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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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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각을 다투는 사안이라 직감한 연준이 좀 더 속도를 내 본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 보지만 시간을 보니 전화 받은 후 두 시간 안이 아니라 네 시간 안에도 못 도착 할 것이 분명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아니면 지금 무턱대고 올라가는 것은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준이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 차를 고속도로 휴게소 안으로 방향을 바꾸어 들어 갔다.


회장, 즉 두목이 도착하자 모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160센티미터 조금 넘어 보이는 작달막한 키에 배도 나왔지만 아주 다부진 모습이다. 조직의 수장이 다 같겠지 만은 회장이 가장 싫어 하는 것도 조직의 돈에 손대는 것이었다. 그만큼 지금 불같이 화가 나 있다는 뜻이다.

“얘들이냐?”

“네.. 김부장 라인 애들 입니다.”

“뭐라고 말 좀 해 봐라”

“지금 와서 얘기 해 봐야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믿어 주실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은 하고 가야지?
나 그렇게 야박한 사람 아니다”

“고부장이 김부장도 죽이고 우리도 누명 쓰고 억울하게
뒈지기 바로 직전 입니다… 믿어 주시겠습니까?”

“믿을 만 해야 믿는 것이다. 믿을 만 한 걸 내 놔 봐!”

“두 시간만… 두 시간만 주십시오… “

“그건 너무 식상한 대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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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휴게소에 차를 세우자 규원과 싸가지가 영문을 몰라 연준을 쳐다본다.

“급하다 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속도로는 세 시간 안에도 도착을 못 해…”

“그럼 워쪄냐?”

“동영상과 파일을 Transmit 해야겠어”

“또 꼬부랑?”

“전송한다는 소리 같아요”

“핸드폰 나쁜 놈한테 뺏겼다며?”

“두 사람이 럭키 하길 바랄 수 밖에… “

연준이 서둘러 핸드폰을 조작해 동영상과 파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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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련도 없었다. 명철과 덕구가 모든 걸 체념한 채 눈을 감고 있다.
그러자 고부장의 단발마가 허공을 가른다.

“묻어라~~”

“야~ 그래도 고통은 없애줘야지…”

회장이 눈짓하자 회장 쪽 부하가 오함마를 들고 두 사람에게 다가간다. 머리를 까서 고통 없이 보내 준 후 묻으라는 소리 같다. 이제 진짜 가나 부다… 하고 눈을 감고 기다리고 망치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데 그 때 어울리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까톡~~”

고부장이 또 소리 질렀다.

“뭐야?”

근데 연이어 또 소리가 들리는데 아까 고두호가 숲 속으로 던진 핸드폰 소리 같다.

“까톡~”

그러자 덕구의 눈이 후딱 벌어 지곤 역시 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역시~~ 삼성폰이 최고라니깐~”

동시에 명철도 소리 질렀다.

“회… 회장님~~ 자.. 잠깐만요…”

회장이 손짓해 오함마가 물러난다.

“회장님~~ 죽는 놈 소원 한 번 들어 주십시오”

“말해”

“저 풀 숲 속에 핸드폰이 있는데 도착한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급해진 건 고부장이었다.

“시간 없습니다 회장님 그냥 묻어 버리시지요”

“아냐… 고부장… 니가 가서 가져와”

명철이 기겁을 해서 소리 질렀다.

“안 됩니다 회장님~ 고부장 말고… 다른 사람이 가져 와야 합니다”

회장이 눈짓하자 아까 그 오함마가 숲으로 들어 가 이리저리 찾아 보더니 액정이 부서진 핸드폰을 들고 나온다.

“꼭 회장님이 직접 보셔야 합니다… 꼭요…”

오함마가 핸드폰을 가져와 부서진 액정을 겨우 이리저리 살피며 작동해서 동영상을 작동시킨다. 김부장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차 사고가 나서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찍어서 명철에게 보낸다는 게 싸가지에게 보내 진 것 같았다.

“명철아~ 고부장이 날 죽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나도 몰랐다.”

듣고 있는 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오함마가 나머지 파일도 열어 보고 회장에게 보고 한다.

“장부하고 거래 목록, 나머지 증거들입니다.”

회장의 인상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애들 풀어 줘…”

오함마 패거리가 땅을 파내 명철과 덕구를 빼내 준다. 두 사람은 죽다 살아난 표정으로 징징거린다. 회장이 다시 싸늘하게 말했다.

“고부장~ 이제 니가 얘기 할 차례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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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원의 옥탑방이 떠들썩하다. 새 식구 채원이와 지원이를 맞이 하기 위해 옥탑방을 다시 꾸며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이 옥탑방 면적이 넓어서 두 아이의 이층 침대와 책상을 놓을 장소는 충분했다. 이동식 칸막이도 설치 해 놓으니 그럴 듯 한 아이들만의 공간이 만들어 졌다.

물론 명철과 덕구가 무사 하단 전화를 받고 차를 돌려 보육원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데려 온 것이다. 싸가지는 현장 십장처럼 특유의 설레발을 쳤지만 아이들 학교부터 전입 신고 등 꼼꼼하고 빠짐없이 연준과 규원이 모르는 부분을 살펴 줬다.

연준은 이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제서야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 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을 새로운 학교에 데려다 주고 혼자 나와 차에 앉았다. 이제 온전히 연준의 시간이다. 연준은 일이 마무리 되면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언가 숨겨진 내막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갱단의 조직원이 싸가지를 찾아 올 리도 만무하고, 때밀이 탁자 위에서 죽은 사람이 싸가지에게 동영상을 보냈다는 것도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있는 사이어야 말이 되지 않는가? 하지만 싸가지는 죽은 김부장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연준이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 어제 받았던 동영상을 재생 시킨다.

“명철아~ 고부장이 날 죽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나도 몰랐다.”

사고가 나서 거의 옆으로 쓰러진 상태에서 급하게 찍은 영상이었다.

“장부하고 증거들을 보낸다. 만약 내가 죽으면 회장님께 보내라”

그리곤 고통스러운지 잠시 말을 멈추곤 숨을 몰아 쉬었다.

“내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지.. 이상하겠지… 휴~ ”

“난… 죽을 것이다.
그 전에… 헉헉… 그 사람을 한 번 보고 싶다”

동영상은 그렇게 끝이났다. 연준이 동영상을 닫고, 파일을 열어 본다. 이해할 수 없는 장부와 고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의 녹음 파일 등이 있고, 거래 내역과 장소에 대한 정보 등도 보인다. 그 중에서 영어로 “Secret Box” 라는 파일이 눈에 띈다. 열어 보니 아라비아 숫자 열 두개만 쓰여 있다.

연준이 개인 물품 보관소 “Secret Box” 회사 창고 앞에 서 있다. 이름이 이상해 인터넷에서 찾아 보니 물품 보관소 이름이었다. 창구에 이야기 하니 보관료가 밀렸다고 해서 밀린 돈을 내고 안내 받은 곳으로 향했다.

예상한대로 열 두개의 아라비아 숫자는 비밀 번호였다. 숫자를 누르자 문이 열렸다. 안을 들여다 보자 봉인된 자그마한 상자 하나가 보였다. 연준은 잠시 망설였다. 남의 물건이다. 명철이란 사람에게 부탁한 일 아닌가? 자신이 만져도 되는 물건인가? 하지만 잠시 망설이다 연준이 박스를 꺼내 들고 밖으로 나왔다.

차에 올라타 박스를 조수석에 놓고 시동을 걸었다. 그리곤 잠시 박스를 쳐다보는 연준이다. 연준이 이리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버지인 싸가지 일이었다.

호텔로 돌아 온 연준이 박스를 탁자 위에 놓고 다시 한번 쳐다 보았다. 이내 결심했는지 커터 칼을 꺼내 박스 테이프를 잘라 낸다. 박스를 열어 보니 노트 한 권과 사진이 들어 있는 낡은 봉투가 보였다.

우선 사진이 궁금해 봉투를 열어 두툼한 사진들을 꺼내는데 연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어머니의 사진들이었다. 젊었을 때 아름답던 어머니의 사진들… 거기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활짝 웃는 모습들… 정말 행복한 모습의 어머니 사진들이었다.

계속해서 사진을 넘기자 이번에는 영화배우 뺨치게 잘 생긴 남자와 어머니가 같이 찍은 사진들이 나왔다. 연준은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아마 김부장 일 것이다. 한 결 같이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다음 사진을 보자 연준이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두 사람이 아기를 안고 있는 가족 사진을 본 것이다. 아기는 틀림없이 연준, 본인의 어릴 적 모습이었다. 연준은 숨을 몰아 쉬었다. 사진들을 탁자 위에 던져 놓고 생각에 잠기었다. 침착 해 보려 애를 썼지만 부들 부들 떨리는 양 손을 멈출 수 없었다.

겨우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가며 서로 어루만져 진정시키곤 연준의 눈길이 노트로 향했다.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열어 봐야 한다. 연준이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들어 첫 장을 열었다.

“폐 섬유종이란다. 난 이제 얼마 못 살 것이다.
죽는 거는 무섭지 않다. 그런데…
종로 금은방에서 그 사람을 본 후 나는 죽는 것이 두려워졌다”

연준은 어렴풋이 떠오르는 자신의 짐작이 맞지 않게 해 달라고 마음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난 일생 동안 수 없이 많이 나쁜 짓을 해 왔지만… 대부분 당해도 싼 놈들이었다.
다만… 죽기 전에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단 하나 있는데…”

“ 그 사람을 본 후, 난 내가 살면서 돈을 벌어 놓지 못 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
했다. 그래서 난 악마 같은 고부장 새끼라도 손 잡고 돈을 만들기로 했다.
돈을 만들어서… 죽기 전에… 그 사람이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한다.”

“난 그 사람과 사랑을 했고 아이도 낳았지만 어린 나이에 가정을 이룬다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고 두려웠었다. 그래서 난 그 사람도 버렸고 아이도 버렸다.”

글을 읽어 내려 가는 연준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기사 등록일: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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