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민감한 충고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비실명 게시판의 매력이자 장점이기도 합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pioneer님의 글을 읽고 나름대로 느낀 점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안티가 많은 이유는 님의 의견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말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 친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어느 기독교 교단 총회 홈피에서 교역자들과 토론할 때가 많은데 그 홈피 성격상 불필요한 장광설을 푸는 사람들이 많아 언젠가 이런 조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첫째 가장 나쁜 글은 쓸데없이 긴 글입니다. 쓸데 있건 없건 긴 글은 우선 대부분의 독자들이 한 줄도 제대로 읽지 않습니다. 결심하고 구입한 책도 안 읽는 판에 무슨 정성이 뻗쳤다고 온라인에서 눈 아프게 긴 글을 읽고 앉아 있겠습니까? (단 제가 쓰는 이 글은 예외이구요^^)
둘째, ‘학생주임이 훈계하는 글’ 은 그 주장에 동의할 사람 조차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묘한 마력이 있습니다. 상대를 설득하고 싶으면 스스로부터 겸손해져야 합니다. 일단 마음으로부터 끌려야 상대의 이야기를 듣든 말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잘못된 대화 접근 방식입니다. pioneer 님에게 안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잘못된 대화 접근 방식에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예를 들면 pioneer 님께서 말씀하신 다음과 같은 표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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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끼리 헐뜯고 살지는 않는지요?
혹시 정당하게 성공한 한국인을 시기하진 않는지요?
혹시 나보다 잘난 사람을 시기하진 않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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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님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민족적 자부심을 가지고 사시는 것처럼, 근면과 정직, 정당한 경쟁 이런 개념들을 우선 순위의 가치로 두고 나름대로 삶을 살아가시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각자 다른 것들에 우선 순위의 가치를 두고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pioneer 님은 pioneer 님이 하시고 싶은 이야기만 최선을 다해 하시면 됩니다. 남들이 어떤 심리적 동기에서 누구를 비판하는가 까지 pioneer 님이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사실 그런 걸 걱정한다는 건 pioneer 님의 능력 밖의 문제입니다. 나아가 crude 한 추측을 가지고 위와 같이 질문한다는 건 월권임과 동시에 매우 무례한 행동입니다.
저는 pioneer 님이 진짜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는 한국의 극우 계급주의자들과는 다르다고 믿고 있습니다. 님이 르완다 이야기를 하셨을 때 그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비실명으로 글을 쓰면서 실명을 대서 미안한데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 같은 자들이야말로 진짜 문제가 있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곽선희 목사는 신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기자들이 교회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 광적인 증오심을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네깐 놈들이 뭔데 너희 보다 우월한 사람들(그 교회에 다니고 있는 이른바 엘리트들)을 비판하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내뱉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온라인 게시판에서 '듣도 보도 못한 잡놈'들이 나와 여러가지 쟁점을 가지고 길고도 논리정연한 썰을 풀어대는 현상 자체를 말세의 징조라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선 자기가 보기에 경쟁에서 뒤진 인생 실패자들이 나와서 건방지게 자기의 상상력에 기반한 총론적 강론을 펴려고 하는 게 기분 나빠서 일 것 입니다. 쉽게 말해서 꼽다 이거지요. 그 꼬운 정도는 자기가 설명으로 반박할 수 없는 분야에서 그 사람들이 설치고 있을 때 두드러지게 증가합니다. 상상력이든 각론 분야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든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분야를 자기보다 열등한 놈 (사실은 미운 놈)이 아는 척을 하면서 지껄이고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습니까? 이게 진짜 이유이겠지요.
그런 게 기분 나쁘다는 건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기본 이해가 완전히 잘못돼 있다는 반증입니다. 인류문명사 발전의 동력을 자기 철학 안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그 동안 공부와 사고가 따로 놀았다는 이야기고요. 다른 각도에서 진단하자면 황국신민이나 유신시대적 초등교육 사고의 늪에 매몰돼 있다는 말도 됩니다.
서울법대 다니는 아들을 둔 무식한 엄마가 법에 대해 약간 아는 척을 하는 옆집 여편네를 혼내주기를 기대하는 심리와 비슷한 건데, 경우에 따라 순박하기도 하고 천박하기도 하다는 게 이들의 특징입니다. 나이가 80을 먹었으면서도 정서지능은 10 대 수준인데 이런 사람이 박사학위(명예박사이긴 하지만)를 가졌다 한 들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Pioneer 님의 글에 안티가 많이 걸리는 것은 혹시 이런 진짜 잘못된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연상되는 표현이 가끔 나오기 때문이어서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제 짐작이고 의견일 뿐 이니까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저는 pioneer 님은 그런 사람들 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르완다…… 참 그 말씀 듣고 제가 잘 모르던 부분을 자세히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그 점 감사 드립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죠. ------1994 년 당시 프랑스는 불어권 종족인 후투족을, 미국은 소수 영어권 종족인 투치족과 Paul Kagami가 이끄는 투치족의 망명 저항조직 Rwandese Patriotic Front를 지원하고 있었다. 그 해 4 월 6 일 미국이 배후에서 개입한 것이 거의 분명한 미사일 공격에 의해 후투족 출신이었던 당시 대통령 Habyarimana 와 부룬디 대통령이 타고 있던 전용기가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계기로 프랑코폰 후투족과 앵글로폰 투치족 사이의 내전이 벌어지는데, 80 만 명이 학살당하고 200 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되는 비극이 벌어진다.------
사실 저는 선제공격은 앵글로폰 게릴라들이 벌였지만 그 보복으로 야기된 민간인 학살의 희생자들이 대부분 앵글로폰 투치족 이었으므로 프랑스 쪽에 더 반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BBC 등에서는 그런 쪽으로 몰아갔지요) Pioneer 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제가 미국과 영국 쪽 프로파겐다에 놀아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그러고 저러고 간에 별 관심이 적어 잘 몰랐다고 보는 게 솔직한 말 일 겁니다. 사회 이슈를 주제로 글을 몇 번 써 올렸던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한 일이지요. 몇 개월 동안 80 만 이상이 학살당한 사건인데……
말씀하신 대로 새해에는 소모전으로 시간만 낭비하고 서로 스타일만 구길 것이 아니라 좋은 대화를 이어가기를 희망합니다.
추신: 참, 저는 pioneer 님과 비슷한 시대를 산 사람입니다. 동교동에서 안국동을 매일 통학하면서 새종로 시민회관 (아시죠, 불이나서 하춘화 씨가 부상당했던) 에 걸려 있던 <우리의 목표=1000 불 소득 100 억 불 수출> 전광판을 하루도 빠짐없이 보아왔지요. 그러니까 저 한테는 "그 시대를 경험해 보지 않은" 이런 말은 빼 주시구요.










감사 합니다.
좋은 뜻으로 새겨 두겠습니다.
제가 이곳에 글을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건방진 짓인줄 알지만
내 나라에 대한 극히 부정적인 글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 엄청나게 문제가 많은 사회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한국에 한번 방문하려면 큰 맘 먹어야 하는 많은 어린 교포 자녀들이 있고
유학이라는 이름으로 조국을 떠나 이곳에 온 젊은이들도 제법 있을텐데
내 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을 갖게 될까 염려 되었기 때문입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나라에 대한 열렬한 성원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쯤은 생각하는 균형있는 시각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물론 저 보다 더 현명한 젊은이들이 많다는 걸 압니다.
그러나 인생의 선배로서의 의무도 있는 것이니까요.
만약, 한국에 대해 한결 같이 옹호하는 분들의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면
저는 아마도 어두운 면을 이야기 했을 것입니다.
제가 뭣 하는 사람일 것 같습니까?
저를 어떤 사람으로 상상들 하실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