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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 사는 사람들 _ 최우일 칼럼
“….오늘날 사람 사는 모습을 보면, 부모는 힘써 일하지만 그 자식들은 일의 고단함을 모른 채 편하게만 살고 말을 함부로 하며 옛 사람을 무식하다고 업신여긴다.”

서경(書經)을 읽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군주의 무일(無逸)을 경계하기 위한 글을 놓고 딴청 떠는 것 같기는 하지만 내 얘기를 꺼내기엔 아주 십상이다 싶어 부끄러움을 참습니다.

삶의 근본을 농경으로 삼았던 불과 한 두 세대 전 만해도 나이는 경험으로, 경험은 다시 생활지식으로 통하였고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의 경험은 젊은이들에게 참고서와 같이 여겨진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식창고의 책임은 권위가 되어 위계질서에도 한 몫을 하였습니다.

나이 많은 이들이 이룬 경험의 퇴적지층은 두껍고 단단하였고 그 기반 위에서 생활을 이루어나갔습니다. 그들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가정과 사회의 바탕이었습니다. 그러나 빠른 변화의 시류를 타고 이 바탕 퇴적층이 쓸려가 버리고, 그리하여 옛 가치가 가벼이 여겨지고 웃음거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재빠르고 효율적이며 소비와 편함을 제일로 여기고, 무엇보다 개인의 독립성향이 튀는 이 신세대인들의 방대한 전문지식에 위압을 느끼며, 나이 든 자신들의 축적된 낡은 경험이 아무 쓸모가 없게 되자 노년층은 변화에 생소하고 두려워 스스로 울을 둘러치고 숨어 버립니다. 단순한 경험이 중요시되고, 때문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던 농경 사회가 이미 아닌 것을 안 까닭입니다.

사람이 울에 갇히면(囚) 자유를 빼앗긴 죄수의 신세입니다. 울타리는 보호와 안일은 보장되지만 개인의 자유와 개인성이 박탈되고 창의성이 감금되며 본연의 자존감을 잃어 무기력한 존재가 됩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방대한 양의 새로운 지식에 압도됩니다. 지금 세상이 더욱 그러하여, 까딱 뒤쳐지기가 십상입니다. 게다가 외국에 나와 사는 부모들에겐 영어라는 높은 장벽이 하나 가로막고 있습니다. 언어는 생활의 시작이며 기초입니다. 이것 없이 세상을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우릴 두고 무식하다고 한다면 다 이 말 탓입니다. 발 없이도 천리를 가는 쓸데 없는 말 따위가 아니라, 세상을 아는데 필요한 말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서경이 집성된 ‘수 천년 전의 오늘 날’ 이나 ‘지금의 오늘 날’이나 부모세대는 변화의 대처에 느리다고 자식들이 치부하는 게 우린 섭섭한 심정입니다. 어느 세대건 자식들 세대의 눈에는 부모들 세대가 굼뜨고 무식한가 봅니다.

기사 등록일: 200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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