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감정평가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판매된 매물을 꼼꼼히 분석하게 된다. 그런 분석이 쌓이다 보면 왜 어떤 집은 다른 집에 비해 빨리 그리고 높은 가격으로 팔리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고 통계적으로 데이터화 하게 된다. 오늘은 감정평가의 경험을 토대로 가치있는 집 잘 사는 법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한다.

자신이 들어가 살 집, 즉 거주용 부동산은 어떤 기준으로 구입하면 좋을까.

첫째, 나의 가장 큰 필요를 채워주는 집이 좋은 집이다.

이 세상에 내가 바라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다 가진 집은 없다. 열 가지 희망사항이 있다면, 운이 좋은 경우 약 여덟 가지 정도 갖춘 집을 살 수 있다. 즉 80점 정도면 성공이다.
실제로는 대략 대여섯개의 조건만을 만족시키는 집을 구입하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주택구매는 이렇게 몇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의 산술적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우선순위를 가진 구매를 해야 한다.
과연 내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각각의 희망사항들에 가중치를 달리 매기고, 가장 우선순위가 큰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집을 구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집 구매조건이 출퇴근 시간 단축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직장과 가까운 위치의 집을 찾아야 한다.
만일 가장 중요한 몇가지의 조건이 만족된다면 그 다음 조건들은 대부분 살면서 해결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선순위가 가장 큰 조건들은 만족되지 않고 부가적인 조건들만 충족될 경우, 많은 경우 후회가 따르고 또다시 집을 옮겨야 하는 이유가 된다.

둘째, 좋은 로케이션은 반드시 그 값을 한다.

흔히들 부동산은 “location, location, location”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동산에서 입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작년 캘거리의 Auburn Bay라는커뮤니티에서 건축업자들에 의해 팔린 택지의 경우, 큰 길가의 표준 lot은 $140,000, 조용한 동네 안 쪽 골목은 $160,000, 조용하면서 공원을 접하고 있는 경우는 최소 $180,000 정도의 가격이었다. 여기에 워크아웃 지하가 있을 경우 $200,000이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Auburn Bay 호수가나 Cranstone 보우강가의 택지는 약 $500,000 - $600,000 에 팔렸다.
그런데 이 택지들이 집들이 지어지고 나중에 재매매가 될 때에는 보통 처음에 팔렸을 때의 가격 폭보다 훨씬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가장 극명한 예로 view가 아주 좋은 집들이다. 이런 집들은 사실 그 집이 갖고 있는 멋있는 풍경(view)에 가격을 매기기 힘들어진다. 조금 과장하자면 부르는 게 값이고, 그 view의 가치를 인정하는 소수의 구매자들은 그 값을 기꺼이 치른다. 감정평가에서도 가장 수치화하기 힘든 요소가 그래서 이 view와 같은 입지요인들이다.
좋은 입지의 주택은 살면서도 많은 만족을 줄 뿐 아니라, 재매매시에는 반드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셋째, 새로운 커뮤니티일 경우, 잠재가치가 높은 지역을 선택하라.

당연한 얘기 같지만 실제 감정평가를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각 지역의 차이를 모르고 구매하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분명 겉보기에 똑 같은 새 집들처럼 보이고, 비슷한 가격처럼 보여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것이 그 지역이 가진 잠재가치다.
특히 건축업자들은 그 지역적 잠재성과는 크게 상관없이 가격을 비슷하게 적용하려는 경향이 있어 더욱 구매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예를 들어 Southeast의 Seton과 Southwest의 Silverado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 잠재성은 어떤지? 서로 인접한 New Brighton과 Auburn Bay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없다면 이 지역들에 주택 구입을 잠시 미루고 전문가와 상의 하시길 바란다.
구입 후 2-3년 뒤에는 반드시 이 지역들의 시장가치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며, 후회하는 구매자와 웃음짓는 구매자가 나뉠 것이다.
특히 뉴 커뮤니티들은 시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부심지 (sub-centre)와의 인접성과 기능분할 등을 반드시 고려해 봐야 한다.
(계속)


네째, 특색있는 주택을 구입하라. 캐릭터가 있는 집들은 평범한 집들보다 팔 때 훨씬 수월하다. 캐릭터가 있다는 말은 다소 말로 표현하기 힘드나, 대략 다른 집들이 가지지 못한 업그레이드, 사용된 재질 혹은 레이아웃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붙박이 책장, 스카이 라이트, 높은 천정, 둥근처리 벽, 프렌치 도어, 업그레이드 된 주방, 독특한 레이아웃 등의 요소들이 잘 조합된 집들을 말한다. 물론 실용성이 배제된 독특함은 기능적 퇴화(functional obsolescence)라 하여 감정평가에서도 마이너스가 된다. 수영장 있는 집들도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업그레이드를 위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기능성과 독특함이 겸비된 집들은 반드시 다른 집들과 구분되고, 보다 높은 가치로 큰 수요를 갖게 된다.

다섯째, 부엌이 업그레이드 된 집을 고르라. 만일 주택을 레노베이션 한다면 가장 많이 돈이 드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부엌이다. 그리고 부엌과 화장실은 대부분의 주택 구매에 있어 최종결정자인 여성, 아내들의 주 관심영역이기도 하다. 아내의 행복은 곧 남편의 평화이며 가족의 안녕이 아닌가. 다른 곳이 좀 부족해 보이지만 부엌이 제데로 업그레이드 되어있다면, 반대로 다른 공간들은 보기 좋으나 부엌이 엉망인 집보다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참고로 감정평가시 집의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단일 아이템중 하나는 부엌의 캐비닛이다. 정도에 따라서 집 전체의 가치에 약 $15,000 - $35,000이상의 가치를 좌우한다.

여섯째, 가격이 낮은 지역에 제일 비싼집보다, 가격이 높은 지역에 제일 싼 집이 낫다. 부동산에는 “일치의 원칙(Principle of Conformity)”이란 것이 있다. 이는 개별 주택은 그것이 속한 지역의 개발 유형이나 가치와 일치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원칙이다. 쉽게 말하자면 ‘덩달이’ 법칙인 것이다. 허름한 집이라도 높은 가격의 집들과 같이 있으면 덩달아 비싸게 팔리고,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낮은 가격대의 집들이 있는 동네에 있으면 덩달아 싸게 팔리는 것이다. 감정평가를 하다보면 실제 이런 현상을 종종 목격하곤 하는데, 저가의 지역에 엄청난 돈을 들인 집들을 볼 때면 씁쓸한 웃음이 나오게 된다. 분명 감정평가를 하면 들인 돈보다도 가치가 적게 나올 테니까.

일곱째, 대충 손 본 집보다 아예 손을 안본 집을 사라. 십중팔구 적당히 레노베이션한 집은 나중에 다시 뜯어내고 또 공사를 해야한다. 돈이 이중으로 드는 것이다.

이외에도 집 잘사는 방법들은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제한된 지면에 이만 줄이고, 투자용 주택구입 방법이나 오래된 집 구입시 체크사항 등은 이 후 다른 칼럼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모쪼록 올 해 주택구입 계획이 있으신 모든 독자들이 만족스러운 새 집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시길 기원한다.

다음 주 칼럼 -- “왜 벤쿠버는 아직도 오르는가, 그 숨겨진 원칙”

글: Simon Kim / 김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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