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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에 얽힌 이야기 _ 약속의 땅 가나안 2부 11편
6.25 전쟁 이후에 아이젠 하워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때 일이다. 아이젠 하워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사람은 미국에서 온 의료 선교사였다. 이 분은 미국 사람이면서 한국 사람 보다 더 한국말을 잘한다는 분이다. 소문대로 통역을 아주 잘 했는데 중간에서 ‘인민군이 남침 했을때’를 ‘인민군이 남침 하셨을때’라고 말을 했다.
한국 사람이면 아무도 인민군에 대해 존칭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인데 아무리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미국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하게 된것이다.

6.25 전쟁 당시 국군은 파죽지세로 후퇴하여 낙동강을 최후 저지선으로 정하고 결사적으로 싸울때였다. 이승만 정부는 미국 대통령과 일본에 있는 극동지구 사령관 맥아더 장군에게 한국 전쟁 상황을 보고하고 빨리 지원해 줄것을 요청하였다. 맥아더 장군이 참모 몇사람을 대동하고 낙동강 저지선까지 헬리콥터로 날아왔다. 망원경으로 최전방 전투 현황을 살핀 다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네버마인(Never mind) 란 말만 남기고 일본으로 다시 날아갔다.

한국 정부로서는 맥아더 장군의 말 한마디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때에 야속하게도 다른 말은 하지 않고’Never mind’란 말만 남기고 떠났으니 그 말이 도와주겠다는 뜻이냐 안 도와주겠다는 뜻이냐를 놓고 통역하는 사람 간에도 이견이 생겼다.

한 사람은 ‘염려 마라 도와주겠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나는 모르겠다 안 도와 주겠다’고 통역을 한 것이다. 위의 두 예는 1965년도 신동아 잡지에 UN 본부에서 통역으로 일하는 분이 남의 말을 통역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가를 설명하면서 기록한 내용의 일부분인데 생각이 나서 여기에 적어 보았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다. 캐나다에 와서 산지 40여년이 다 되었는데도 여전히 그렇다. 그런 내가 공식적인 통역을 두 번 한적이 있다. 하고 싶어한 게 아니라 어쩔수 없이 내가 해야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첫번째는 캐나다에 오기 전 해인 1967년에 파주에서 농촌교회를 다니고 있을 때였다. 미 2사단 소속 군목님이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 오셔서 설교를 하시게 되였다. 미군 목사님이 설교를 하신다니까 교인들 모두 좋아했다.

그런데 문제는 통역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교인들의 대부분은 농부들이니 영어 설교를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목사님은 나를 지목하고 나밖에 우리교회에서는 통역할 사람이 없다고 하셨다. 나는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좀 틀려도 괜찮으니까 나보고 계속해서 부탁을 하셨다. 통역할 사람 때문에 미군 목사님의 설교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기 아깝다는 것이다.

나는 할수 없이 허락하고 미군 목사님께 연락해서 설교 원본을 미리 받아가지고 번역을 하고 번역한 내용을 가지고 통역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의 설교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어느 목적지를 향하여 여행을 떠냈다. 도중에 큰 언덕을 만나게 되었고 길은 셋으로 갈라졌다. 그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목적지에 도착할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가 있는 위치에서는 먼 앞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그가 헬리콥터를 타고 언덕보다 더 높은데서 내려다 보니까 왼쪽길은 언덕을 돌아서 작은 마을로 연결된것을 볼 수 있었고 또 오른쪽 길은 오른쪽으로 돌아서 강가로 가게 되어있는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 길만 언덕을 넘어서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세상엔 많은 종교가 있다. 세상적 지식과 경험으로는 어떤 종교가 옳은 종교인지 알 수 없다. 헬리콥터를 타고 언덕보다 높은데 올라가야 목적지로 가는 길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지식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 내려다 봐야 어떤 종교가 옳은 종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세상의 지식보다 더 높은 차원의 것은 무엇인가? 나는 하나님이라고 믿는다. 하나님의 모든 생각과 계획이 씌어져 있는 것이 성경책이다. 성경은 인생의 시작부터 영원까지 이르는 안내의 지도책이다. 이 인생 지도책에 있는대로 따라서 살면 되는 것이다.
또 한번 통역을 한것은 1970년도 이다. 어느날 아침에 내 사무실에 전화가 왔다. ‘미스터 양이신가요’하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까 ‘나는 캘거리 경찰서 형사 아무게인데 한국 사람이 절도 혐의로 잡혀서 즉결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통역 할 사람이 필요해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통역을 할 만큼 영어를 잘 못하니까 그런 통역을 잘 할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내가 한국사람 통역할 사람을 찾느라고 이민국과 각 교회마다 전화해서 당신을 겨우 찾았는데 다른 사람 소개할 필요없이 날보고 통역을 해 달라’고 사정을 한다. ‘지금 당신이 말하는 것을 보니까 그 정도면 충분히 통역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 형사가 일러준 시간에 맞춰서 캘거리 경찰서 2층에 즉결재판하는 곳에 찾아갔다. 민망스럽게도 아는 사람이였다. 그는 얼마전에 캘거리로 이민온 사람이였다.(지금은 캘거리에 거주하지 않고 있음) 재판이 시작되었다.

나와 그는 나란히 재판관 앞에 서 있었다. ‘왜 물건을 가지고 캐시어에게 돈을 내지 않고 밖으로 나갔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대신 ‘내가 죽을 죄를 지었으니 양선생님이 알아서 답변을 하라’고 사정을 했다. ‘그래도 묻는 말에 뭐라고 말을 해야 통역을 할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이런 광경을 높은 데 앉아서 보고 있던 판사가 나에게 경고를 했다. ‘당신은 통역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피고인과 상의를 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피고인이 뭐라고 했는데 그 말 그대로 나에게 통역을 하라’고 했다.
그렇다고 내가 죽을 죄를 졌으니 나보고 알아서 말하라고 했다고 할 수도 없고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까 잠깐 생각하고 있는데 판사가 또 재촉을 했다. ‘왜 빨리 말을 안하느냐 피고인이 말한대로 그대로 하라’는 것이다. ‘캐나다에 온지 얼마 안되서 이곳 사정을 잘몰라서 그랬다. 나중에 돈을 낼려고 그랬다’ 고 본의 아니게 거짓말 통역을 했다.

따지고 보면 아주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다. 그는 날 보고 알아서 대답해 달라고 했으니 말이다. 내 말을 듣더니 근엄하게 앉아있던 판사가 껄껄 웃더니 그러면 절도한 것을 인정하느냐고 다시 묻고 판결을 했다. ‘형법 몇조 몇항에 의하면 피고인의 절도 행위는 징역 3개월에서 최고 2년 형에 해당된다.

그러나 캐나다에 와서 산지 얼마 안되서 이곳 사정을 잘 몰랐다고 했고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벌금 100불로 판결을 한다’고 했다. ‘만일 다음에 또 이런 절도 행위가 있을 경우는 중벌로 다스리겠다’고 단서를 더 붙였다. 실력도 없이 통역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앞으로는 다시는 통역하는 일은 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도 통역을 한 경험으로 얻은것이 있다면 미군 군목님의 설교 내용이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내 머리속에 남아 있게 되었고 즉결 재판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CN드림 2006년 12/15일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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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06-12-29
운영팀 | 2022-10-03 2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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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기사인데 데이터 베이스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전것 삭제하고 새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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