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위대한 과업은 138억 년 전, 백뱅에서 시작된 우주진화를 발견하고, 우주 이야기를 우리의 실제적인 현실로 인식한 것이다. 사실상 우주 이야기는 우리 인간을 포함해서 삼라만상에 담겨져 있고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우주 이야기를 인식하는 것은 극도로 중요하며, 인류의 운명이 우리의 인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오늘 살아가는 진화적 우주세계는 과학적 관찰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세계로서, 고대인들이 비과학적으로 상상했던 삼층 세계관적 세계와는 매우 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빅뱅 이후부터 진화와 팽창을 계속해 왔으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해 갈 것이다. 또한 우리의 우주 이외에 셀 수 없이 수많은 우주가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1세기 우주진화 세계관에서 몸(육체)과 마음(영혼), 물질과 정신을 분리하는 이원론은 설득력을 상실했으며, 하늘 위에 (또는 하늘 아래에) 다른 세계(영적 세계, 내세)의 존재를 믿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기독교와 불교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역사적 예수와 붓다의 핵심사상은 현세 중심이며, 생명 중심이었다. 그들은 지금 여기에 영원함이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모든 사람들에게 천국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특히 역사적 예수는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온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온 인류가 예수을 믿어야 구원받는다고 가르치지 않았다. 주류 신학계가 동의하기를 역사적 예수는 사회개혁가였고, 지극히 자연주의적 인도주의자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오직 기독교인이 되어야 구원받는다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구원론은 후대의 교회기독교가 만든 정치적인 교리일 뿐이며 온 인류에게 우주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물론 붓다도 자신의 가르침만을 따르고 불교인이 되어야 죽음 후에 극락세계에 들어간다고 가르치지 않았다.
우리 인간을 지구상에서 최고의 존재이며 가치들로 규정하고, 다른 모든 생명체들과 자연은 우리에게 이용가치로서만 존재한다는 물질만능주의-제국주의-우월주의-계급주의를 부추기는 삼층 세계관 때문에 인류사회와 생태계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오늘날 지구에 인류학적-생태학적 위기를 불러온 주범은 지난 1700년 동안 세계를 장악하고 통제한 기독교의 삼층 세계관적 신학이다. 따라서 인류의 구원의 길은 기독교의 신관과 창조론의 개혁부터 시작하는 데에 달려 있다. 오늘날 인류는 우주진화에 기초한 새로운 이야기 즉 진화신학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구를 포함하고 있는 우주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진화과정 속에서 온전함을 이루어 가고 있다. 하늘과 땅의 기원과 인간과 생명과 자연과 하느님의 의미는 우주진화 세계관에 기초하여 재해석되어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과학의 노력으로 자연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인류역사의 어느 시대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숨쉬고 있는 지구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연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층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자연을 이루는 개체들과 전체들의 상호의존관계에 대한 인식은 더욱 깊어질뿐만 아니라 보편화되고 있다. 대략 40억 년 전 지구는 무생물의 작은 별로 시작했다. 자연에 출현한 최초의 생명체들은 의식을 갖추었으며, 다양성과 복잡성의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었다. 또한 21세기에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인간은 하나의 지구적인 문화의 망을 이루었다. 오늘날 인간과 과학은 진화의 궤도에서 분리할 수 없는 통합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적인 현실세계이다.
우주진화 세계관에 따르면 우리의 지구와 태양계를 포함하고 있는 은하계에는 수천억 개의 별이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계가 있다. 우리의 우주는 오직 하나의 영원한 우주가 아니라, 우리의 우주 이외에도 수많은 또다른 우주들이 있다. 이러한 우주론에서 천국은 어디에 있으며, 천국의 의미는 무엇인가?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우주진화적 세계관의 시각에서 전통적인 종교들이 믿는 천국, 천당, 하늘나라, 하느님의 왕국(나라)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나? 진화하고 팽창하는 우주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천국은 실재적인 세계인가 아니면 상상의 세계인가? 만일에 우리가 천국에 살고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나 천국을 느낄 수 있는가? 우리가 천국에 살고 있다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전체적인 실제-현실적인 실제-궁극적인 실제를 신뢰하며 윤리적으로 동참하고 있는가? 그리고 다른 개체들과 전체들 즉 지구의 생명체들과 자연과 사회를 위해 실천적인 헌신과 도덕적인 책임감을 인식하고 있는가?
천국은 예수와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사상이었다. 예수와 붓다의 천국은 인간이 살아가는 종교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실제적 현실의 비전이었기에, 잘 알지 못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무조건 믿어야 하는 교리적인 상상의 세계가 아니었다. 예수와 붓다의 천국은 지금 여기에서 보이고 들리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실제이다. 따라서 천국은 사실적이며,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측정할 수 있으며, 또한 미래를 향해 계속해서 진행되어 온전함을 이루는 희망이고 비전이다. 천국은 인종과 종교의 경계 넘어 모든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던 공평하게 체험하는 실제적인 현실이다. 따라서 오늘 우주진화를 인식하며 첨단과학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새로운 천국의 의미가 절실히 필요하다. 삼층 세계관의 고대인들이 상상했던 천국을 떠나보내고,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의 시각에서 새로운 세계의 비전을 살아내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주기도문에 따라,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시고,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라고 고백한다. 과거의 세대들은 이 기도문이 담고 있는 우주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체 암송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주진화 세계관의 시각에서 예수가 가르친 기도문이 계시하는 천국은 현실적인 실제이며, 지금 여기 실재적인 세계이다. 주기도문은 믿어야 하는 교리가 아니라 세속적인 세상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살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다.
천국은 내세의 다른 세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다는 예수의 가르침이 초대 기독교인들이 기록한 도마복음서에 잘 소개되고 있다: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의 지도자들은 여러분에게 ‘보라, 그 나라가 하늘에 있다,’ 고 하는데, 그렇다면 새들이 여러분들보다 먼저 거기에 가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그 나라가 바다에 있다,’ 고 하는데, 그렇다면 물고기들이 여러분들보다 먼저 거기에 가 있을 것입니다. 그 나라는 여러분 안에 있고, 또 여러분밖에 있습니다. 여러분 자신을 아십시오. 그러면 남도 여러분을 알 것이고, 여러분도 자신이 살아 계신 아버지의 자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스스로를 알지 못하면 여러분은 가난에 처하게 되고, 여러분이 가난 그 자체가 됩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 즉 종교적-정치적-경제적-생태적으로 온전한 미래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삼층 세계관을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길밖에 없다. 기존 종교들이 말하는 천국, 하느님의 나라, 극락세계의 의미는 진화과정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여기 지구에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즉 천국은 지구를 이루고 있는 모든 개체들과 작은 전체들이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온전함을 이루어 가는 현실이며, 온우주-궁극적인 전체-통합적인 전체에 대한 신뢰와 친밀함으로 살아가는 세계이다.
우리의 종교적 믿음이 어떤 모양이든지, 지금 여기에서 개체들과 전체들이 통합적인 온전함(Integral Wholeness)을 이루어 가는 것은 인간의 숭고한 목적이고 천국을 이루는 길이다. 천국은 끊임없이 언제 어디에서나 크고 작은 모습으로 드러나며, 동시에 외부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생태적 현실(실제)이다.
21세기의 진화적 기독교의 천국은 모든 사람들에게 경계 넘어 공평하게 언제 어디에서나 드러나는 실제적 현실이며, 이것을 깨달아 아는 것이 영생의 참된 의미이다. 천국과 영생은 전적으로 현재형이며 미래의 시작이다. 따라서 천국은 죽음 이전의 현세적 실제이며, 죽음 후의 다른 세계는 없다. 주류 과학계가 인정하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는 10억 년 후에 폭발해서 사라진다. 전통적인 종교들은 이것을 최후의 심판으로 믿으며, 태양계 폭발 후의 천국을 믿는가? 천국은 지금 이 순간에 있다. 온우주-통합적인 전체-실제적인 전체를 성스럽게 인식하고 지금 여기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깨닫고 온전함을 이루며 심층적으로 사는 것이 천국이다. 우리는 후손들을 위해 개인적인 구원과 축복을 넘어서서 온 인류의 우주적인 천국을 건설할 책임이 있다. 인류와 지구의 운명은 우리의 우주진화 세계관에 달려있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존 도미닉 크로산. 가장 위대한 기도: 주님의 기도의 혁명적인 메시지. 한국기독교연구소, 2011
오강남, 또 다른 예수. 위즈덤하우스, 2009
틱낱한. 살아계신 붓다, 살아 계신 그리스도. 한민사, 1997
Patterson, Stephen J.. The God of Jesus: The Historical Jesus & the Search for Meaning. Trinity
Press International, 1998
Crossan, John Dominic. The Power of Parable: How Fiction by Jesus Became Fiction about Jesus.
HarperOne, 2012
Dawkins, Richard. The Magic of Reality: How We Know What’s Really True. Free Pres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