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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쫀이 영감 (다섯번째)

작성자 어진이 게시물번호 17153 작성일 2023-06-26 13:20 조회수 2304

쫀쫀이 영감 (다섯번째)

 

그런 일이 있은 후 한달이 지났다. 어진이는 이젠 순진이가 주전자에 물을 얼마를 붓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또 재활용품이 쓰레기통에 들어가건 말건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쩌다가 눈에 띄면 아내 몰래 꺼내서 재활용 상자에다 넣곤했다. 신경을 써봤자 싸움이나 하게 되고 혈압만 올라갈테니……

 

거 참 이상하네!’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주전자에 물을 부을려고 속을 들여다 보면, 주전자 속에 물이 하나도 없었다.

에이~ 어쩌다가 한번 실수를 한거겠지…’

그런데 계속 주시해 봐도 주전자 속에 물이 없지 않은가!

거 참 이상하네~!’

 

그러던 어느 날 어진이는 용기를 내었다. 물 이야기를 잘 못 꺼내면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잘 아는 어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보~, ~ ~ 하나~ 물어 봐도 ~ ~?”

“…… 당신 오늘 따라 왜 이래?”

물어 봐도~ ~?”

당신 나한테 죄진 것 있어?”

~~”

그럼 또 손님 불러 드릴려고 그래?”

~~”

그럼 뭐얏!”

“……”

어유~ 속터져!”

~ 주전자~ …”

주전자가 뭐?”

주전자에~ 왜 물이~ 항상 없어?”

~~ 난 또 뭐라구…”

순진이는 김빠진 표정을 지으면서 씩하고 웃었다.

 

어진이는 순진이가 웃는데, 우선 한시름 놓고 순진이의 입을 주시했다.

당신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무슨 소리야?”

물끓여서 커피 타마시고, 남는 물은 버려~”

세상에내가 이런 여자랑 사는구나!’

한 가닥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였다.

당신~ ~말 나쁜 사람이다!”

내가 뭘 어쨌게?”

그만두자!”

물가지고 싸우는 것 보다 났잖아?”

그만두라구 했다~~.”

내가 틀린 말했어?”

그만 해~!!!!”

주전자에 물이 없으면, 싸울 일이 없잖아?”

그만두지 못해~ !!!”

어진이는 드디어 폭팔했다.

에이~ ~x, 쌰앙~~x’

어진이는 홱 돌아서서 세탁소 문을 향했다. 순진이의 얼굴을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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