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퀴틀람 로히드몰 한남수퍼 옆에 붕어빵 리어카가 생겼습니다. 원래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나는 이 날, 토요일 점심 때 처음 보았어요. 3 불에 네 개를 샀는데, 먹어보니 맛있더라고요.
방금 짜장면 + 탕수육 + 캘리포니아롤 콤보를 먹고 나온 터라 배가 불러서 두 개 밖에 못 먹었습니다. 나머지 두 개는 숙소로 가져왔는데...... 붕어빵은 뜨거울 때 먹어야 할 것 같아요.
그 담날에도 갔는데 붕어빵 아줌마 아저씨가 안 계셔서 당황했지요. 리어카도 안 보이고. 일부러 붕어빵 사러 다시 왔는데...... 속으로 '젠장, 비즈니스가 일관성이 있어야지... 어쩌구' 투덜거리며 돌아왔는데~ 아뿔싸 제가 찍은 이 사진 자세히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네요.
'주일은 쉽니다' 게다가 간판 왼쪽 아패 '오병이어'라고 써 있는 것도 이제야 보았습니다. 장사하시는 분들이 기독교 신자들 같은데 아이디어 참 센스가 있습니다. 붕어빵에 떡과 물고기라는 의미가 다 들어가 있으니 말이지요.
뭐,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병이어가 뭔 소린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잠깐 말씀드리면 한자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란 의미 입니다. '병' 자는 군사 兵 이 아니고 떡 餠 입니다. 그러니까 삼국지나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 아니고요. 기독교경전 (일부 기독교인들은 신약성서라고 부르는) 네 번 째 쳅터 요한복음에 나오는 일화에서 비롯된 단어입니다.
그 일화의 내용까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알아보시도록 하는데, 성경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그 대목만 읽어가지고서는 도대체 뭔 소린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아, 요한복음 이야기하니까 방금 생각났는데 아주 재미있는 책 한 권 소개해 드릴께요. '잃어버린 예수'라는 책인데요. 그 부제가 '다석 사상으로 다시 읽는 요한복음'이라는 책 입니다. 두꺼운 책이지만 아주 재미있는 책 입니다. 저는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는데, 특히 사도바울이야말로 기독교를 엉뚱깽뚱한 길로 이끌고 간 장본인이 아닐까 하는 내 짐작이 전혀 엉뚱한 건 아니구나 하는 점을 알게 되었지요.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저 붕어빵 리어카 매점이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는 사실입니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바둑판처럼 정돈된 눈덮힌 밀밭의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우리 비행기는 지금 캘거리 국제공항에 접근하고 있는 중 입니다.
알버타 주는 산악과 구릉이 많아 다른 중부 대평원 주들에 비해 경작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넓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18 만 평방킬로미터가 넘는 경작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13 분의 1 에 불과한 인구가 살고 있는 이 주가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경작지를 보유하고 있는 셈 입니다. 그동안 관심이 없어 잘 몰랐었는데 FTA 문제로 미국과 함께 덤으로 캐나다 농축산업 부문의 규모와 경쟁력 등이 궁금해 얼마 전에야 찾아보았어요.
지난 주말인가? 포르투갈에서 온 여행자가 캐나다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린 사건이 있었어요. 그 때 그 손님이 탄 비행기가 웨스트젯 항공이었습니다. 이 손님은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가는 도중 갑자기 승무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협박을 하면서 생쑈를 벌이는 바람에 이 비행기가 선더베이 공항에 비상착륙해 정밀 폭발물 탐지조사를 받고서야 다시 토론토로 계속 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걸린 것 같은데 자세한 건 잘 모르겠고요. 이 남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머리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들 받고나서 별다른 법적 조치를 받지 않고 자기 나라로 돌려 보내졌습니다. 하긴 이해하기 어려운 버럭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은 법적 조치를 하기 전에 일단 해골조사부터 하는 게 순리이겠지요.
캘거리 공항 스타벅스 앞에 있는 모형 비행기는 아래 있는 태엽을 돌리면 붕붕 윙윙 하면서 돌아갑니다. 딱 한 번 돌려봤는데 하도 시끄럽고 소리가 산만하기까지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치우는 게 좋겠어요. 갑자기 시끄러워지는 통에 조금 놀라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전 제가 돌려놓고 제가 놀랐습니다.
(이번에 캘거리 공항을 통과여객으로 한 번 통과했습니다)
록키산맥 (위)와 코스트산맥 (아래)는 나름대로 각각 다른 운치와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에 록키를 자동차로 넘을 때는 가끔 섬찟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어느 순간 겨울산의 氣 가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 오면서, 완전한 고립감 같은 걸 경험할 때가 있지요. 겨울에는 그냥 비행기로 넘어 갑니다.
계속 메리 크리스마스











저는 최근에 Robert Wright의 [The Evolution of God]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는 바울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아주 즐겁게 읽은 책이라서 좀 두껍지만 (576 쪽) 며칠 만에 해치웠는데 강추합니다. 며칠간 완전히 이 책에 미쳤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문화적 진화라는 측면에서 종교는 zero-sum에서 non-zero sum으로 발전되어 왔는데, 바울은 부족적 유대교와 종파적 기독교를 극복한 인물로 꼽고 있습니다. 바울이 다루는 인간의 죄의 문제는 단순한 부족적 동질성이나 해방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주체를 처음으로 제대로 반성하게 만든 계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라이트의 입장에서 물론 2천년 전의 바울은 분명히 한계가 있죠. 그의 altruism은 brotherhood의 수준의 circle에 머물고 있으니까요. 원래는 France De Waal을 알게 해 주신 토마님에 대한 헌사로서 다른 책과 이 책을 한 번 소개하려고 했는데 클립보드님께서 언급하셔서 댓글로 소개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올리겠습니다. 라이트는 저널리스튼데 저는 이 책을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 서양인 친구한테도 꼭 읽어보라고 소개해줬는데, 지난 금요일 만났을 때, 첫 인사가 이 책 소개해 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Wright는 그 외에 [The Moral Animal: Why We Are, the Way We Are: The New Science of Evolutionary Psychology ]로 유명해졌고 (신뢰할 만한 책인지는 모르지만 아마존 리뷰가 139개군요), [Nonzero: The Logic of Human Destiny]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것같아서 사두고 읽을 수 있는 기회만 벼르고 있습니다. 위의 책 [신의 진화]는 바로 라이트 자신의 [도덕적 동물]과 [난지로] 두 책의 개념적 틀을 기초로해서 문화적 진화로서의 종교적 현상을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서는 도덕적 의식의 발전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hapters에서 현재 7불에 팔고 있습니다. 처음엔 지나치려다가 책 표지해설에서 이슬람 언급부분이 흥미로와서 샀는데 참 잘 샀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싸게 팔고 있는 Nicholas Wade의 [The Faith Instinct: How Religion Evolved and Why it Endures]도 강추할 수 있는 책입니다. 실은 이 책을 먼저 읽었습니다. 좀 얇은 책이지만 이 분도 저널리스트인데 종교학을 완전히 꽤고 있는 대단한 학자더군요. 진화론에 대한 이해는 논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 역시 할인해서 싸게 Chapters에서 6불에 팔더군요.
위의 두 권은 독서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고 클립보드님이 바울을 달리 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르겠군여. 저는 진화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분들은 진화론을 상당히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같고 나름대로 문화적 진화라는 틀에서 종교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문화인류학, 종교학, 심리학 등등 책을 광범위하게 읽는 분들이라 믿을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열등감으로 몰어 넣는 사람들이죠. 이럭저럭 이런데 관심을 갖다보니 종교사회학자의 거봉인 Robert Bellah의 [Religion in Human Evolution: From the Paleolithic to the Axial Age]도 좀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읽기를 시작했는데 이 책도 강추할 만한 느낌이 드는군요. 이 책도 좀 두껍군요 (784 pages). 초기 기독교 운동사엔 Wayne A. Meeks 빼놓을 수 없을 것같습니다. 지난 번에 언급한 Rodney Stark도 읽으면 색다른 느낌이 드실겁니다. 이렇게 대화하니 자극이 많이 되는군요. 저는 한국에 다녀 온 때가 2005년이라 한국 신간들을 제대로 접하지 못해서 늘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