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베이에서 옷을 사는데
일본에 기부할 거냐 물어요
그래서 일본이 당한 재난은 참으로 가슴아파하지만
그 부자 나라에 뭔 기부냐고..
당신은 이웃의 부자집 애가 사고로 다치면
돈 줍니까? 하고 물었지요.
나참.. 일본은 경제 대국이잖아여.
일본 2위(지금은 3위인가) 캐나다 8위. 한국 13위? 암튼..
일본 국민은 개개인이 다들 그런 대로 살고 있고..
국가 복지 시스템 좋고 등등..
특히 정부가 국민들보다 더 부자인 나라...
이런 나라에 무슨 기부인지 말입니다. 나는 이해가 안갑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해 그보다 못사는 나라들이
엄청난 돈을 모아서 보낸다? 난센스.
물론 이웃의 슬픔과 비극에 나몰라라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아시겟지요?
그러나 그들이 처한 엄청난 재난에 슬픔을 같이 하는 것하고
돈을 기부하는 문제는 차원이 다른 문제아닌가요?
일본은 돈에 관한한 스스로 해결할 능력 충분히 있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할 수 있는지에나 신경써서 도울 일 있으면 도우던지요.
그리고 돈은 안보내도 좋을 것 같으니
하나님의 심판을 받았니.. 죄값을 치루이 어쩌니 하는
이런 꼴통스러운 말이나 안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지금 지진 피해가 문제가 아니라
원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주변국인 한국 중국등은 말할 것도 없고
태평양 건너 미국과 캐나다의 우리들까지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입을 지경에 있다는 것이
더 크고 중대한 문제입니다.
지금 총 6기의 원자로 중 이미 폭발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핵연료봉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바닷물을
헬기로 붓니 어쩌니 하고 있는 판국이면
이 원자로들은 폭발 위험에 처해 있음인데
그럴 경우 방사능 낙진은 동아시아 일대 뿐 아니라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북미대륙에(특히 서부지역)도
상륙한다는 것입니다.
최악의 원전 사고인 체르노빌 폭발 사고를 훨씬 뛰어 넘는
인류 최악의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판국인데 문제는
그동안은 당사국인 일본 정부가 한가한 거짓말이나 하면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일본국민 조차도 자기 정부의 말을 믿지 않고 미국정부의 말을
더 믿는다고 지금 일본에 가있는 CNN의 앤더슨 쿠퍼가 보도합니다.
아마도 후쿠시마 원전에 몰래 숨겨 놓은 사용후 핵연료봉 6000여개가
발각되어 핵무장 의혹을 받게된 일본의 난처하고도 심각한 처지 때문
아닌가요.
앞으로 우리가 먹는 물고기, 농산물 등등의 오염 가능성과
방사능 낙진 피해로 인한 엄청난 재앙들은 앞으로도 수십년간
꼬리를 물고 이어질터인데 지금 돈푼 좀 모아서 일본에 보내고
어쩌고 할 때인지..
제가 생각하기엔 인류의 생명이 촌각에 달려 있는데
잘사는 나라 도와준다니 이 무슨 한가한 짓인지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체르노빌 때처럼 막대한 양의 시멘트 콘크리트를
후쿠시마 원전 전체를 100m 이상의 두께로 들이부어서
차단하고( 이때도 핵 원자로 폭발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르지만)
그 일대를 버리는 전략으로 가야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인데다
그렇게 해 놓는다고 해도 이미 지진 지역인 이 곳에 또다시 지진이 나서
콘크리트를 균열시킬 가능성이 있기에 앞으로 두고두고 영구히 문제로
남을 것이라는 것 때문에 더욱 절망적입니다.










제 소박한 생각에 이번 재난은 단순한 재난이 아닌 사회적 재난이기도 합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외에 일본은 그 동안 행복한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누려왔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상품 무지하게 팔아먹고 적선 좀 해서 신망얻고, 중국이 일당 독재와 경제 성장이 인민에겐 아편 역할을 해 민주화의 길은 요원하듯이 일본은 그 동안 극우가 성장할 수 있는 온상 지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도와 준다고 해도 기다려 달라고 할 정도로 돈도 많은 모양입니다. 그것이 오히려 재난을 불러 온 것같기도 하구요.
메이지 유신 이후 부르짖던 탈아입구(脫亞入歐)가 그들에게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했으리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으며, 이 번 재난을 계기로 일본이 거듭나지 않으면 한국 사람은 일본을 더욱 더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밖에 없을 것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embedded 된 편견과 증오는 서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기 전까지는 해결되기 힘드니까요. 이 번 재해로 일본이 역사적 화해의 손을 먼저 내 미는 중요한 계기가 되면 좋으련만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비관적입니다.
한편 평화님의 화나시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공감합니다. 2년 전인가 서양인 교회에서 한국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해서 짧게 한 적이 있습니다. 커피 마시는 시간에 50이 넘은 분이 저한테 다가와서 한다는 이야기가 한국이 거기 붙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힘들 때 앞뒤 따지지 말고 도와 주는 것이 인지상적인데 캐나다 사람들은 일본의 진주만 습격 (직접 당한 것도 아니고)과 일본인들의 격리 수용 사건 정도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일본 상품과 문화 (일본 역사 왜곡해서 팔아 먹는 것까지 포함)가 쌓아놓은 영향력은 너무나 막강하다는 느낌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역사적 경험과는 천양지차의 일본 이해입니다. 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정부의 묵묵부답은 여전하고 재일교포들에 대한 그들의 인종적 차별은 여전합니다. 좀 냉정한 판단이지만, 이번 재해를 계기로 일본이 진정으로 타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쌔무얼 헌팅턴이 그의 [문명의 충돌]에서 일본을 중국/유교문명권에 두지 않고 새로운 하나의 문명권으로 둔 것은 좀 무리라고 한 때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어쩌면 일리가 있는 classification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종적으로 언어적으로 한국이 일본과 얼마나 가까운지 그리고 중국과는 얼마나 먼지 깜짝 놀라면서도 우리에게 깊이 새겨진 역사적 기억은 여전히 참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