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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이년차 신드롬 - 수다가 약이다
작성자 사년차     게시물번호 -2608 작성일 2006-02-08 21:25 조회수 1159
이민 이년차 신드롬은 대화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합니다.
 
이민온지 일년정도 지나면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대로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대로 "음 어느정도 통하긴 하는군" 이런 생각을 갖는답니다. 그러다가 이년정도 지나면 이게 뭐 되는것도 아니고 안되는것도 아닌 상황이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이년간 겪었을 대화의 부재가 겹쳐져서 약간의 신경성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이년차 신드롬의 요지입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대화의 부재는 단순한 영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치있는 농담이나 진지한 이야기 또는 삶의 성찰등을 영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만 사실은 그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가 되겠습니다. 내가 읽는 신문기사 집사람도 읽습니다. 가끔 술 같이 마시는 누구 아빠와도 별 할 얘기가 없습니다. 맨 그 얘기가 그 얘깁니다. 
 
한국에서는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도 있고 많은 모임들도 있어서 항상 새로운 얘기들을 듣고 또 자신의 얘기도 그 사람들한테는 새로운 이야기가 되지요. 
 
따라서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 (이년이라는 시간은 쌓이긴 충분하지만 그런 인간 관계를 만들기에는 짧은 시간이지요) 이년차 신드롬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합니다. 
 
첫번째는 뒷담화형이 되겠습니다. 뒷담화를 하면서 서로간의 공통된 주제가 생기고 본인의 정보가 쓸모있다는 즐거움을 갖게 되는 것이죠. 주로 다니는 종교 단체와 연루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TV형이 되겠습니다. 이런 답답함을 어떤 지식의 습득으로 해소하는 것입니다. TV 잡지 신문 인터넷 모든걸을 읽으려하며 댓글을 달아 자신을 나타내려 합니다. 가끔 이민 오래되신분들중에 잡학 박사이신 분들이 이쪽 스타일이 아닐까 합니다.  
 
뭐 두가지가 적절히 섞인 형도 있겠지요.
 
이런 증상은 꼭 이년차에만 나는 것은 아니니 일단 이런 증상이 의심되시는 분들은 자기가 일주일에 만나서 단순한 날씨 이야기 이상을 (한국어든 영어든) 나누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가게 손님말고요) 따져보시고 정말 문제가 있겠다 생각이 되면 소셜 게이더링을 심각하게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특히 젊은 여성분들 이 이년차 신드롬과 출산이 겹치면 (거기에 날씨까지) 우울증으로 발전하는수가 있으니 아주 주의 하셔야 합니다. 
 
물론 이 이년차 신드롬 없이 잘 보내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분들이나 이미 이런 과정을 겪었던 분들에게 부탁하나 하지요.
 
누가 시시콜콜 아는 척을 하거나 남의 흉을 보거나 해도 "응 지금 그때구나. 본인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도 잠재의식적으로 해소하려 하는구나. 이 얼마나 대견한가"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받아주시거나 주위의 취미 동호회등을 소개해 주시면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이 될 듯 합니다.
 
우리 차붐께서 한마디 하셨잖아요. "힘들때 일수록 말을 많이 해야 합니다." 정말 맞는 소리입니다. 애가 아파 병원가보세요. 말 많이 해주는 의사가 지나고 나면 그리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시간 나시면 얘기 많이 나눠주세요. 수다가 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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