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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출산 육아 - 2) 행복한 난교 시대의 종말과 일부다처제의 등장
작성자 외노자     게시물번호 17359 작성일 2023-09-18 06:08 조회수 1494

 

이 글은 그냥 심심해서 끄적거리는 궤변일뿐입니다.

 

유물론자가 세상을 바라보며 뇌내망상하는 글입니다. 따라서 어떤 분들에겐 불편할 수 있습니다.

 

+++

 

몇 달 전에 아내와 같이 유튜브에서 어떤 다큐멘터리를 봤다. 중국 소수 민족의 결혼식이었는데 특이하게도 이 부족은 일처다부제 사회였다. 신부는 세 번째 남편을 맞이하는 결혼을 준비중이었다. 리포터가 인터뷰를 했는데 중년의 그 신부는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얘기했다.

 

'남편이 둘이 있는데 둘 다 잘 안 해 줘요. 그래서 또 결혼하려고요. 히히…'

 

아내와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서로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보편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여성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일처다부제 사회가 그렇게 드물지 않다. 당장 유튜브에서 일처다부제를 검색하면 인도, 티벳, 중국 등에서 많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많은 문화권과 종교에서 일부다처제가 현재도 자연스럽다. 지금처럼 일처일부제가 제1세계에서 상식화된 것도 근세에 들어서다.

 

인류의 시작은 이른바 다부다처제로 시작했다. 같은 부족의 복수의 남자와 복수의 여자들이 서로 상호 관계를 맞으며 아이를 낳았던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엄마는 자명한대 아이 아빠를 특정할 수 없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원시 사회는 모계 중심의 사회였다.

 

사자나 물개류의 포유류는 우두머리 숫놈이 무리의 모든 암컷을 독점한다. 젊은 수사자가 기존 우두머리 수사자를 쫓아내고 무리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하면 맨 처음 하는 일은 무리의 새끼 사자들, 즉 쫓겨난 수사자의 아이들을 모두 물어 죽이는 것이다. 그래야 암사자들이 또 임신을 할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아이를 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을 보자면 사람 사회도 사자 무리나 물개떼처럼 될 소지가 다분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발정기가 따로 없다는 것과 인간 암컷의 배란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두머리 인간 수컷이 아무리 여러 암컷을 독점하려 해도 자신의 자식만 낳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인간 사회는 오랫동안 다부다처제의 모계중심 사회였다.

 

약 1만 년 전 농경이 시작되고 이 양상은 바뀌게 된다. 권력자가 여러 여자를 독점하기 시작한다. 즉 일부다처제가 시작된다.

 

농경은 필연적으로 '정착(혹은 거주이전의 자유 박탈)'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유라시아의 대륙에는 쌀과 밀이 있었다. 둘 다 수확 후 장기 보관이 가능한 곡물이다. 잉여 곡물들은 초기 농경시대의 화폐였다. 이 화폐를 생산하는 수단이 농지다. 농지와 곡물이라는 최초의 사유재산을 독점하는 집단이 생겨난다. 바로 권력의 탄생이다. 권력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농지에 의해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다. 따라서 그들은 권력자들의 통제하에 놓인다.

 

권력자들은 여러 여자를 소유하고 독점한다. 정착지에 자신만의 거처를 만들고 거기에 하렘을 구축하는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권력자의 여자가 낳은 아이는 자신의 아이임이 확실했다. 이제 권력자의 권력과 부가 자기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에게 상속되게 된다. 권력자가 여러 여자를 독점함으로써 일반인에게는 여자 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로마의 카이사르는 갈리아와 브리타니아를 정벌하면서 여러 기록을 남겼다. 브리타니아 정벌기를 보면 그 당시 영국 농민들의 결혼 풍습을 알 수 있다. 한 농민 가족의 다섯 형제가 한 여자를 아내로 맞아 생활한다. 즉 그 당시 브리타니아에선 형제혼이 일상적이었다는 것이다. 권력자의 하렘 때문에 신부가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생겨난 풍습일 것이다.

 

그 외의 변형된 혼인 형태는 성경에도 나온다. 히브리인들의 역사서인 구약은 여러 일부다처제의 사례를 기술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의 많은 유목민족은 형제간 부인 상속 풍습이 있다. 형이나 동생이 죽으면 그 부인을 의무적으로 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히브리인들도 유목민이며 따라서 같은 풍습이 있다. 구약에서 오난에 대한 기록이 유명하다. 형이 죽고 오난은 형수를 아내로 맞이해야만 했다. 신의 뜻에 따라 형수와 잠자리를 하는데 갑자기 형수가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아이가 아니고 형의 아이가 될 것이 염려되어 마지막 순간에 질외 사정을 하고 말았다. 야훼는 이를 괘씸히 여겨 오난을 죽여 버린다. 이 불쌍한 오난의 이름이 오나니 - 마스터베이션 - 의 어원이 되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자위행위를 죄악시 한다.

 

같은 아브라함 계열 종교인 이슬람에선 일부다처제가 현재도 합법이다. 이슬람은 정교일치 체제다. 따라서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나라, 심지어 가까운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도 능력만 된다면 중혼이 가능하다.

 

미국의 기독교 계열 종교인 몰몬교에서도 일부다처제가 허용된다. 비록 지금은 표면적으로는 금지됐다지만 현재도 일부다처제로 살고 있는 몰몬교도가 4만 명 이상 유타주와 콜로라도주에 산재한다. 미국 동부의 몰몬교도들이 유타주까지 이동하는 동안 많은 남자들이 죽어서 어쩔 수 없이 일부다처제가 교리화 되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기원전 브리타니아의 형제혼에 이어, 영국놈들의 이상한 결혼 습관은 근세에까지 이어졌다. 어릴 때 읽었던 토마스 하디의 장편소설 '테스'의 마지막 장면이 이렇다. 테스가 죽고 남편은 슬프게 그녀를 묻는다. 그리고 테스의 여동생이 테스를 대신하여 형부의 아내가 되기 위해 그 뒤를 따라가면서 소설이 막을 내린다. 뭐 이런 것들이 있나!

 

그냥 담담하게 과거의 사실을 되돌아보는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 여성분들께 한 명의 남자로서 참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게 더 나올텐데 큰일났다. 과거를 보면, 아마도 지금까지도, 역사는 여성의 수난사와 맥을 같이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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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nkim  |  2023-09-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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