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roktank님 덧글로 달았다가 그냥 여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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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구독하는 잡지중에 new scientists라는 대중을 위한 잡지가 있습니다. 지난주호의 커버 스토리가 “부인주의”었고 그걸 읽으면서, “야 이거 조중동에서 써먹겠다”고 혼자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조선일보에서 써먹었고, 그 컬럼의 일부가 roktank님 글에 recycle되었습니다. 부인주의는 압도적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실”을 사실로 믿지 않는 집단이 “오랜기간 (몇년, 몇십년)” 존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뉴 싸이엔티스트 커버스토리에서 제시한 대표적인 부인주의의 예는 (1) 글로벌 워밍이 인재가 아니라고 믿는사람들, 인재더라두 큰일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 (2) 백신이 신경발달장애의 원인이라고 믿는 사람들, (3) 그리고 가장 흔하게는 하나님이나 지적 설계자가 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저두 이런 사람들을 매우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중에 하나지만지만, 천안함 사태에 대한 국방부의 주장에 아직 설득이 되지 못한 사람들을 “창조과학종사자”등의 집단들과 비교해서는 안된다는것이 제 생각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압도적증거”의 정도입니다. 위에 제시한 예의 공통적 특성은 모든 정보가 어떤 사람에게도 공개되어 있어서 누구라고 자신만의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즉 음모의 여지가 없는것 들입니다. 천암함이나 또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구실이 된 대량살상무기 존재설따위의 사건은 모든 사람들에게 정보접근성이 없고 그러므로 위의 부인주의의 예로 거론되어서는 안됩니다. 조선일보의 “헛발질”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물론 이신문은 자신의 헛발질따위에는 관심이 없지만요 (선동만 된다면 말이죠.)
이런상황에서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북/중/미 과학자들의 합동조사만이 저같은 사람들을 설득시킬 것 같습니다. 선거전에 미완성 결과를 발표해서 겁나는 대책을 발표해 버리는 (그 겁나는 대책이라는게 지금은 수정되거나 취소되는거 같은 분위기인데요.) 그런 사람들말은 저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런 cross-examination 결과에 의해 “압도적”으로 북한의 소행이 밝혀지면, 그때에서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되겠지요 (어떤 사람들은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공격하자고 할것이고, 어떤 사람은 서해평화정착을 위한 획기적 대책을 원할 것이구요.)
암튼 최근에 뉴 싸이엔티스트에 나온 기사는 “창조론자/백신반대자/에이즈거부자들" 따위의 집단을 겨냥한 과학기사였구요, 천안함사태 정부발표에 대해 “합리적”의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도매금으로 매도해서는 안됩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도 천안함원인에 대해 “비합리적”의심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는거 같습니다. 근데 제가 무식하니까 옥석을 가릴 처지는 아니구요)
이런 얘길 하면 어떤 사람은 묻습니다. “그래 그럼 누가 그랬냐?” 저의 답변은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저두 알구 싶어 죽을 지경입니다. 얼마나 알고 싶으면, 중국/미국/북한/남한 공동조사를 촉구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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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그리고 freedom님… 자유게시판에서 덧글이 달리면 지워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이역만리 캘거리에 소재한 자유게시판이지만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있어야 됩니다. 특히 이번경우 roktank님이 부지런히 님의 주장을 반박하셨는데, 그걸 지운것은 게임의 룰을 극명히 위반하신것입니다. 이미 늦어 되돌릴수는 없지만, 미안함 맘이라도 전하셔야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저한테 댓글 단 글 지운 적이 있는데 댓글 단 분께 죄송합니다. 혹시 저를 아시는 분도 저에 대한 사적인 것 말고, 글 내용에 대해서만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제가 길게 댓글을 달려고 했는데 토마님이 해 주셔서 시간 절약 엄청 감사합니다. 처음에 저는 부인주의라서 부인학 (gynecology)인 줄 알았습니다. 언급된 잡지가Public Health에 관련된 것이라서요. 알고 보니 denialism이라는 것이며, 이 기사가 조센일보 <a href=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04/2010060401783.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5 target=_blank>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04/2010060401783.html?Dep1=news&Dep2=headline1&Dep3=h1_05</a> 에서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KAIST 겸임교수라는 분이 쓴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하신다는 분이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까 생각했는데, 조중동적 사고는 과학적 사고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인식님이 인용한 논문은European Journal of Public Health, Vol. 19, No. 1, 2–4에 실린 Pascal Diethelm와 Martin McKee가 쓴 “Denialism: what is it and how should scientists respond? Black is white and white is black”입니다. 이 글은 과학적 방법에 의한 결과를 서술한 것은 아니고 부인주의에 대한 견해 (viewpoint)를 여러 사례를 갖고 정리한 에세이입니다. 방금 저도 다운받아 읽었구요. 저작권이 있으니까 여기 못 올리고 이메일 주시면 날려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 저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토마님께서 잘 정리하셨듯이, 과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설을 부인하는 사례들입니다. 가령, 진화론이 정설로 과학계에선 압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창조론자들은 기원전 4004년에 우주가 만들어졌다라든가, 기후온난화 부인자들은 학계의 정설을 무시하고 반대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이죠. 이들은 대부분 건전한 과학 (sound science)은 무시하고 이론의 핵심이 아닌 것을 붙들어 반대 의견을 내곤 합니다. 가령 온도계가 없던 시절의 기록은 어떻게 믿느냐 등등이죠. 이 논문은 2쪽 분량이라 번역해서 올려도 좋을 내용입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서 민관조사단 (구체적으로 그네들이 밝히지 않아서 모르겠슴)의 내용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펼치는 사람들을 마치 부인주의자들로 몰아 부치는 이인식님은 이해가 안갑니다. 부인주의자들에게 문제되는 항목을 이 논문의 저자들은 다섯 가지를 제시했는데, 첫번째가 음모론입니다. 과학계에서 압도적으로 믿는 정설을 음모론자들은 사실은 이것이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다른 복잡하고 비밀스런 음모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진화론은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음모론자들이 날조해 냈다는 등이겠죠. 이들은 peer review 조차도 반대 의견을 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는 것이죠. 가령, 내가 멋진 논문을 썼는데, 내 논문의 이론을 싫어하는 절대 다수의 학자들이 고의로 내 논문 채택을 안 해 준다는 식이죠. 창조과학하는 사람들이 보통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이것이죠. 어떤 창조적인 논문 또는 새로운 발견을 제시하는 논문이 아주 희귀하게 그럴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도 음모론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식님께서 부인주의에 대한 이 논문을 천안함 사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부인주의자들로 몰아 부치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과학 논문이 발표되어 저널에 실리려면, 저널 편집자는 그 논문에 권위있는 학자들에게 review 부탁을 합니다. 이것을 peer review라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논문이 채택되고 발표되면 이 논문에 대한 코멘트나 인용, 검증 작업이 밝혀지죠. 황우석 교수팀 논문이 바로 이런 검증과정에서 들통이 난 것이죠.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 많은 의구심을 “대중” 이 제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반대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분야에 전문가들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자기들이 과학적 방법으로 이 번 사태를 조사했다고 하지만, 군민 조사단에 누가 몇 명이나 들어갔는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과학적 방법이었고 우리에게 신빙성있게 하려면, 어떤 절차에 의해서 조사가 이루어졌는지를 밝혀야 하고, 이른바 그 조사에 의구심을 내는 전문가들이 그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결정적인 증거라고 한 것은 어뢰와 어뢰에 적힌 “1번”이라는 매직으로 쓴 번호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 1번이 결정적인 증거라고 들이대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과학적인 조사 결과라는 것이죠. 교신내용과 TOD는 영상은 이미경의원이 보았다고 한 것 외에는 우리는 여전히 잘 모릅니다. 북한이 침범했다면, 잠수함의 경로나 어뢰의 확실한 소재, 1번에 관련된 의구심을 씻어내야 합니다.
저는 이명박님이 유엔 안보리에 회보한다고 했는데 속으로는 엄청 쪽팔리게 되겠구나 개망신 당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안보리 상정은 커녕 지금 망신당하고 있질 않습니까? 중국이 회보에 미온적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과 동맹관계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보다 도무지 조사 결과에 대해서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이것이 무슨 좌파고 부인주의자들입니까? 해결책은 아주 간단합니다. 여당과 야당,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조사단이 다시 발족되어 재조사를 해야 합니다. 물론 북한과 중국, 미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겠죠. 안보리에 그 의제가 상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 재조자하자. 기회를 달라하면 그러면 무슨 할 말이 있을까요?
제가 요구하는 것은 압도적인 증거가 아닙니다. 최소한의 조사라는 것이죠. 즉 교신기록, 티오디 영상 완전 공개, 천안함 승선한 군인들을 자유롭게 인터뷰할 수 있는 접근 허용, 발견된 어뢰에 대한 접근 허용, 매직으로 썬 “1번”에 대한 화학적 조사 재개 등이지요. 이것은 압도적인 증거가 아니라 최소한의 과학적 절차입니다.
사족으로 첨언하면, 부인주의자들은 주로 창조과학회 사람들, 석유 회사에 기생하는 삼류 기후냉각 주장하는 과학자들, 당시 부시 행정부에 기생하는 학자들, 그리고 진짜 삼류 과학자들입니다. 부인주의에 대한 논문을 쓴 저자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입니다. 또 한가지 북한이 공격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군책임자가 단 한명도 처벌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이명박 정부 외에는 없을걸요?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관계자 처벌 요구하면 친북좌파로 몰아부치니 합리적 이성이 죽은 사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