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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님과 한글사랑
작성자 영어     게시물번호 -4393 작성일 2006-08-11 04:30 조회수 1215
김현호님께서 열변을 토하면서 한국말은 한국말로 영어는 영어로 쓰자는 말을 하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들 중에 너무나 많은 외국어가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한글을 놔두고 왜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느냐는 반문,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실명으로 사용하시는 “김현호”라는 이름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순수 한자로 구성된 이름이었습니다. 자기의 정체를 밝히는 핵심 단어가 이름인데 우리 조상들은 좋은 한글을 만들고도 가장 좋은 한글 이름을 갖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호적엔 한글과 한문 이름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아마도 8년 전일 것입니다. 여기 캘거리에서 중국 사람을 만나서 이름을 나누다가 제 이름을 한문으로 써 보여주니 재미있어 했습니다. 한글이라는 모국어 사용할 뿐 아니라 한문도 병행해 사용할 줄 아니 국제적으로 논 셈입니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온 사람을 만나서 한 집에서 집을 쉐어 (김현호 님께서 싫어하는 말)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말을 하는 중에 이 친구가 여전히 한국을 중국의 속국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ELS 반에 참여한 한국인들도 중국인 역사 의식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왜냐구요?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좋아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 이름을 한글로 써 보여주긴 하지만, 한글과 한자가 얼마나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지를 강조해서 설명을 많이 합니다. 차라리 한국어는 몽고어와 일본어와 가깝지 중국어하고는 언어 구조가 전혀 다르다는 둥 말이죠.
 
韓國文化가 中國 文化의 影響을 絶對的으로 받은 것은 分明합니다. 여기에 도대체 순 한국말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일본 말, 조끼, 가방, 오야, 자루 (소쿠리) 뿐 아니라 일본화된 한자어를 생각하면 도대체 한글과, 중국말과 일본말의 기원을 알 수가 없어집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우리 조상들이 한심스럽고 원망스럽습니다. 지질이도 못나서 옛말 다 잊어 버리고 토시에만 한글이 순수한 형태로 남아 있다니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순수한 한글이 중국음에 자리를 내줬다고 하는 것이 쉬운 추정이요. 다음으로는 한국의 토착문화가 중국 문화와 만나면서 없는 어휘를 첨가하는 경우겠지요.
 
이러한 언어의 짬뽕 현상은 한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가 더 심할 것입니다. 라틴어, 켈트어, 프랑스어, 독일어, 그리스어 등등 도무지 언어 짬짜면 현상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제가 짬짜면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캘거리에 어느 한인 중국집에 가서 처음 알았습니다. 짬뽕과 짜장면이 혼합된 것이더군요.
 
순수 국어를 사랑하자!
 
참 좋은 슬로건 (구호)입니다. 순수 한글을 사랑하고 죽은 언어를 발굴하자는 운동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런 당위론적 구호는 언어의 사회성과 같이 가야 효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언어는 갈고 닦아야 하지만, 언어의 일차적 기능은 소통성 (communication)입니다. 언어가 소통성을 상실할 때 그 말은 죽고 맙니다. 그리고 효율적인 말이 새롭게 계속 형성됩니다. 그러므로 그 소통성은 반드시 그 언어가 소통되는 시간과 공간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그 언어 사용 주체가 있습니다.
 
캘거리는 영어와 불어를 공식어로 사용하는 캐나다라는 사회입니다. 인구 백만에 한인들은 만 명을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백 명 중에 1명 이하의 사람들이 한국어를 사용합니다. 영어를 잘 하든 못하든 캘거리는 끊임없이 영어를 제 1 언어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nanny라는 말이 유모라는 말보다 소통력이 뛰어 날 때가 있습니다. 캐나다 사회에서 유모라는 말과 nanny라는 말이 다른 뉘앙스 (어감)을 가실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도 합니다. 딱딱한 한자식 한글 발음보다 영어 발음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발이죠. 乳母보다는 내니의 차이가 뭐죠? 어짜피 유모라는 말이 한자음에서 왔다면, 우리가 구태여 이 말을 목숨 걸고 지킬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公有보다는 쉐어한다는 말이 더 쉬울 수도 있구요.
 
지난 二千年 韓國 歷史가 中國 漢字 文明에 從屬되어 存在했다면, 영어가 세계 공통어로 사용되는 시점에서 한자음을 다 버리고 영어식 발음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것 말이죠. 이것은 어디까지나 極端的인 생각이지만, 2천년 한자 문명에서 탈피하는 탈출구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요?
 
한국에 계신 분이나 이민지에 계신 분이나 다 한국어를 사랑합니다. 한글 사용을 통하여 맛깔스런 정서를 함께 느낍니다. 한국인의 한국인 됨은 한국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동안 함께 공유해온 역사,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 “한국사람됨”이 꼭 구체적으로 잡히지는 않지만 함께 만나 대화하고 서로 돕는 가운데 한국인됨이 형성됩니다. 
 
이런 한국인됨을 공유하는 주요 매개체가 한글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런 한글의 소통성을 고양시켜 주는 것은 바로 이 말을 사용하는 우리 자신들입니다. 캐나다라는 이민지에서 한글 사랑도 “한국 사람 사랑”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이 때 한글도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말도 우리의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기계적으로 순 한국말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빈정거린다면, 그 말은 좋은 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말과 마음은 함께 갑니다.
 
김현호님께서 한국말 사랑을 주장하시려면 상대방을 더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할 것입니다. 님께서 표현하신 말을 존경하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하시듯 하신다면, 캘거리에 있는 분들도 다 수긍하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저 역시 선하고 착한 마음이 없어서 남이 존경할만한 인격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저의 “한글살이”는 김현호 님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그리고 이 한글 살이는 한국이라는 곳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1% 이하가 통용되는 캘거리에서도 통용되고 있다는 상황적 특수성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앞으로 김현호님의 고운 한글 말 사랑과 고운 마음씨가 이 가상 공간에 자주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구태여 실명이나 사진을 올리지 않아도 아름다운 한글 이름과 실물이 연상되는 그런 한글살이를 잘 하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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