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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작성자 유장원 게시물번호 -3549 작성일 2006-05-28 00:11 조회수 1164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한참 많이 남았을 때

그 땐 마을마다 우물이 하나씩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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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마려워 펌프질을 하려면

푸석푸석

신경질 내는 펌프를 달래느라

바가지에 하나 가득

마중물을 내려 보내고

으샤으샤

솟아 오르는 차고 맑은 우물물!

 

작은 몸뚱이가 녹슨 손잡이에 대롱거리며

오르락 내리락 할 때 마다

콸콸대던 물소리

까르르 웃는 꼬마들의 웃음 소리

무지개 방울은 지붕 위로 퐁퐁 날아 갔지

 

세월을 꺾고

또 꺾고 보니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보다

더 많아진 듯 보이네

초조함에 목이 마려워

주위를 둘러봐도 우물은 보이질 않고

병에 갇힌 채 졸고 있는 생수들!

 

목줄기와 목덜미를 함께 타고 내리던

차갑고 맑았던 오래 전 기억을 되살리려 마셔보지만

좀처럼 되살아 나지 않네

 

그러나 어딘가엔

반드시 우물이 있으리라

 

그 우물을 찾는 날

또 펌프질을 해야 한다면

한 바가지가 아니라

내가 마중물이 되어

우물 속에 갇혀 있던

맑고 순수한 모든 것들을

솟구쳐 올라 오게 하고 싶다

 

소박했지만 아름다웠던 꿈들

맑은 웃음과 티 없는 모습들

 

목 마른 대지위에 힘차게 뿜어 내고 싶다.

 

살아갈 그 남아 있는 날들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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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priming water): 펌프로 물을 퍼 올릴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먼저 윗구멍에 붓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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