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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골짜기를 친구와 걸으며...¬글: 이소영 (캘거리 교민)
 
가을도 저물어 갈 무렵 친구와 함께 로키 산 아래 계곡을 따라 걸었습니다.
이제 막 깊은 슬픔의 강을 건너온 친구와 오늘은 낮은 골짜기를 함께 걸으렵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품어주는 산에 안기어 나도 오늘은 그 친구에게 산이고 싶었습니다.
산과 같은 넓은 품을 내어줄 수는 없을지라도
오랫동안 견뎌내야 할 긴 시간 속에 오늘은 하나의 쉼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깊이 숨겨놓은 곳들을 우리에게 허락해 주는 산을 보니 아직 매서운 계절은 아닌가 봅니다.
눈이 많이 오고 얼어붙는 냉랭한 계절이 오면 산은 빗장을 걸고 깊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올 거라는 것을 그도 알았는지 산은 자신의 품 한 곳을 우리에게 묵묵히 허락해 주었습니다.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니
누가 저렇게 큰 두레박으로 물을 떠다 담아 놓았을까요?
무슨 색 물감을 섞었기에 저렇게 청 푸른 고운 빛이 날까요
그 고상한 물에 염치없이 허리를 푹 담근 넓적한 절벽이 잘 어울리는 걸 보면 둘은 친한 사이 인가 봅니다.
나도 친구에게 푹 담기어 쉬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 둘의 모습에 매료되어 오랫동안 사진에 담아 간직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했던 마음과 늦가을에 따스했던 햇볕은 사진 속에 담을 수 없어
그냥 희미해질 기억 속에 담아 돌아섰습니다

숲 속 길가에는 미쳐 겨울 준비를 끝내지 못한 나무들이 아직 마른 나뭇잎 몇 장을 쥐고 있습니다.
친구와 잎을 따 손으로 문지르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재미있다고 함께 웃었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다람쥐가 혹시 먹을 것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며 밀당하는 모습에도 웃었습니다.
그러나 맘껏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걷다 보니 부러져 밑동만 남아 썩어 가는 나무가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작은 나무 새싹이 썩어가는 나무 밑동 안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아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나무는 꺾이고 부러지면 안 되는 줄 알았습니다.
매서운 바람도 폭풍우도 이겨내며
꺾이지 않고 하늘 끝까지 자라 좋은 재목이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 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몸통조차 통째로 꺾여 옆으로 나동그라지고, 뿌리째 흔들려 깊은 속조차 썩어가고 있을 때
그 썩은 나무속에서 싹이 트고 새로운 나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만신창이가 되어 새로 태어나고 있는 그 나무를 보며
차마 그 이야기를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무에게 부탁하렵니다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 친구의 아픔이 옅어져 가는 그날에 그의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 달라고 말입니다.
새로 태어나기 위함이었다고......

그리고 지금은 무심히 흐르는 저 강물처럼 친구와 오늘이라는 시간을 흘러 보내려고 합니다.


기사 등록일: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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