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할배 (마지막 회)
“여보, 찬이에게 전화해. 10분 있으면 도착하니까, 떠날 준비를 하라고 해”
세탁소 문을 5시에 닫자마자 떠났는데도 6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찬이네 부부가 저녁에 결혼 피료연에 간다고 수미를 봐달라고 해서 찬이네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여보 막상 수미를 볼려고 하니까, 좀 걱정이다~!”
“애 셋을 기른 여자가 무슨 소리야!”
“내 애들은 괜찮은데……”
“무슨 소리야~ 수미는 우리 애가 아니야?”
“찬이랑 시내가 옆에 있으면 문제가 없잖아! 수미가 울면 줘버리면 되니까! 그런데…….”
“잘 할 수 있을꺼야!”
하기는 저녁 내내 수미를 본다는게 약간 걱정이 되기는 했다. 부모가 옆에 있을 때 아이를 안고 있는 것과 6시간을 부모 없는데서 수미를 보며, 젖먹이고, 기저기 갈아주고 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6시 까지 찬이네 집에 가기로 약속을 했었지만 6시 15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어디 보자~ 수미야~ 할머니 왔다!” 순진이는 수미를 시내에게서 받아 들었다.
“찬아~ 빨리가, 늦었어. 생각보다 Highway가 복잡하더라구”
“여보, 가면 어떻게 해~?”
“늦었잖아~”
“인수인계를 해야지~!”
“뭐~? 인수인계? 맞긴 맞네! 인수인계 해야지! ㅎㅎㅎ”
“찬아, 다른 건 다 아니까, 젖이 어디에 있는지만 가르켜 줘”
찬이는 냉장고를 열고 젖병을 두개 보여 주었다. 낮에 시내가 젖을 짜서 모아두었다고 했다.
‘옛날엔 젖병을 무지하게 소독을 했었는데……’
“아빠, 젖은 더운 물에 데워서 먹이구요, 일단 데운 젖은 40분이 지나면 버려야 해요”
“그래~? 아깝다!”
“그래두 버려야 해요”
“알았어”
집을 나서는 찬이 부부를 보면서 한마디 했다.
“시내야~ 수미 걱정은 하지 말고 오래간만에 몸 좀 풀어라!”
“감사해요, 아버님 어머님!”
“그래~ 잘 놀고 와”
시내는 Gymnastics를 하면서 정식으로 Dance lesson을 받았고, 찬이는 워낙 춤에 재능(?)이 있는 아이라서 둘이서 춤을 추면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 아이들이 수미 때문에 거의 반년 이상 춤을 못추었으니 오죽 좀이 쑤셨을까!
“아빠,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세요”
“알았어. 걱정말고 신나게 놀고 와!”
둘은 수미에게 뽀뽀를 하고 손을 흔들면서 떠났다.
“여보, 우린 왜 애들을 맡기고 놀려 다녀보질 못 했었지?”
“어디 그럴 엄두를 내기나 했었어?”
“그러게 말야!”
“수미는 시내가 가기 전에 젖을 먹였다고 했고…… 뭘하지?”
“여보, 수미 자는 것 좀 봐! 너무 너무 예쁘다~ 그지?”
“말하면 잔소리지!”
“우리 손녀라서 이렇게 예쁠거야!”
“수미 정도면 남의 아이라도 예쁘지!”
“에구~ 고슴도치 할배 아니라고 할까 봐!”
“여보, 수미도 자는데 느긋하게 Video나 볼까?”
“좋치롱~!”
우린 수미를 보면서 시간이 있으면 무얼할까? 생각하다가 Video를 보기로 정하고 Video tape를 두개나 가지고 왔다. Video tape를 집어넣고 보기 시작했다.
“걱정을 했었는데, 애보기도 별거 아이네!”
“여보, 큰소리 치기는 너무 이르다~!”
한 10분 정도 Video를 봤을까? 잘 자던 수미가 꼼틀거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낑끼거렸고 마침내 울음을 터트렸다. Sofa 옆에서 잠을 자던 Winston이 벌떡 일어나더니 울고 있는 수미에게 닥아갔다. 그리고는 턱수염이 수미의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들여밀고 우는 수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 저리 가~!” 순진이가 Winston의 머리를 밀어냈다.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이야?”
“쟤 입이 수미 얼굴에 닿을뻔 했잖아!”
“Winston이 수미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잖아! 녀석 기특하네! 녀석이 오빠 노릇을 하네!”
“기특하긴 뭐가 기특해. 난 간난아이 옆에 개가 있는 게 싫어!”
“이것 보세요~! 이 집에서 Winston은 개가 아니고, 수미 오빠라는 걸 모르세요?”
“오빠 좋아하시네!”
순진이는 전에 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개를 좋아하질 않았다. 그러나 찬이네 집에서 Winston은 한 가족이었다. 찬이와 시내는 수미가 태어나고 부터 Winston이 소외감을 느낄까 봐서 더욱 Winston에게 신경을 썼다.
수미가 악을 쓰며 울기 시작했다. Winston은 순진이의 눈치를 보면서 수미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수미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찬이와 시내는 개가 사람보다 더 깨끗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슴없이 Winston에게 입을 맞추었다. 순진이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순진이가 수미를 안고 얼렸지만 수미는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
“수미가 왜 이렇게 울지?”
“글쎄~ 아직 젖을 먹을 시간은 안 됐잖아?”
“이제 한 시간 반 밖에 안됐어!”
“기저귀가 젖었나?” 손가락을 기저귀 밑에 넣어 봤더니 젖은 것 같지는 않았다.
“기저귀는 안 젖었어!”
“그런데 얘가 왜 이렇게 울어?”
수미의 악쓰면서 우는 소리에 조금 전까지 느긋했던 분위기가 싹~ 달아났다.
“야~ 요 계집애 성깔있네! 누굴 닮은 거야?”
“글쎄~”
“당신 닮은 거 아냐?”
“쓸데없는 소리~! 어떻게 좀 해 봐~!”
“당신이 못 하는 걸 내가 어떻게 해~!”
“배가 고픈가 봐. 젖을 먹여보자구~”
시계를 보니 7시 반이었다. 젖이 두병이니까, 지금 먹이고 나면 12시 까지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여보~ 조금 더 있다가 먹이자. 잘 좀 얼러 봐!” 수미는 계속해서 악을 쓰며 울고 있었다.
“ 여보~ 빨리 젖을 데워~”
“좀 울게 놔 둬! 우는 것도 운동이라고 하더라”
“그럼 당신이 안어! 난 더 못하겠어!”
“알았어 젖을 데울께!”
냉장고에 있던 젖을 뜨거운 물에 데우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순진이는 우는 수미를 안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아직 안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
“빨리 좀 해!”
“와~ 고 계집애 되게 우네!”
젖병을 입에 물리자 마자 수미는 미친듯이 젖을 빨기 시작했다.
“에구~ 수미야~ 그렇게 배가 고팠어~?”
“야~ 좀 천천이 먹어라”
“배가 많이 고팠던가 봐”
수미는 젖을 반쯤 먹고 나더니 젖꼭지을 놓고 잠이 들었다. 언제 악을 쓰며 울었냐?는 듯이……
“여보, 수미가 너무 예쁘다!”
“안 우니까, 예쁘다!”
“젖을 좀 더 먹지~! 남은 젖은 어떻게 하지? 깨워서 좀 더 먹여”
“여보 여보, 참으세요! 겨우 재웠는데~……”
잠든 수미가 계속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야~ 먹구 이렇게 싸면 어떻하니~?”
“여보~ 잠이 더 깊이 들기 전에 기저귀를 갈아주고 푹 자게 하자”
기저귀를 떼보니, 참 많이도 싸놨다.
“아~니~ 간난애가 웬 걸 이렇게 많이 싸니?”
“건강해서 그런거야! 잘 먹고 잘 싸야 해”
새 기저귀를 갈아찬 수미는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다시 Video를 볼까 하다가, 우린 둘이서 수미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벙글거리고 있었다.
“여보~ 또 수미를 봐달라고 하면 봐줄꺼야?”
“물론이지~! 요렇게 예쁜 손녀를 어떻게 안 봐줘!”
“아까는 어쩔줄을 모르더니, 이젠 괜찮아?”
“아까는 정말 힘들더라! 처음이라 그랬을꺼야!”
“우린 어떻게 셋을 길렀지?”
“그러게 말야.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애!”
순진이의 손을 꼬~옥 잡고 수미를 바라보았다.
잠든 수미는 너무 너무 예뻤다!
수미는 아기 천사 같았다!
내 손녀라서 요렇게 예쁠까?!
수미는 내게 온 아기 천사였다!
수미의 사진을 첨부합니다.
지난 성탄절에 가족들이 모였을때 찍은 사진입니다.
할배가 안고 있고 할매가 웃기고 있는 것을 찬이가 찍었습니다.
새해에는 여러분들의 가정과 하시는 일터 위에
신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시길 빕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