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가을 길에 서서 ♣ 조윤하
다시 한번 걷고 싶어
기다림 짙게 보채던 가을 길.
이별 아파
낮게 내려 앉은 마른 가슴들
바스락 긁히는 피멍 소리마저
다시 듣고 싶어.
바람 수런대는
길 나섰네.
온산
펄럭이는 만장기
타는 가슴 산그늘 내려와
어떻게
내 가슴 이리 무너지는 슬픔
혼절로 안기는가.
타서 타서
붉은빛 젖은 설움으로 퍼지고
물푸른 호수에도 엎드려
아른 아른
핏물로 고여오는데,
내 가는 길
수북수북 쌓인 낙엽
시린 발 묻어
발끝에 퍼져오는 따슨 온기
가슴까지 차오르는 신열로
눈빛마저 물안개에 갇히누나.
저 가을 길에 누은
종잇장같은 오색의 마른 잎
서로 부비고 포개어진 가벼움 속
젖은 물기마저 다 날려버린
슬픔 그 아래엔
무엇이 있는가.
가을길 벗어나
다시 긴 겨울
머리박은 캄캄한 침묵속
눈뜨는 생명 일으켜 줄
忍冬의 체온
그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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