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중이거나 장기 여행하는 자녀들 둔 어머니들에게 (퍼다가) 드리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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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형수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따님이 느닷없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고 하는군요. 형수의 따님은 제 조카이기도 한데,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졸업을 1 년 앞두고 휴학을 하고는 혼자서 큰 배낭을 짊어지고 인도로 떠난 모양입니다.
몇 달 있다가 돌아오겠다는 말과 함께 서울로 날아와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는 그 다음날 아침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는 것이지요. (작년 아이크림 사건과 연관된 그 조카는 작은 형의 딸이고 지금 이야기하는 이 조카는 큰 형의 딸입니다)
형수가 나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만날 때마다 여행이야기를 많이 하는 내가 그 아이의 인도여행과 관련해 뭐 아는 게 있는지, 혹시 내가 바람을 집어 넣은 건 아닌지 등등이 궁금해서였겠지만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캐나다에 살긴 하지만 4000 km 나 떨어진 곳이라 바람을 집어넣기는커녕 오랫동안 서로 코빼기도 본 적이 없는지라.
다만 그때는 오랜만에 전화를 한 형수가 인도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것만 반가워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인도 이야기를 약간의 구라를 보태 한 시간 정도 주절거렸던 것 같습니다.
바라나시 뒷골목은 아주 복잡한 미로라서 한 번 들어가면 빠져 나오기가 어렵다는 이야기,
남인도의 해변도시 폰디체리엔 코코넛이 생각처럼 흔하지 않다는 이야기,
영화에서 본 오토릭샤 운전사 아말이 교통사고가 난 소매치기 소녀를 구해 준 이야기,
펀잡 찬디가르 출신의 sarnia 님 친구 이야기,
여행가 류시화 씨가 열 네 명의 인도인들과 흑염소 두 마리와 닭 서너 마리와 함께 버스지붕 위에 올라타고 여행을 한 이야기 같은 것들을 해 주었습니다.
북인도 여행 중이던 어떤 아가씨가 별로 위생적이지 않은 식당에서 아침을 잘못 먹고 장거리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 배탈이 나서 대형사고를 친 ‘시외버스 응가녀’ 이야기는 안 했습니다.
엉뚱한 상상을 하고 걱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여행을 하다가 훌륭한 구루를 만나 동굴같은 곳에서 명상과 수양 생활에 들어가다 보면 장기간 연락을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혹시 걔가 연락을 자주 안 하더라도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켜 드리기도 했구요.
형수가 제 그럴듯한 조언을 듣고 안심을 했는지, 아니면 속으로 “니 딸이었어도 목구멍으로 그런 말이 나오겄냐”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까지 집어치우고 인도로 떠났을 때는 다 큰 뜻과 계획이 있어서 그랬을 것 같은데요.
참, 형수한테 이 이야기는 안 했는데, 인도로 사라진 조카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몇 달 예정으로 인도를 갔다면, 학교가 방학이 긴데 (약 넉 달) 굳이 휴학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아예 캐나다 생활을 때려치우고 인도로 새 삶을 찾아 떠난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워낙 ‘바람같이 터프한’ 면이 있는 아이라서요.
그래도 제가 작은 아빠인지라 걱정이 돼서 (정말?) 요새는 잘 들어가지도 않는 페이스북을 열고 일단 연결을 시도해 보았지요. 냉큼 친구수락을 한 것으로 봐서는 인도 어디선가 잘 살고는 있는 모양이군요.
혹시 인도에 계신 분들 중에 오다가다 토론토에서 온 스물 다섯 살 정도의 키가 큰 강씨 처자를 만난 분이 계시면 제게 근황을 알려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딴 건 필요 없고 그냥 굶고 다니는 건 아닌지,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그런 것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유학 중이거나 장기 여행하시는 따님들과 아드님들께서는 엄마님들에게 하루 한 번씩은 어떤 수단으로든 연락을 취해 주시길~
근데 인도X이란 말씀은 듣기가 거북합니다. X에 들어갈 단어가 \'분\'일 것 같지는 않고 \'놈\'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기로 저 아이는 남자를 따라 어디를 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ㅎㅎ 제 조카 뿐만 아니라 요새 한국 20 대 여성들은 남자나 결혼 같은 것에 연연해 하지도 않는 것 같구요. 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죠.
말 그대로 배낭여행을 간 거지요. 그런 여행 많이들 갑니다. 제가 아는 한국의 어느 20 대 후반 처자도 모터사이클 라이센스를 따 가지고 지금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3 개국 오지를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있지요. 며칠 전에는 히치하이킹까지 했다는군요.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가 젊었을 때 남미대륙을 모토를 타고 누비면서 변화하는 그 과정을 그린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여행컨셉으로 잡고 있다는군요.
참, 예쁘고 장하지 않습니까? 우리 젊은이들이요. 이렇게 다양한 문화을 접하고 생경한 경험들을 하면서 때로는 위험한 상황도 넘기면서, 오지에서 육체적인 고생을 하고 현지에서 정말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주민들을 보면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풍부하게 기질 수 있는 이들이야 말로 나중에 지금의 대한민국 40 대 이상 세대와는 전혀 다른 균형잡힌 어른들이 되겠지요.
저는 대한민국 기성세대가 후배세대의 달라 진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지금까지 지신들의 사고의 폭이 얼마나 좁았던가를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