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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바알!!
알래스카 크루즈는 밴쿠버에서 출발한다.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출발하지만, 태평양 외해의 거친 바다를 돌아가야하는 미국 출발항로보다 인사이드 패시지 항로를 순항하는 밴쿠버 항로를 추천한다.
밴쿠버 항로 역시 항해 2 일차에는 먼 바다를 지나가므로 날씨에 따라 모션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항해 2 일차에는 그 큰 배가 몹시 흔들렸다.
흔들림이 수 시간 동안 계속되자 9 층에 있는 리도마켓에는 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나는 멀미와는 인연이 없다.
배건 뭐건 탈것에서 멀미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명색이 크루즈 여행자들이 적어도 배멀미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날 점심시간 텅빈 푸드코트를 보고 내 추측이 빗나갔음을 실감했다.
밥퍼주는 승무원에게 식당에 손님이 왜 없느냐고 물어봤다.
답변은 예상했던대로였다.
배가 흔들리면 식당에 손님이 확 줄어든다는 게 그녀의 답변이었다.
크루즈를 ‘바다위의 도시’ 라고 부른다.
이 배에 타고 있는 3, 500 명은 7 박 8 일이라는 짧지않은 기간동안 한 배를 타고 있는 시민인 셈이다.
동료시민들이 배멀미를 하느라고 점심도 거르고 고생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나역시 숙연해지며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리도마켓에 가득 진열되어 있는 산해진미를 뒤로한 채 간단하게 홍합을 곁들인 김치볶음밥과 샐러드보울, 치즈케잌 한 조각으로 검소하게 점심식사를 했다.
평소엔 정찬 다이닝보다 더 붐비는 리도마켓
다소 거친 바다를 지나갔던 항해 2 일차,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리도마켓이 텅 비어있다.
배멀미로 고생하는 동료시민들을 생각하며 홍합김치볶음밥으로 간단한 혼밥
배멀미라는 게 흔들림이 멈추면 즉시 낫는 간사한 병인지 이 날 오후 3 시 애프터눈 티타임에는 첫 날처럼 승객들이 와글와글 몰려나와 ‘낮에 얼마나 고생하셨느냐’는 안부인사를 하며 달다구리를 맛나게들 먹었다. (이 안부인사는 실제로 어떤 한국 아줌마가 한국 할머니와 대화 중 나온 이야기다)
오후에 다소 순항하던 배는 다시 그 날 밤새도록 몹시 흔들렸다고 한다. 나는 자느라고 밤에 배가 흔들리는지 몰랐다. 어쨌든 다시 배가 인사이드 패시지로 진입한 3 일차 오전부터는 내내 잔잔한 바다위를 순항했다.
오후 세 시 애프터눈 티,
멀미로 끼니를 거른 사람들이 애프터눈 티에는 기를 쓰고 나타났다.
노을지는 조깅트랙에서 산책하며 시상이 떠 올라서..
‘배멀미하는 그대에게’라는 시를 지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