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는 세대 간의 철학이나 또는 개인 간의 가치관 차이를 설명하는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의 아버지도 박정희를 좋아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어쨌든 합바지 입고 리어카 끌고 다니던 시대로부터 탈출하게 해 준 "훌륭한 지도자"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께 이런 질문을 드려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 Saving Private Ryan 을 아버지와 같이 본 적이 있었는데, 박정희식 마인드 (공리주의)라면 저 한 명의 이등병을 구하기 위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말이죠. 라이언 이병 하나를 포기하면 1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가정을 했을 때 아버지는 어떤 판단을 하시겠습니까? 박정희 대통령 같았으면 전쟁터에서 병사 하나 죽는 것 쯤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겠지요.
그리고 영화 2012도 비슷한 주제였죠. 지구 전체가 이상기후로 인한 천재지변으로 인류가 멸망하게 됐을 때, 지도층에서는 인류발전에 공헌을 할 수 있는 과학자,예술가 그리고 기업가들을 추려내어 비밀리스트에 올려놓고 "노아의 방주 (made in China)"에 태워주고 나머지 천한 것들은 그냥 물에 빠져 죽게 내버려둡니다. 물론 마지막에 Dr. Adrian이 지도자들을 드라마틱하게 설득을 해서 방주의 수용능력을 훨씬 넘은 수의 사람들을 태우게 되지만, 그건 영화니까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맺은 것이겠죠. 제가 너무 염세적인가요? ^^
어쨌든 이해하기 쉽게 저와 같이 보신 영화들을 예를 들어서 설명을 드리니, 본인이 직접 박정희가 되는 것은 싫어하시면서도 그가 이뤄놓은 결과에 대한 혜택을 보았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지도자로서는 존경받아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어떤 행동의 잘잘못은 그 결과로서만 평가되어야 한다는 결과주의(consequentialism), 그리고 다수의 이익을 위해서는 소수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를 지지하는 것이죠.
그래서 또 여쭈었습니다.
"Monsanto 라는 회사에서 94년도에 Posilac 이라는 성장호르몬제를 (BGH) 개발했는데, 이게 젖소한테 먹이면 젖 생산량이 늘어나서 농부들 수입이 늘어난다. 근데 BGH에 대한 반응으로 소의 몸에서 tumor가 생기는데, 이 때문에 소나 사람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유방암, 전립선암, 등). 우유 생산량을 늘려주는 이 호르몬제를 써야할까요, 아니면 소나 사람의 건강을 생각해서 돈을 더 벌어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할까요?"
그랬더니 당연히 그런 걸 쓰면 안된다고 하십니다. 사람을 해치는 행동을 하면 안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고 그 중 극소수만 암에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래도 그런 쓰게 하면 안된답니다 (아버지도 암이 무섭긴 하신가 봅니다). 그래서 제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면, 우리나라 축산업 발전을 위해서 Posilac을 수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그제서야 제 의도를 알아차리시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버럭 짜증을 내시더군요. 똑같은 일이라도, 남의 이야기였을 때와 내 이야기가 됐을 때 판단의 잣대가 달라 생기는 일종의 인지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의 예인 셈이죠.
공리주의와 결과주의로써 사람의 도덕성을 판단하게 되면 이렇게 비인간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 보고 싶었는데 전달이 잘 됐는지 모르겠네요. 이번에 미국 금융산업이 붕괴된 것도 GDP나 Dow Jones Index 같은 경제지표만 올릴 수 있으면 남의 돈 훔쳐 투자해 말아먹어도 국민세금으로 떼워주겠다는 도덕적해이(moral hazard) 가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결과주의나 공리주의를 버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그러니까 "나도 살고 너도 살자" 식의 sustainable capitalism 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희망해 봅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6% 경제 규모가 상승된다는 근거없는 말만 쏟아내고 자동차 산업의 수출증대 등 장미빛 예상을 쏟아내지만, 책임있는 사람 어느 누구로 부터도 반면에 희생될 농민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대책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국민에겐 절대 재협상은 없다고 거짓말 하고 미국가서 죄다 들어주고 왔죠. 대한민국의 교육이 만들어낸 괴물들입니다.
함께 고소득층은 못되어도 함께 중산층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 어디 없나요?
* 글의 가진 논리성과 억지 주장이 배재된 글의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몇몇 분들이 보여주시는 필력(筆力)에 감탄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