묻는 기자들에게 “캐나다는 이 일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캐나다와 인도의 외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인도와 비공개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안영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