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ata님
제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하면서 들은 말중에 가장 어처구니 없는 말이 'ㅇㅇㅇ도 국회의원/대통령 한번 해봐야지' 와 'ㅇㅇㅇ은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였습니다. 전자는 공직과 정치를 턴오버제 rpg게임으로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소리고, 후자는... 실소도 안나오네요.
원론적으로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고 경영하는 일이며 그 주체는 국민입니다. 그리고 정치인은 국민이 모두가 생업내팽겨치고 정치만 할수 없기에 대신 일을 맡는 대리인이구요. 쉽게 말하자면 도구입니다. 돈(세금) 내고 이용하는 도구. 그런데 이 도구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자아를 갖다 바치면서부터 주객이 전도되고 인간이 피폐해지게 되죠.
근데 그게 정말 좋은 도구라면 지켜야죠. 검객이 칼을 다루듯 목수가 망치를 다루듯 소중하게. 근데 녹슨 칼을 망가진 망치를 두고도 "아냐 내 도구가 그럴리 없어" 라며 고집한다면, 검객은 단칼에 맞아죽고 목수는 망치로 제 손을 찍겠죠.
저는 정치라는 것이 이미 포럼이 아닌 콜로세움으로 전락한지 오래라고 봅니다. 무릇 올바른 정신이 박힌 지지자라면 더더욱 자신의 뜻을 대변하는 이를 누구보다도 엄한 눈으로 바라봐야죠. 검객이 명검을 고르듯, 목수가 도구를 고르듯 말입니다. 그런데 적어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딴거 없습니다. "아니야 나의 ㅇㅇ이 그럴리 없어" (정신승리) "이정도 흠은 아무것도 아니야"(현실도피) "뭐 어때 XX는 그보다 더 했는데" (피장파장+오십보백보) "저쪽이 한건 나쁜 의도지만 이쪽이 한건 분명 좋은 의도일거야" (내로남불) 등등 온갖 정신질환과 인지부조화가 넘쳐나죠.
다 썩은 도끼자루와 이빨나간 칼을 들고도 단점을 살피기는 커녕 오로지 변명과 우기기로 일관하면서 스스로룰 세뇌하고 자위하는 이런 개탄스러운 상황에서 무슨 성숙한 유권자의 권리를 찾고 무슨 시민의식을 찾나요.
이미요, 정치는 스포츠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엠블럼과 깃발만 다를뿐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거기에 사회정의와 나라를 위한 신념따윈 물벼룩 뇌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 만큼도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팀 선수가 빤 약은 실수지만 너네팀 선수가 복용한 약물은 천인공노할 짓이야' '저 심판은 우리팀 선수에게 레드카드를 줬으니 분명 돈 받았을거야. 상대편 선수가 받은 카드는 당연한거지. ' '저쪽팀을 응원하는 놈들은 다 머리가 썩었어.' '우리팀이 선수를 사오는건 정당한 권리행사지. 하지만 저쪽팀이 선수를 데려간 건 돈지랄이야.'
어디서 많이 보던 소리들과 아주 판박이 아닌가요? 저는 그래서 정치라는 이름의 놀음판을 그저 치열한 개돼지와 붕어가재의 싸움 이상으로 이하로도 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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