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포함 14.7%…5000만명 육박
미국은 17세기 초반 종교의 자유를 위해 영국에서 온 청교도들이 정착해 세운 나라다. 그렇지만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21세기 센서스에서는 독일계 혈통이 압도적 1위로 나타났다. <표>
가장 잘 알려진 독일계 미국인은 11월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74) 현직 대통령이다. 그의 성은 원래 ‘드룸프’지만 발음하기 쉬운 미국식 발음 ‘트럼프’로 고쳤다.
네덜란드계에 이어 평균 신장이 가장 크다는 아리안의 피가 섞인 그는 키가 6피트 3인치(약 191cm)에 체격도 상당히 크다. 모친은 스코틀랜드계이며 세번째로 결혼한 수퍼모델 출신의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옛 유고연방) 사람이다.2018년 기준 3억2000만 미국 인구 가운데 독일계는 전체의 14.7%인 4700만명을 차지했다. 독일을 제외한 지구촌 게르만족의 3분의 1이 북미지역에 사는 셈이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오는 독일인과 저먼타운이 급증하자 의회는 1795년 공문서에 독일어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가정통신문과 공문서에 스페인어가 함께 인쇄되는 것과 상황이 비슷했던 셈이다.
한때 미국의 공식언어를 독일어로 바꿀지 여부를 의회가 투표에 부쳤다는 말도 퍼졌지만 루머로 판명됐다. 다만 독일계 주민들의 파워와 언어가 영향력이 컸다는 점은 분명하다.
2차대전 때 연합군 총사령관은 독일계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였다. 노르만디 상륙작전 성공으로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군을 섬멸한 ‘아이크’는 미국의 대통령까지 올랐다. 기묘한 인연으로 회자된다.
2위는 13%인 아프리카계 흑인으로 4160만명으로 추정됐다. 흑인은 국가가 아닌,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기준으로 한 숫자다. 3위는 멕시칸계(11%·3520만명)으로 나타났다. 150년 전까지 서부지역이 멕시코 영토였던 점을 감안해도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멕시코계 미국 시민권자는 ‘치카노’라는 고유명사로 구분되며, 전체 히스패닉(라틴계)은 18%인 60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계 불법체류자는 400만명이며 전체 라틴계 가운데 푸에르토리코 출신만 500만명이 넘는다.
4위는 존 F 케네디·로널드 레이건·빌 클린턴 등 대통령을 다수 배출한 아일랜드계로 10.6%(3390만명)에 달했다. 한때 같은 영연방이었던 5위 앵글로-색슨(7.8%·2490만명)과 합치면 독일계보다도 많다. 그렇지만 아일랜드 공화국이 독립 이후 별도 국가로 세분화해 집계하고 있다.
그냥 ‘미국인’으로 신고된 혼혈은 2300만명이며 이어 이탈리아·폴란드·스코틀랜드계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이민 역사가 가장 오래된 중국이 385만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인 시민권자는 전체의 0.5%가량인 160만명(불법체류자 제외)으로 드러났다.
또 주목할만한 현상은 라틴계의 급상승이다. 20년 전만 해도 흑인과 비율이 같았지만 현재 5%P 차이로 앞섰으며 그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범 히스패닉계 전체를 합칠 경우 이미 백인을 빼고 1위 인종으로 떠올랐다.
반면 아시아계는 한국·중국·일본·필리핀·베트남 등을 모두 합쳐도 아직 전체의 6% 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