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빼고 모두 친일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것도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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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한국의 배낭여행자사이트에 올린 글이지만, 공유할만한 주제이므로 이 곳에도 올립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욕과 공격은 성격이 이상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일까?
여성, 성소수자, 전라도, 외국인 노동자, 불법체류자, 장애인, 광주 희생자 유족, 세월호 유족, 자살로 생을 마감한 대통령 등등, 이런 단어만 보면 시도때도 없이 광적인 증오심과 공격본능이 일어나는 심리는 그저 개인적인 문제일까?
러시아 생 페테르부르크 줄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박노자 (본명 VladimirTikhonov) 씨는 한국의 유별난 약자멸시 문화에 대해 비교적 잘 정리된 글을 자신의 책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에 올린 적이 있다. 약자에 대한 공격심리와 멸시는 조선과 한국 특유의 사회적 교육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사실 박노자 씨의 이 견해 자체는 전혀 새로을 것이 없다. 다만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건, 저자가 한국사회 내부의 가학성 약자 공격 문화를 유발하고 확산시킨 '주목할만한' 장본인으로서, 이광수와 (춘원이라는 호로 널리 알져진) 이광수의 사상적 추종자인 박정희를 예로들고 있다는 점 이었다. 그들 사상의 핵심은 철저한 엘리트 지배-독식주의였다.
이광수는 단순히 친일행각을 미천듯이 벌였다고해서 나쁜 넘이 아니라, 철저한 엘리트 독식주의에 매몰된 위험한 사상가인 그가, 동시대와 현대의 한국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불행이었다.
이광수 사상에 물든 박정희는 그 엘리트 독식주의를 철권적 관료통치를 통해 사회 구석구석에서 관철시켜 나갔다. 한국사회의 유별난 엘리트숭배와 가학성 약자 멸시 문화는 이들의 문화적 정치적 선전과 강제에 의해 독극물처럼 사람들의 의식 무의식 안으로 주입되었다.
어딘가 모르게 얼빠진 공주 이미지가 풍기는 박근혜씨가 읽은 독서량은 어학과 관련한 책을 제외하면, 조자룡을 완소 사내로 그린 고우영 삼국지와 ‘윤창중의 칼럼세상’ 정도가 전부인 것 같지만, 그래도 그의 부친 박정희 씨는 서너 권의 책은 읽은 것 으로 보인다. 그 서너 권 중 두 권은 이광수의 ‘이순신’ 과 ‘민족개조론 (잡지 기고문)’일 것이다.
이광수와 박정희의 생각에는 항상 조선인(한국인) = 열등민족이라는 등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등식에는 예외가 있는 법. 이광수는 조선인으로서 열등인간에 포함되지 않는 대표적인 인물로 이순신 같은 사람을 꼽았다.
그렇다면 이광수와 그의 저서 ‘이순신’‘민족개조론’의 ‘광팬’ 박정희가 이순신에 그토록 집착하고 ‘충무공’ 사상을 열심히 전파한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광수의 이순신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평론가들의 서평에 따르면 그 책을 읽고나서 드는 느낌은 이순신 장군의 훌륭함에 대한 외경심 같은 게 전혀 아니라, 뜬금없게도 조선민족 전체에 대한 참을수 없는 혐오감이라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썼는지 매우 궁금하다.
어쨌든 이광수가 그 조선민족 = 열등민족 등식의 예외 명단에 이순신만 넣었으면 그런가보다 했을텐데, 일본에서 선진교육을 받은 이광수 자신 (그는 메이지학원 중학부와 와세다대 출신)을 비롯해 친일엘리트 집단도 슬그머니 함께 끼워 넣었다. 그리고는 조선민중은 이 엘리트들의 지배와 계몽을 동시에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개소리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엘리트를 제외한 조선의 나머지 백성들은 어리석고 나태하고 아둔하고 게으르기까지 해서, 엘리트가 매를들고 집중적인 교육을 시키지 않고서는 회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원시 야만인 집단으로 묘사했다.
후기 조선의 엘리트들은 부패하고 탐욕스러워서 이 원시 야만인 집단을 개조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근대적인 계몽사상과 과학적 개발이론을 확립한 일본 엘리트들이 조선의 구 엘리트들을 대신해서 어리석은 조선백성을 계몽하고 근대적 시민으로 재교육할 막중한 책임을 떠맡았다는 장광설이 그의 주장이었다.(문창극이나 이인호 같은 인물들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광수의 광빠 박정희는 이광수의 ‘민족개조’를 ‘국민교욱’ 으로 이름만 바꿨다. 1968 년 12 월 8 일 발표된 국민교육헌장 (얼마나 외워댔는지 날짜도 안 잊어먹는다) 이라는 기상천외한 문건이 등장해 각급학교의 모든 교과서 목차 앞 장에 배치됐다.
어리석고 아둔하고 게으른 한국인을 교육시킬 조교들은 일본의 선진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에서 행시-사시 출신들과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인맥들로 교체됐다.
교육대상에는 일반 국민 뿐 아니라, 역시 일반 국민들처럼 어리석고 아둔하고 (다만 일반 국민과는 달리) 게으르지는 않지만 대신 겁이 많은 자본가들과 기업가들도 포함됐다.
어리석고 아둔하고 겁이 많은 기업가들을 계몽시키고 교육시킬 조교들은 행정고시에서 가장 고득점을 받은 우수조교들로 선발했는데, 이들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에 배치해서 기업가들을 지도 계몽하게 했다.
그런데,,,
1997 년과 2002 년, 엘리트들이 이성을 잃을만한 경악할 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그들이 패배한 것이다. 이 때부터 그들은 생각을 바꿨다. 자신들이 ‘국민교육’ 을 맡고 있다는 역사적 사명에 대한 자부심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렸다.
대신,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괘씸한 천민들을 진압하기 위한 노골적인 천민 비하-학대 사상을 유포하기 시작함으로써 본래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80 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산업의 역군’으로 묘사해 주던 기층 근로자들은 ‘학교다닐 때 공부 안 해 공장노동자나 건설노가다가 된 한심한 게으름벵이들’ 로 비하됐다.
감히 자신들이 겉으로나마 국민으로 대접해 준 천민들이 여기저기서 저항을 일으키고, 비록 청와대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최고헌법기관과 그 주변 권력을 장악하는 사태가, 그것도 두 차례나 벌어지자 제풀에 분통이 터진 나머지 지배자의 야수적 공격본성을 여과없이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런 ‘천민 비하-학대사상’ 유포에는 경제학자,역사학자, 인류학자들이 대거 동원됐다. 헛소리를 그럴듯한 개수작으로 조립하는데 타고난 재능을 지닌 보수 저널리스트들이 측면지원을 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런 엘리트들이 고의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퍼뜨리는 국민개조 -> 천민학대 -> 약자멸시 사상이, 엘리트이기는 커녕 엘리트의 마름 범주에 조차 전혀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까지 전염되어 모든 종류의 사회적 약자 또는 비주류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하류문화가 한국 사회 전체에 유행병처럼 번져나갔다.
사회적 소수에 대한 무차별 공격과 함께, 엘리트 vs 나머지, 서울대 vs 비서을대, 강남 vs 강북, 비전라도 vs 전라도, 여성은 기생충 등등,,, 과 같은 해괴하고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 대립구도가 마치 내란으로 인한 망국 일보직전의 폭풍전야처럼 무섭게 번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저 이광수라든가 박정희 같은 걸출한 엘리트지상주의자들이 뿌려놓은 비극의 씨앗 때문이라고 하면 약간 과장된 비약일까?
개뿔도 가진 거 없는 사람들도 덩달아 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주류와 다수 뒤에 숨어 있으면 뭔가 보호받는 특권층인 것 처럼 착각하게 되는 건 분명한 거 같다. 자기보다 약자 또는 자기와는 다른 비주류/소수자 라고 생각하는 집단에 대한 공격행위은 대단히 나약하고 비겁한 인간 내면의 일각을 반영하고 있긴 하지만, 극우선동선전가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인간의 나약한 내면이야말로 위력적인 심리적 도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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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 아래 어느 글에서 “여성은 기생충” 이라는 말을 한 모양이다.
난 그 글은 못 보았는데 “외국인의 귀화를 막아야 한다” 고 쓴 그 분의 다른 글은 본 적이 있다.
외국인의 귀화를 막으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그 많은 배트남 신부들은 그저 비시민 체류자 신분으로 굽실거리며 죽은 시늉하고 살거나, 그게 싫거든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인가?
도대체 이런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여성은 기생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우리 민족끼리 (알고보면‘종북’과 ‘일베’는 동지다)” 사상 같은 것도 저 이광수하고 박정희가 뿌려 놓은 비극의 씨앗에서 비롯된 기형적 산물이라고 하면 약간 과장된 비약일지는 모르겠다.
과장이나 비약이라고 해도 상관없으니,,
그 분은 XX님의 질문에 꼭 대답을 했으면 좋겠다.
XX님이 XX님에게 한 질문 "아직도 여자들이 기생충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박노자 교수의 생각의 기본틀은 사회진화론과 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평적 시각이라고 보는데, 이 분이 가야사 전공한 역사가이다 보니 지나치게 어떤 사태의 인물이나 사건의 통시적 과정 또는 인과성에 집착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박노자가 “약자에 대한 공격심리와 멸시는 조선과 한국 특유의 사회적 교육의 산물”이라고 지적한 것은 한국적 상황만 특화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약자에 대한 공격 심리는 어느 사회든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 현상입니다. 사회가 어려워지면, 더 구체적으로는 기득권세력이나 사람들의 타성(complacency)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러한 공격적인 면은 언제든지 어느 사회에든 나타날 수 있다고 보구요.
요즘엔 모든 것을 심리현상으로 보는 것이 바로 사회학적 분석의 몰락탓도 있다고 보구요. 조희연같은 사회학 하는 사람이 괜히 정치한답시고 기존사회에 들어가서 곤혹만 치르다보니 더욱 더 정교화된 기득권 세력을 규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나 분석적 비판이 결연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 저는 이광수의 [이순신]같은 저작이 현재의 사람들의 약자 공격심리와 멸시에 어떤 인과적 영향력을 끼쳤는지 좀 회의적입니다.
현상황에 대한 이해는 매우 간단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라는 희대의 여성 대통령(그렇지만 가장 권위주의적인 인간)과 이 여자를 정점으로 하는 기득권 세력의 정교화와 무지한 대중의 결합사태가 이런 약자를 더욱 더 희생자로 몰아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단도입적으로는 박근혜는 일베 같은 사람들이 아니면 도무지 유지될 수 없는 정권이니 이것을 이용함으로서 정권을 유지한다고 봅니다. 한국은 그동안 경제우선주의 반공우선주의 사회이다 보니 증오범죄(hate crime)에 대한 법률적 정착이 결여되어있고, 이러한 증오범죄의 위험성에 대중적 인식도 아직 거의 없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른바 선진사회는 이런 증오범죄에 대한 법적 또는 대중적 확립(institutionalization)이 좀 되었는데 한국은 국가지도자라는 사람이 그러한 증오범죄를 관용하고 용인하고 고무시키는 듯합니다. 혹시 이 사람이 증오범죄의 중심에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